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생은 두가지 방법으로 구현할 수 있다. 이것은 마치 열역학 법칙이 1번과 2번으로 나누어 진 것과 같다.

하나는 완전한 불사신이다. 대체로, 영화 "하이랜더"에서 나온 것과 같은 개념이다. 어떤 특정 개체가 죽음을 맞이 하지 않는 형태의 영생이다. 인간의 경우에는, 노화가 오거나, 죽을 병에 걸리거나, 죽어야 하는 조건을 맞이하는 경우가 있다. 늙지만 않아도 꽤 괜찮은 영생을 얻을 수 있다. 이 방법을 알아내기 위하여 생명과학자들이 노화의 근원을 연구하는 중이다. 그중 하나의 성과는 유전자 복제 과정에서 짧아진다고 알려진 유전자 말단의 "텔로미어" 부분이다.
http://news.dongascience.com/PHP/NewsView.php?kisaid=20091006200000024490&classcode=011711

유전자 복제가 항상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세포가 오작동하는 일은 없고, 따라서 노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노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늙어 죽을 일이 없다.

이 글에서 생각해 보고 싶은 것은 다른 방법인, 정보의 복제이다.

예전에 어떤 책에서 이런 내용을 본 적이 있다.[각주:1]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모든 생각을 담은 (상상속의) 책을 만들었다고 하자. 이 책을 읽으면 아인슈타인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은 매우 느리게 작동하는 아인슈타인의 뇌와 같다.

여기서, 영생으로서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생각"이다. 사후세계에 대한 이야기 역시, 영혼이 있어서 죽음 이후에도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사상 때문에 등장하였다. 생각을 할 수 없다면 그것은 죽음과 같다.

아인슈타인의 책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은 아인슈타인이 살아있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아인슈타인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에 대한 내용 역시 아인슈타인의 책에 적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책과 아인슈타인 본인은 서로 다른 개체이다. 아인슈타인의 책은 아인슈타인과 동일한 생각을 하고 같은 질문에 대해 같은 대답을 주는 동등성은 있으나, 실제로 서로에게 물어보면 책과 본인은 서로를 다르게 인식할 것이다. 적어도, 책은 본인을 같은 개체로 인식할 수 있어도 본인은 책을 다른 개체로 생각할 것이다.

생물학적 노화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여 영생을 얻는 경우, 위와 같은 개체 동일성에 관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자신은 자신으로서 독립적으로 존재하니까. 그러나 인체의 생물학적 노화를 막는 방법은 쉽지 않다.

반대로, 정보 복제를 하여 아인슈타인의 책과 같은 방식으로 영생을 얻는 경우, 개체 동일성에 관한 문제가 발생한다. 물론 인공지능 기술이 아직 덜 발달되어 인간의 뇌에 있는 정보는 물론이고 뇌 자체를 흉내내는 것도 초보적인 수준이다.

자신의 뇌를 복제하여 독립적인 개체로 만들어 내는 순간, "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나"+"나"가 된다.
어떻게 하면 나를 확장할 수 있을까?

이에 관해서는, 나중에 생각나면 생각해 보도록 한다.
  1. 출처를 찾게 되면 표시해 두도록 하겠다. [본문으로]
by snowall 2011. 5. 8. 15: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