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방향이 random walk을 합니다.

사람들은 항상 살아가는 이유를 찾는다. 그리고 삶의 목적이 사라지면 좌절하고, 또는 죽어버리기도 한다. 목표를 이룬 다음에 그 다음 목표가 바로바로 나타나는 사람이라면 좋겠지만, 목표를 이룬 다음에 목표가 없는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허전하거나 지루하지 않겠냐고? 글쎄?
삶에 항상 이유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물론, 난 미칠듯이 암울하더라도 해보고싶은게 너무 많아서 오래오래 살고 싶은 사람이긴 하지만.
왜 살아가느냐에 대한 대답은 50~100년쯤 뒤에, 당신이 무덤에 들어가기 직전에 대답해도 된다. 그때까지도 정답 못 찾으면 인생 헛산거고. 내일 죽을 생각은 전혀 없지만, 설령 내일 죽는다 해도 한치의 후회없는 오늘 하루를 살아간다면 좋은거 아닐까. 007영화의 한 제목처럼 "다른 날 죽어라(Die another day)"
물론 하루하루는 너무나 금방 지나가고, 허무하게 끝나버린다. 뭘 했는지 기억도 안나는데 오늘도 하루가 지나간다. 혹자는 "당신이 오늘 무심하게 보낸 하루는, 어제 죽은 사람이 그토록 원했던 내일이었다"라고 멋지게 말하지만, 이런 말을 백만번 들어봐야 어차피 하루라는 시간은 느끼지도 못하고 지나가는 법이다. 이런 허무함 속에서 후회없는 삶을 살아가려면, 상당히 견고한 정신력이 필요하다.
견고한 정신력을 키우기 위해서, 삶의 목표는 반드시 필요하다. 목적도 필요하다. 근데 그게 아무나 되는건 아니다. 최근, 뉴스에서는 유명인이든 일반인이든 가릴 것 없이 자살 소식이 난무하고 있다. 정신력 또한 근육과 마찬가지로 매일매일 단련하지 않으면 없어지는 법이다.
목표나 목적은 살아가다보면 발견하는 것이다. 오늘 실망하고 어제 좌절했다고 내가 앞으로 발견할지도 모르는 삶의 목표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복권을 사는 이유는 해보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 많은데, 그것들을 모두 이루기에 돈이 없어서, 내일에 대한 희망을 품고 지금 작은 투자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이미 목적이며 목표이다. 매일, 매주 복권을 사는 것도 사소하거나 유치한 목적이 아니며, 복권 살 돈을 모으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닌 것이다. 복권에 당첨되면 하고 싶은 일이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복권에 당첨되지 않아도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사람일 것이다.
돈, 명예, 사랑, 학문, 그 외에 모든 것. 어떤 것이든 인생 전부를 걸고 해볼만한 가치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 가치가 사라졌을때, 꺾여졌을 때 조차도 인생은 결코 끝나지 않는다. 다만, 밑바닥에서 다시 시작해야할 뿐이다. 그게 두려울지라도, "갓난아기"라는 완전 밑바닥 상태를 지난 수십년간 잘 해온 당신이다. 앞으로도 잘 해낼 것은 분명하다.
한가지 명백한건, 지금 읽고 있는 이 글은 내가 나 스스로에게 하는 얘기라는 점이다. 이 글은 현재 상황에서 두려움에 덜덜 떨고 있는 나에게 내가 던지는 응원의 목소리이다. 내가 있는 현실은 항상 갑갑하고 암울하다.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는건지 어떤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도 모르고 남들도 모른다. "넌 할 수 있을거야"따위의 위로는 씨알도 먹히지 않는거다.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실패했다. 넌 패배자다. 비웃음 당하리라.

하지만 인생은 소설이 아니다. 소설은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 그 다음은 뒷표지가 나올 뿐이다. 인생은 마지막 페이지가 없다. 그냥 사는 거다. 최선을 다하고 실패해버리는 내 이야기는, 실패로 끝나지 않는다.
할 수 있는건 전부 다 해보는 것을 "최선"이라고 한다. 누구보다도 뛰어난 것을 "최고"라고 한다. 그리고, 누구나 가능성만 있을 뿐 도달할 수는 없다. 세상 사람중 어느 한명이 최고가 될 수는 있지만, 내가 최고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누구나 최선을 다할 수는 있다.

목적없는 삶은 슬프다. 목적이 없다는 사실 자체가 슬프다. 그래서 사람들은 목표를 달성하고나면 항상 허무함에 빠진다. 그 허무속에서 새로운 목표를 찾아내는 것을 연습해야 한다. 오늘 하루가 무심하게 지나가버렸다면, 지금 향하고 있는 목표를 이룬 이후에 찾아내야 할 새로운 목표가 어떤 것인지 고민하기만 해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나를 살릴 수 있는 사람은 남이 아니다. 오직 나뿐이다.
by snowall 2007. 1. 23. 2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