(2006/12/04 에 처음으로 쓴 글이며, 현재는 수정하여 갱신하였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미에서, 난 다른 사람의 성공담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건 결코 그 사람을 질투하기 때문이 아니다. 가령, 어떤 할아버지는 1008번의 실패를 경험하고서 맛있는 치킨을 만드는데 성공했다거나, 미국의 무슨 대통령은 맨날 실패만 하다가 결국 대통령 했다거나 하는 것들. 유명한 발명가는 전구를 만들기 위해 2400번이나 도전해서 성공했다고 한다. 그리고 누구누구의 무슨무슨 대학 합격 수기라든가, 난 이렇게 해서 성공했다거나 등등. 그런건 정말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일 뿐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성공 방법론은 결코 아니다. (아, 토플 후기는 좋아해야겠더라)

그런 이야기들의 공통적인 요점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열정을 불사르면 결국 성공한다"이다. 문제는 그 이면에 묻혀진 사실들이다. 우리가 위대한 사람들이라고 부르는 유명한 사람들은 우리가 다 알기 때문에 유명하다는 것. 하지만, 그와 똑같은 노력을 하고도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이 분명히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예를들면, 1000번 실패하고 늙어서 노환으로 죽을 수도 있고, 국회의원 선거에 10번 출마해서 전부 낙선할수도 있다. 덕분에 우리나라에서는 차츰 도전하는 것에 대한 미덕이 줄어들고 있다. 기껏해야 도전하는게 공무원시험 등 철밥통으로 알려진 직장이랄까.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대전 정부 청사의 방호원 1명 뽑는데 석사, 박사급 포함 총 200명이 지원한데다가 여기저기서 누구 뽑으라는 청탁 전화도 쉴새없이 걸려온다고 하니, 이쪽으로는 할말이 없다. 그게 도전인가?

다단계 판매도 마찬가지다. "누구누구는 저거 개인 사업해서 성공했다더라, 한달에 억대를 번다는데" 라는 말을 들으면, 뭔가 마음속에서 꿈틀 한다. 다른 사람들은 저 얘기에 혹해서 다단계에 빠져들고, 환상에 빠져 살지만 내 정신은 "미친놈아, 그건 그 사람 얘기지 내 얘기가 아니잖아!"라고 생각한다. 다단계에 뛰어드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억을 버는 사람은 무진장 드물다.

나 역시 실패한 인생을 살고싶지는 않다. 남의 성공을 참고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내가 그 사람이 될 수는 없다.

멋진 말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항상 해줄 수 있다. 내게 물어봐라. 백만번이라도 해줄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 "힘내!" 라든가 "포기하지마!"라는 얘기를 하는건 쉽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힘내는 것, 자신이 포기하지 않기는 굉장히 힘든 일이다. 누군가가 나를 응원해준다면 고마운 일이지만, 응원을 받고나서 열심히 하려고하면 여전히 막막하다. 더군다나 응원까지 받았으니 잘해서 꼭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이 나를 짓누른다. 그리고, 나 자신이 그렇기 때문에,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함부로 나 아닌 누군가에게 응원을 할 수가 없다.
내가 누군가에게 응원해준 한마디가 그 사람은 부담스럽게 받아들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힘들어하는 사람이 힘들어하는건 알겠지만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없으며 그 감정을 아무리 동조해서 같이 힘들어해도 당사자만큼 힘들어할 수는 없다.
가장 좋은 응원은 받는 사람이 부담스러워하지 않으면서 도전하고 싶은 용기가 우러나오게 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다른 사람의 성공담을 읽거나 듣거나 얘기해주는 것은 별로 좋지 않다. 왜냐하면 아까도 말했듯이 그건 그냥 그 사람이 성공했다는 얘기니까.

자기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미래가 보이지 않을 때, 하지만 지금까지 쌓아온 과거가 너무 클 때, 계속 하는 것과 그만두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어느쪽을 고르더라도 용기가 필요하다. 그만두려고해도 용기가 필요하고, 계속하려고 해도 용기가 필요하다. 과감하게 포기한 사람도 용감한 사람이며, 화끈하게 계속하는 사람도 용기있는 선택을 한 것이다.

누군가가 옆에서 힘들어하고 있다면, 그에게 용기를 줘라. 완전히 늦어서 수습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기 전에 무언가 선택을 할 수 있는 용기를 말이다.

절벽에서 뛰어내리기 위해서 실제로 필요한 것은 용기가 아니라 날개다. 용기는 날개를 갖춘 다음에나 있으면 된다. 그에게 날개를 달아줄 수 없다면, 너가 그의 날개가 되어줄 수 없다면 응원은 절벽에서 밀어주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여기에 아무것도 못하고, 좌절 속에 빠져 있는 사람이 있다. 과연 그 사람에게 "힘내, 너는 할 수 있어"라고 말해준다고 해서 그 사람이 힘이 날까? 오히려 그는 "넌 잘나가고 있으니까, 잘 하고 있으니까 그런 말이 쉽게 나오지"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정말로 그에게 필요한 것은 "성공해야 한다"는 관점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성공같은건 남들보고 하라고 해라. 인생에서 중요한건 성공이 아니다. 성공보다 중요한 것은 목표다. 성공이 목표인 사람은 성공을 이루면 된다. 하지만 성공이 목표가 아닌 사람에게 성공을 강요하는 것은 잔인하다. 자신의 의지로 뜻하는 바를 세우고, 그 뜻을 이루면 된다.

친구에게 무기가 되는 칼을 전해줄 때는, 내가 칼자루를 쥐고 주면 안된다. 나는 칼날을 쥐고 친구에게 칼자루를 줘야 한다.

하고싶은것이 아무것도 없을지도 모른다. 그럼 세상을 살아가면서 재밌는 것들을 하나씩 찾아보면 어떨까. 인간이 처음에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는, 그냥 생존 자체가 목적이고 목표였다. 하지만 세상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면서, 생존 그 자체보다 중요한 것을 발견하고, 생각하고, 알아내게 된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 목숨을 거는 사람도 있다. 그런 목표가 없다고 해서 죽어야 하는 건 아니다. 단지,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타인의 성공을 부러워하지 말자. 참고할 수는 있어도 그 사람이 될 수는 없다. 그저 있는 힘껏 살아갈 뿐이다.
by snowall 2009.06.03 02:14
  • 은파리 2009.06.03 21:25 신고 ADDR EDIT/DEL REPLY

    저 역시도 자서전이나 성공 스토리를 적은 글을 읽으며
    감명을 받고 따라 해보려고 하지만
    역시 삶이란 자기 자신에 맞춰 힘껏 살아가는것이 최선인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 snowall 2009.06.03 21:35 신고 EDIT/DEL

      알아서 살아갈 수밖에 없죠.
      누구도 타인의 인생을 대신 살 수 없고, 누구도 타인에게 인생을 맡길 수 없으며, 죽은 후의 생을 기대할 수도 없으며, 설령 다음 생애가 기다린다 하더라도 이번 생에 그다지 별볼일 없게 살았는데 다음 생은 어찌 잘 살 수 있을까요.
      지금을 잘 살아가는게 중요해요.
      그런데 사람들은 항상 미래를 준비하려고 하죠.

  • saturnrings 2009.06.09 06:42 신고 ADDR EDIT/DEL REPLY

    이 글 읽으니 용기를 내고싶게끔.. 자극이 되네요. 감사합니다.

  • 코코 2009.06.11 05:27 신고 ADDR EDIT/DEL REPLY

    저도 이 글을 읽으니 꿈을 이룰수 있다는 조금의 자신감이 생겼어요. 감사합니다.
    이 곳에 오길 잘했네요. 배수와 짝수에 대해 알아보고 싶어서 우연히 들어온건데...
    뭔가 참 신기하고 오묘한 기분이네요. 뭐죠 이 기분 하하핫

    • snowall 2009.06.11 08:53 신고 EDIT/DEL

      꿈은 이루시면 됩니다.
      벽은 넘어가라고 있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