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이런 생각은 내가 하기 전에 많은 사람들이 했을 것이고, 특별할 것도 없는 보편적인 생각일 것 같다. 그렇지만 찾아보기 전에 생각을 정리해 두자.


만약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종교인이 다 사라지고, 모든 종류의 경전과 종류를 막론하고 종교와 관련된 모든 정보가 사라진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한 500년 정도 지났다고 치자.


종교는 다시 나타날 수 있을까?


아마 종교는 다시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그 형태는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같지 않을 것이다. 유일신교, 다신교, 무신교 등 종교의 분류는 비슷하게 할 수 있더라도 지금 종교인들이 중시하고 있는 가치나 세계관 등은 전혀 다를 것이다.


만약 모든 종교가 다 사라지고, 날으는 스파게티 괴물교에 관한 정보만 남았다고 하자. 날으는 스파게티 괴물교는 명백히 최근에 인간이 만든 작위적인 종교이다.


그리고 한 500년 정도 지났다고 치자.


아마 종교인 중에는 하루에 한끼 이상은 라면을 먹는 독실한 신자가 있을 것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라면의 장점을 언급하며 열렬히 전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전에는 스파게티와 라면을 사랑했지만 허위라는 것을 알고 더이상 좋아하지 않게 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한 1000년쯤 지나면, 라면을 먹지 않는 사람을 마녀나 악마로 몰아서 라면에 넣고 끓여버릴 수도 있다. 복음서에 그런 말씀이 전혀 없다고 하더라도.


언제든지 똑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사실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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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소중한 가치가 있고, 그것을 가치있게 여기는 것은 매우 주관적인 일이다. 자신이 그것을 아무리 보편적인 진리라고 생각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주관적인 관점에서의 보편적인 진리이다. 


만약 '남에게 자신이 가치있는 일을 똑같이 가치있게 하도록 하는 것'을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자신이 그것을 아무리 가치있게 여긴다 하더라도 타인의 관점에서는 전혀 가치가 없는 일일수도 있다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이건 희망사항으로 끝날 것이다. 내가 만난 사람 중, 위와 같이 생각하는 사람 중에서 자신의 가치관을 고친 사람은 아직 한명도 보지 못했다. 앞으로 만날 것 같다는 기대도 하지 않는다.


인간이 존재하지 않으면 사라져버리는 종교는 결코 불변의 진리가 될 수 없다. 그걸 자신이 가치있게 생각하고, 그것을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말릴 생각이 없지만, 아무리 깊이 생각해도 내가 생각하기엔 전혀 가치가 없는 것들인데, 왜 그런 사람들은 나에게 자신과 마찬가지로 그것을 가치있다고 여기면 좋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오히려, 나는 너무 그런 말을 듣다보니 반감을 넘어서서 혐오증이 생길 정도로 싫어지게 되었다.


그러니까 자신의 종교를 타인에게 강요하는 것은 나쁘다는 뜻이다. 모태신앙도 사실 강요의 한 종류로 보이는데, 그건 아무튼 본인이 그다지 거부감을 느끼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내가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by snowall 2013. 10. 8. 1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