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의 로망, 낭만, 꿈, 그 무엇! 바로 시간여행. 영화 "백 투더 퓨처"를 보면 주인공이 과거로 가서 자기 아빠를 만납니다. 그런데, 자기 엄마가 자기를 좋아하게 되어 버려서 자신의 존재가 부정되는 위험에 빠집니다. 그래서 찌질이 아빠를 엄마랑 엮어주기 위해서 갖은 삽질을 하는 것이 영화의 내용이죠. 안타깝게도 제 아들놈은 미래에서 날아오지를 않네요. 이자식...


그 건 그렇다 치고, 그래서 과거로 가는 시간여행은 수많은 문제와 역설을 만들어 냅니다. 그중 대표적인 문제 중 하나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되돌아간 사람이 자신을 죽여버리는 경우입니다. 여러 해석이 가능한데, 1. 그러므로 시간여행은 말도 안된다. 2. 자기 자신을 죽인 그 순간 우주가 평행우주로 갈라진다. 3. 자기를 죽인 순간 자신도 없어진다. 4. 뭔 개소리냐.


어 떤 해석이 맞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그건 타임머신을 개발한 다음에 생각해 봅시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저는 앞에서 지금까지 썼던 글을 마무리 지을 수 없게 됩니다. 자신이 과거로 되돌아가서 과거의 자신을 만난다면, 동시간대에 자신이 둘 존재하는 경우이고, 따라서 "나의 복사" 문제에 해당되기도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앞 에서 얘기한 3가지 해석 중 어느 것을 채택하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매우 오묘하게 되는데요, 여러 해석 중에 과거를 바꾸면 미래도 변한다는 3번 해석을 채택 해 봅니다. 그럼, 일단 과거의 나는 미래에서 온 나를 만났어요. 그럼 과거의 나의 관점에서는 또다른 나를 만난 거예요. 그럼 그것을 "나"로 인식할 수 있을까요? 이것은 아마 잘 안될 겁니다. 솔직히 말해, 내가 "나"로 인식하는 것은 현재의 [현상]이지 과거나 미래와는 상관이 없어요. 즉, 지금 이 순간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나"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제 관점이지 보편적인 생각이나 인정받는 주장은 아닙니다. 과거의 나의 관점에서는 아무리봐도 미래에서 온 나는 타인으로 간주됩니다. 미래에서 온 나의 몸을 내가 맘대로 조종할 수도 없고, 미래에서 온 내가 아파한다고 해서 현재의 내가 아프지는 않을 테니까요.


미 래에서 온 나 역시 과거의 나를 "나"의 일부나 그 자체로 느끼지는 않을 겁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과거의 내가 아파한다고 해서, 아팠던 기억은 남아 있겠지만 지금 당장 아프지는 않을테니까요. 물론 과거의 내가 느끼는 생각이 그대로 자신의 "옛 추억"에 떠오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기억 속에 남아있는, 어떤 환상 같은 것이지 현재 느끼고 있는 "나"라는 인식에 속하지는 않습니다.


사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세간의 인기를 잠깐 끌었던 화제의 소설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에 아무도 눈치 못채게 등장합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나름 외계인 나가토 유키는, 사실 정보 생명체인데, 뭐 어쨌거나 시공간을 넘어온 자신에 대해서 미래에서 왔든 과거에서 왔든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는 존재입니다. 이 아가씨의 경우는 존재 자체가 특이한 경우라서 그렇긴 하지만, 어쨌든 시공간을 넘어온 자신을 자기 자신으로 인식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이런 상상 많이 하잖아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서 가장 알려주고 싶은 미래의 진실. 로또번호.


그런거, 과연 말해준다면, 나는 그 말을 믿고 자신을 바꿔나갈까요?


by snowall 2012. 7. 1. 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