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휴 기간 사이에, 의대에서 공부하는 친구의 실험실에 놀러가서 그 친구가 실험하는 걸 구경하고 왔다. 쥐에게 상처를 내고, 그 상처에 통증을 유발해서 얼마나 그 통증을 느끼고 있는지 살펴보는 실험이었다. 그 실험을 보면서 역시 난 생물학 연구는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한번 실험 하는데 7~8시간은 기본이고, 그 실험도 똑같은 일을 수십번에서 수백번 반복하는 것이 실험이다. 물론 생명체를 다루다 보니 자극에 대한 반응이 매번 똑같을 수 없기 때문에 의미있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같은 조건에서도 여러번 반복해야 하고 조건을 조금씩 바꾸면서도 여러번 반복해야 한다. 그건 생물학의 특성이 그렇다는 뜻이고, 난 생물학 연구랑은 잘 안맞는다는 생각을 했다. 문제를 발견하기보다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좀 더 흥미가 있다. 그래서 누가 질문하면 반갑게 대답해 주는 것이기도 하고. 생물학의 실험 방법중 한 사례를 지켜보면서, 내 관점에서는 흥미로운 것들을 별로 발견할 수 없었다. 그 친구 역시 예전에 했던 실험을 논문으로 내기 위해서 보강하는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쥐들이 미치지 않는 한 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다만 다른 연구자들이 믿도록 하려면 충분한 수의 결과값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계속 반복실험을 할 뿐이다. 물리학 실험도 계속해서 비슷한 실험을 반복하고 반복하지만 물리학의 실험 결과는 측정기기로부터 객관적으로 얻어낼 수 있다. 생물학 실험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살펴보는" 실험이기 때문에 실험자의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 그 부분이 흥미를 떨어트리는 부분인 듯 싶다.
by snowall 2011. 2. 8. 1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