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는 문단이 한 두 문장 정도로 끊어지기 때문에 문단 단위가 아니라 그냥 하고싶은 만큼 단위로 잘라서 해석해 보자. 니들 다 좀비야 네번째.


He had a load on, and his face showed that he despised people more than usual. Silently I poured a double shot of Old Underwear and left the bottle. He drank it, poured another.


I wiped the bar top. “How’s the ‘Unmarried Mother’ racket?”


His fingers tightened on the glass and he seemed about to throw it at me; I felt for the sap under the bar. In temporal manipulation you try to figure everything, but there are so many factors that you never take needless risks.


다시 하나씩 살펴보자.


He had a load on, and his face showed that he despised people more than usual. Silently I poured a double shot of Old Underwear and left the bottle. He drank it, poured another.


첫번째 문장은 and로 이어진 중문이다. had on은 뭘 들고 있다는 뜻인데, a load니까 어떤 짐을 들고 있다는 뜻이다. 이 짐이 뭔지는 잘 모르겠다. 쉼표를 찍고 and를 붙였으니, 문장이 이어진다. 그의 얼굴이 뭔가를 나타내 준다는 뜻이다. show는 보여주다, 나타내다는 뜻이다. despise는 경멸한다는 건데, 목적어로 people이 쓰였으므로, 이 친구는 모든 사람들을 다 경멸하는 표정을 보여주고 있다는 뜻이다. more than usual이니, 다른 사람들보다 더 그렇게 보여주고 있다. 얘는 대체 뭐가 잘났길래 다른 인간들을 그렇게 경멸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Silently는 "조용하게"라는 뜻의 부사이다. 나는 조용하게 a double shot을 잔에 따라 주었다. 여기서 a double shot은 우리 말로 하자면 "샷 추가"다. 까페에서 커피 시킬 때 에스프레소 더블 샷 할때의 그 더블 샷이다. double은 두 개니까 복수로 생각해야 할 것 같지만, 사실 double은 "두 개"가 아니라 "두 배"를 나타내는 말이다. 두 개였다면 two를 썼겠지. 하나의 샷은 대략 소주잔 한잔 정도를 뜻한다. 술 이름이 웃긴데, "오래된 속옷"이라는 이름의 술이다. 대문자로 시작했기 때문에 고유명사인데, 설마 오래된 속옷 두벌을 갈아마셨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리 초현실적인 SF소설이라 해도 상식은 지키는 법이니까.
그렇게 두 잔을 따라주고 술병(the bottle)은 left했다. left는 당연히 leave 동사의 과거형이다. 왼쪽에 두었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곤란하다. and로 묶여 있기 때문에 앞에 주어 I와 이어지는 동사이다. 어쨌든, 술병은 그냥 옆에 두었다는 뜻이다. 그는 그걸 마셨고, 한잔 더 따라두었다. 왜 and같은 등위접속사 없이 쉼표로 바로 동사가 이어지냐고 물어볼 수도 있는데, 그냥 그런가보다 하자.


그리고 바를 닦으며 물어본다. “How’s the ‘Unmarried Mother’ racket?” 이제 그 미혼모 드립은 안치냐는 뜻이다. racket은 테니스나 탁구 같은데 사용하는 라켓이 맞다. 그리고 또 다른 의미로 시끄러운 헛소리라는 뜻도 있다. 그러니까, 미혼모라는 뻘소리는 이제 안하는 거냐는 질문이다. 남자가 자꾸 자기가 미혼모라고 주장을 하니까 비꼬아 보고 싶었겠지.


그러자 발끈한 이 미혼모 아저씨, 술잔을 집어서 확...

His fingers tightened on the glass and he seemed about to throw it at me; I felt for the sap under the bar.

tighten은 꽉 조인다는 뜻인 tight의 동사형이다. 즉 tight하게 만들다는 뜻이다. 비슷한 단어들로 lessen, lighten, sharpen같은 단어들이 있다. 그래서, 그 손가락이 술잔을 꽉 붙들더니, 그가 seemed about to했다. seem은 "그런것 같아 보인다"는 뜻인데, about to는 "그럴려고 했다"는 뜻이다. 즉, 붙여서 해석하면 "그럴려고 했던 것 같아 보였다"는 뜻이 된다. 뒤에 throw가 있기 때문에, 그는 술잔을 꽉 붙들더니 그걸 나한테 확 집어던질 것 처럼 자세를 잡았지만 던지지는 않았다는 뜻이 된다. 다행이다. 아직 안 던졌다. 뒤에 나오는 세미콜론은 등위 접속사 5개(and, but, or, so, for)중에서 적당히 하나 골라 잡아서 해석하면 되는데, 여기서는 so의 의미로 해석하면 된다. 그리고 느낀 것이 그 바 아래에 숨을 만한 공간(the sap)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자꾸 과거형으로 문장이 서술되는데, 대체로 소설은 과거형으로 서술한다. 우리나라 소설도 대부분 작가가 해주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작가가 전해주는 옛날 이야기라는 점에서 과거형이 된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예언을 소설로 쓰지는 않는가 말이다.


In temporal manipulation you try to figure everything, but there are so many factors that you never take needless risks.

이번에는 문장이 부사구로 시작한다. In temporal manipulation은 "시간을 조작할 때"이다. 그럼 treat time같은 구문이 나와야 하는거 아니냐고 물어볼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 temporal은 첫시간에 말했듯이 time의 형용사형이고, manipulation은 뭔가를 다루고 조작하는 일이다. 그래서 "시간 조작"이 된다. 형용사+명사를 동사+목적어로 다시 바꾸어 본다면 temporal manipulation = manipulate time 정도가 되겠다. 여기서 "조작"이라는 말의 뜻이 기계를 작동시키고 그런 뜻도 있지만, 기록을 바꾼다거나 하는 등의 조작을 뜻하기도 하다는 점을 유의해 두자.

그 뒤에 나온 문장은 오래간만에 만나는 현재형 문장이다. 왜 이 문장은 현재형인가? 현재시제는 지금 당장 일어나고 있는 일을 설명할 때도 사용하지만, 여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되는 사실에 대해 이야기 할 때에도 사용한다. 그리고, 시간 조작에 시제가 뭔 소용일까.

그래서, 뭘 하려고 해야 하냐면, 모든 것을 figure하려고 해야 한다. 평서문의 형식을 갖고 있지만, 은근히 명령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이유는 주어가 you이기 때문이다. 그 뒤에 반댓말이 이어지기 때문에 but으로 이어져 있다. there are는 유도부사 구문으로, there는 사실 주어가 아니고 뒤에 있는 so many factors가 진짜 주어이다. there는 부사인데, 왜 주어 자리에 들어가 있느냐 하면, be동사가 혼자 앞에 오기 부끄럽다고... 괜히 끌고 왔기 때문이다.


어쨌든, be동사의 가장 기본적인 뜻인 "있다"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경우에는 유도부사를 사용해서 저렇게 주어와 동사의 위치를 바꾸어 be동사가 앞으로 오도록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물론 "so many factors are"라고만 해도 말은 되는데, 이 경우에는 "있다"라는 뜻보다는 "무엇이다"라는 뜻으로 해석할 준비를 우리 뇌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그 뒤에 장소나 위치를 나타내는 부사구가 있어서 "있다"는 뜻을 확실히 나타낼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유도부사를 be동사가 주어 앞으로 오도록 하는 것이 좋다. 장소나 위치가 없거나 알지 못하더라도 "존재"할 수는 있는 법이니까.


그 factors에 관한 설명이 관계대명사 that을 사용하여 이어지고 있다. that은 그냥 형용사절을 이끌어 주는 매우 편리한 접속사이다. that절의 never는 "절대로 그런 일이 없다"는 뜻의 강한 부정이다.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무튼 여기서는 문맥상 부정하는 뜻이다. needless는 needles와 구분해야 한다. needless는 "불필요한"이라는 뜻의 형용사이고 needles는 "바늘들"이라는 뜻이다. 어원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뜻도 완전히 다르지만 s하나 차이로 철자에서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게 되었다. 발음은 "니들-리스"와 "니들스"로 확실히 구분되므로 들을 때 오해할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그렇게 불필요한 위험을 가져가지(take) 않아도 되는 그런 factors가 아주 많이 있다는 뜻이다. 그냥 많은 것도 아닌, 아주, 많이.


(다음 시간에 계속...)

by snowall 2013. 3. 17. 1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