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은 GIST의 APRI이다.

GIST는 광주과학기술원의 영문 약칭이고 APRI는 그 밑에 있는 원장 직속 연구소인 고등광기술연구소의 영문 약칭이다.

사람 사는데가 다 그렇듯 장점도 많고 단점도 (조금?) 있지만 솔직히 단점은 내가 여기서 전문연구요원으로 있으면서 느끼는 불편함 등이 단점이기 때문에 단점이라고 말하기에 좀 부족하다. 어쨌거나 입시 시즌이 다가오기도 했고, 이번에 GIST에서 학부생들을 뽑기 시작하기 때문에 별 이유 없이 소개를 한번 해본다.
(이 글 쓴다고 GIST에서 뭐 주는거 절대 없음 -_-; )

일단 간단히 소개하자면, GIST는 93년에 광주과학기술원법이 제정되고 95년에 개원한 연구원이다. 연구원이란 여러개의 연구소가 모인 곳 정도를 생각하면 된다. 그동안 석사, 박사 과정을 거쳐간 수많은 학생들이 있었으며, 그들은 지금은 전 세계 곳곳에서 연구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 유명 연구소 등으로 진출한 사람도 많다.)

GIST 홈페이지 : http://www.gist.ac.kr
GIST홈페이지에 가보면 전반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참고해 보자.

그럼, GIST는 뭐가 좋은가?

나도 여기에 온지 1년밖에 안되어 모든걸 다 파악하지는 못했다. 일단, 내가 일하고 있는 고등광기술연구소를 얘기해 보자면, 세계수준의 초 고출력(Petawatts 급) 초고속(30 femtosec) 레이저 실험 설비가 있다. 물론 여기에 온다고 해서 이 장비를 마음껏 주물러 볼 수 있는건 아니지만, 계속 여기서 공부하다보면 언젠가는 마음껏 주물러 보게 될 수 있다. 광공학, 플라즈마, 레이저 공학, 양자광학, 광소재-소자 연구 등 빛과 관련된 연구는 거의 다 하는 것 같다. 물론 고등광기술연구소는 광기술 연구소니까 당연히 광학이 전문이고.
그밖에, 대학원 전공을 보면, 생명과학, 환경공학, 기전공학, 신소재공학, 정보통신공학, 정보기전공학 등이 있다. 이와 관련되어서는 사실 내 전공이 아닌지라 GIST가 갖는 위상이 세계적으로 어떻게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GIST 출신 박사들이 해외의 대학에서 교수로 임용되었다는 소식도 자주 들리고(1, 2) 2009년 대학 평가에서 교수 1인당 논문 피인용수 부문에서 세계 14위, 아시아 1위를 했다고 한다. 어쨌든 규모는 카이스트보다 작지만 실적에 있어서는 그리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것 같다.

그건 그렇다 치고, 이번에 학부생이 들어오면 뭐가 좋은가에 대해 생각을 해 보았는데, 일단 첫 학부생이기 때문에 선배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단점인가? -_-;) 그리고 학기당 100만원 정도의 기성회비를 제외한 등록금과 기숙사비 등이 전액 장학금으로 지원되기 때문에 대단히 싼 가격에 국립대를 졸업할 수 있다. (아마 우리나라 대학 중 가장 저렴할 듯 싶다. 방통대 빼고.) 대학원으로 연계되는 학석사 연계과정을 활용하면 5년만에 석사학위까지 노려볼 수도 있다. 박사과정까지 진학하면 20대 박사도 꿈이 아니다. (20대 초반 박사는 아직은 꿈.)

물론 수업 수준은...내가 들어보진 못했으므로 뭐라 평가할 수는 없지만, 괜찮지 않을까?

그리고 실험 설비는 매우 좋다. (세계적인 연구 성과가 허름한 설비에서 나온다면 그거야말로 기적. 신의 권능이라고 이름붙여야 할 것이다.) 학부 다니면서 이렇게 좋은 실험 설비를 사용해 볼 수 있다는건 정말 행운일 것이다. 게다가 아직 지어진지 그리 오래된 건물이 아닐 뿐더러, 학부생들을 위한 강의동은 새로 짓고 있기 때문에 새집 증후군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반짝거리는 강의실에서 공부하게 될 것이다. (단점으로 보여지면 안되지만...)

어찌되었든, 응용 과학에 특화된 연구들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산학 협동 연구과제도 많이 수주받고 있고, 따라서 이런 연구과제에 들어가서 일(=공부)을 하게 된다면 졸업 후 취직까지 이어질 수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취직하는데는 그다지 손해볼 것 같지는 않다. 또는, 공부로 끝장을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박사과정까지 진학할 수도 있고, 박사학위를 받고 나서도 괜찮은 직장으로 다들 가기 때문에 해볼만 하다.

또 하나의 장점은, 외국에서도 많은 학생들이 유학을 오기 때문에 영어를 쓸 기회가 의외로 많다는 점. 이공계 전공수업은 전부 영어로만 강의한다고 하니 영어 공부하기에도 좋다. (영어를 못해도 그냥 오면 된다. 영어는 쓰다보면 늘어나는 것이지 공부만 한다고 늘어나지는 않는다. 특히, 교수님한테 갈굼당하면서 배우는 영어와 실험실 친구랑 노가리까면서 배우는 영어가 가장 빠르게 실력이 늘어나는 영어다.)
나도 연구소에서 일하면서 외국에서 온(러시아, 일본, 이집트, 체코 등등) 다양한 연구원들이랑 놀다보니 대충 영어로 농담따먹기 정도는 하게 되었다. 시험 성적이 안나올 뿐...;;;

캠퍼스는 넓다. 하지만 자전거를 무료로 빌려준다. (학생들만...-_-; 난 못빌림)

끝으로, 이건 가장 중요한 정보인데, 학생식당 밥은 그럭저럭 괜찮다. (2500원의 가격을 생각하면, 정확히 2500원짜리 맛이 나는 밥이다.) 근처 식당가로 밥먹으러 나가려면 걸어서 10분, 자전거로 4분, 차로 1분 정도 가야 하지만 그때 지나쳐 가야 하는 길이 쌍암공원이라는 괜찮은 데이트 코스가 있기 때문에 다닐만 하다. (이것은 장점이자 단점.)

좀 더 자세하고 미묘한 사항은 댓글로 질문 부탁한다. (그리고 GIST홈페이지를 꼼꼼히 살펴보자.ㅋ)

GIST에서 대학생활을 해볼 사람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자.
http://www.gist.ac.kr/sub03/03_02_01.html
by snowall 2009. 11. 3. 2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