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연구소 설립기념일이라고 해서 하루 쉬라고 했다. 그래서 마음껏 쉬면서 뭐할까 하다가, 과학관이나 찾아가볼까 하고 광주지역의 과학관을 검색했다. 그래서 나온 곳이 바로 광주 국립 과학관이다.

물론 내가 직접 찍은 사진일리가 없다. 나는 날개가 없다.
국립 광주 과학관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www.gnsm.go.kr/

주소는, 무려 내가 살고 있는 첨단지구의, 내가 일하고 있는 광주과학기술원 바로 옆!!!

하지만 곧바로 좌절.

개관하려면 2년 남았다.

그래서 뭐할까 하다가 광주가 예술, 문화의 중심도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생각해보니 나는 역사적인 도시에서 살고 있더라. 그래서 그 유명한 광주 비엔날레 전시를 보러 차를 끌고 달렸다.

지도를 보면 알 수 있는데, 국립 광주박물관, 광주시립 민속박물관, 광주문화예술회관, 중외공원이 붙어있다.

그리고 축척을 좀 바꿔보면, 광주 비엔날레 전시관이 나온다. 아무튼 네비게이션에 찍고 가려고 했는데 안나와서 그냥 표지판 보고 찾아갔다. 적당히 잘 찾아가면 되므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일단은 가장 규모가 커 보이는 국립 광주 박물관을 찾아갔다.

간판이 작은 이유는 내가 차를 근처의 비엔날레 주차장에 대고서 다른 문을 통해서 들어갔기 때문이다.

들어가보니 커다란 주차장이 있었다. 젠장-_-;
매표소에 가서 표를 사려고 했더니 기쁜 소식이 있었다.


아싸! 공짜다. 어쨌든 공짜니까 표를 받아서 표 받는곳에 냈다. 공짜로 줄거면 그냥 들여보내면 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쨌든 관람객이 몇명이었는지는 증거를 남겨놔야 하니까 그런가보다.

아무튼 표 인증샷. 공짜라고 해서 "허가"를 받지 않으면 안되는 법. 이 관람권을 소지한 사람만이 정당하게 박물관에 들어갈 수 있다. 단지 그 관람관이 지금은 무료일 뿐이다.

들어갈 때, 원래는 저 앞에 보이는 난간이 있는 길로 가는 것이 정석이겠지만 난 언제나 옆으로 샜다.


옆길로 새서 가다보니 어여쁜 아이들이 소풍을 왔었나보다. 부럽다.


아무튼 그래서 이 길을 지나서 박물관 본관 전시실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젠장. 공사중이다ㅜ_ㅜ


옆에 있는 무슨 교육관에 전시물이 옮겨져 있다고 한다. 그래서 옆으로 샜다.


들어가서 처음 발견한 보물은 금관이다. 금동관이었나. 아무튼 화려한 유리장식이 특색이라고 한다. 신라시대의 유적이다. 오른쪽 옆에 희미하게 보이는건 나다. 이 글을 읽다가 괜히 심령사진 나왔다고 방송사에 제보하고 그러면 많이 난감함.


사실 이런것들이 옛날에는 "명품"들 아니었던가. 팔찌와 목걸이인데, "눈 감아봐" 하면서 낭만적으로 목걸이를 목에 걸어주는 장면이 떠올랐지만 신라시대에 그렇게 낭만적인 커플이 과연 있었을 것인가... (아마 있었겠지.)


신라시대의 검과 창, 화살촉 같은 무기들이다. 개인적으로는 무기중에서 "검"을 좋아하는 편이다. 물론 검술을 배운적은 없다. (배울 뻔한 적은 있지만...) 검술이나 검법을 배울 수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막대기 하나로 적들을 물리칠 수 있지 않을까? 총만 쏘지 않는다면.


뭔지 모르겠는데 10현 현악기이다. 이름은 모름. 아마 가야금이나 거문고 같은 악기들의 원형이 아닐까 싶다. 현은 10개인데 텐션 바(?)에 해당하는 것이 3개가 있으니 저 악기는 3개의 기본 음을 만들어낼 수 있다. 물론 손가락이나 젓대 같은 것으로 여기저기 눌러가면서 다양한 소리를 냈겠지만. 자세히 보면, 텐션 바 위쪽 부분의 길이가 1배, 1.5배, 2배로 늘어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왜 그렇게 늘어나는지 궁금한 사람은 현악기를 배워볼 것. 아니면 피타고라스가 연구한 음악 이론을 찾아보거나 하자.


이 아이템은 항아리처럼 생겼지만, 사실은 밑에 구멍이 나 있다. 뭐냐하면 떡시루이다. 개인적으로 떡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기념으로 사진을 찍어왔다.

1층 전시실의 또 다른 전시물은 불교 유물이었다. 하지만 사진을 한장도 안찍었다.


지하로 내려갔더니 전통 염색으로 만든 공예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매듭 공예품 몇개를 찍어왔다. 이뻐서 몇개 가져가고 싶었지만 참았다. (나는 착하다.)


지하 전시실에서 원래 있는 전시품은 백자, 청자, 분청사기, 그림들이다.


고려 청자의 하나인데,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이라 그 고운 빛깔이 살아나질 않았다. 청자를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정말 오묘한 빛이다. 빠져들 것 같아서 사진 찍고 고개를 돌렸다.

이것으로 국립 광주 박물관은 끝났다. 내가 일부러 자세히 보면서 천천히 관람했는데 1시간밖에 안걸리더라. 공사중이라 대부분의 전시품은 봉인된 듯 싶다. 공사가 내년 9월에 끝난다고 하니, 내년 11월 17일에 별일 없으면 한번 더 와야겠다. 과학관은 2011년에 완공되니 어차피 내년엔 못갈테니깐.


그리고 길건너 옆에 있는 광주 시립 민속박물관을 찾아갔다. 난 주차장이 따로 있는줄 알고 차를 끌고 비엔날레 주차장을 빠져나와서 시립 민속박물관 주차장으로 들어갔더니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오더라. 그냥 걸어갈걸...

아무튼 여긴 공사중이 아니라서 그런지 500원의 관람료를 받았다. 단체로 가면 20% 할인해주므로 웬만하면 몰려서 가 보자. (그것이 가능하다면...)

아, 그리고 관람객은 나 혼자밖에 없었다. 화요일 점심때 누가 박물관에 오나...
날백수도 이곳에 오지 않을 것이다.


들어가자마자 입구에 보이는 호남지역 농촌 마을의 전경 (모형) 이다. 한가지 궁금한건, 옛날에도 저렇게 길가에 가로수를 심는 도시 미관 공사를 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뭐, 요즘 농촌에는 다들 있으니까... 혹시 누구 아는 사람 있으면 알려주면 좋겠다.


이것은 말로만 듣던 99간짜리 집. 그 옆에 5간짜리 기와집, 4간짜리 기와집, 4간짜리 초가집, 3간짜리 너와집이 있지만, 99간짜리 기와집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도 돈벌면 이런집 짓고 살고 싶다. 미국 시골에다 땅 사서 지어볼까? 땅값 싼데 하나 골라다가...


나의 혀밑 침샘을 자극한 전시품이다. 모조품이지만 침 넘어가는건 어쩔 수 없다.


선유도의 인쇄버전이 전시되어 있었다. 조선시대 양반들의 풍류 문화라...
http://www.asiae.co.kr/news/view.htm?sec=eco99&idxno=2009111610025281310

요즘도 "양반"이라는 사람들이 아가씨들 데리고 저렇게 하긴 한다.
전통은 전통인가보다. -_-;
(참고로 아시아경제의 뉴스는 광고지라고 봐도 무방하다.)


1층 전시물을 다 보고 2층으로 올라가면서 한컷. 밑으로 그물로 물고기를 쓸어담는 저인망식 트롤선(?)이 보인다.


아이들의 장난감인 고누놀이이다. 이건 왜 요즘 웹 보드게임으로 안나오는지 모르겠다. 너무 어려운건가? (그래봐야 초딩들 지적 수준은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거기서 거길텐데...)


향교에 관한 설명이다. 군역면제를 받은 걸로 봐서, 카이스트같은 학교라고 볼 수 있겠다. 장학생들은 특전도 있다.



향교의 전체적인 모습이다.

예나 지금이나 시험 한방에 인생 펴는건 똑같고, 예나 지금이나 공무원이 최고의 밥줄인건 똑같다. 하지만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을 제일 덕목으로 삼아서 관직에 나가는 것과, 정년 보장과 연금 보장을 위해서 관직에 나가는건 살짝 다른 것 같다.
어쨌든 기술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산업의 발달에 기여하지 못하는것도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다만, 조선시대에는 문을 숭상하고 기술을 천시했는데, 대한민국에서는 돈을 숭상하고 기술을 천시한다는 점이 차이점?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이 전시장 안에 떨어져 있었다.


아마 위의 서랍에서 떨어진 것 같다.

그 다음, 요즘으로 말하면 LEET나 임용고시에 나오는 서술/논술형 문제의 답안지라고 할 수 있는 과거 시험의 답안지다.


어려서부터 한자 공부를 등한시 해온 나로서는 검은것은 글자요 흰것은 종이고 빨간것은 성적이라는 것밖에 모르겠다.


책 공부하다가 자기가 해석한걸 위에 살짝 적어놓은 거 봐라. 책에 낙서하면서 공부하는건 예나 지금이나 역시 똑같다. 영어 원서 읽다가 해석해서 한글로 젛어놓았다는 느낌.


이건 아예 해석이 되어 있다. ㅋㅋㅋ


여긴 성인용 놀이기구. 마작도 있고 투전도 있다. 예나 지금인 성인용 게임은 왜 다 도박인지 모르겠다. 그러고보니, 결국은 옛날과 지금의 차이는 그것을 구현하는 기술 수준이 달라졌을 뿐 내용면에서는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속담이 떠올랐다.


민속놀이 모형 중 고싸움과 줄다리기의 한 장면이다. 호남의 고싸움 놀이는 전국적으로 유명해서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원래는 줄다리기에서 시작했다는데, 줄다리기를 어떻게 변형시키면 저렇게 되는건지는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 아무튼 사나이들에게는 피할 수 없는 싸움이 있다고 하던데, 저렇게 한판 붙으면 어떨까 싶다.


판소리를 가르치는 교실의 한 장면이다. 왜그런지 모르겠지만 위에 안내 푯말의 영문 표기 Pansori가 멋진 흘림체로 되어 있다. 대체, 왜...


이것은 파리를 잡는 유리병이다. 이것이야말로 궁극의 친환경 해충 방역용품 아닐까 싶다. 이것을 빨리 개량하여 현대화시켜서 보급했으면 좋겠다. 단순한 생김새지만 실제로 써보면 꽤 유용할 것 같다. 파리가 안에 들어가면, 입구를 막으면 된다. 참 쉽죠?

아무튼 안쪽 구경을 다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돌로 만든 장승이 서 있더라.



어쨌든, 광주광역시 시립 민속 박물관을 빠져나와서, 이제 그 유명한 비엔날레 전시를 보러 갔다. 오오...입구부터 뭔가 예술 작품이 서 있다.


응? 이것도 작품인가?


음...이것도 혹시??


설마 이것도 작품이겠...


...전시 끝났네. 2주 전에 끝난 전시였다.

(2부에서 계속)
by snowall 2009. 11. 17. 1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