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블로그를 찾게 되어 질문을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현재 고3 학생이며 수능이 끝나고 수시 발표를 기다리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 해의 입시는 제 생각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물리학도가 되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생각에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대, 포항공대 등등에 지원했으나 다 떨어지고 유니스트만 1차를 붙어 시험을 치러 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 질문을 드릴 것이 있습니다.

1. 유니스트는 자연 과학에는 중점을 두지 않는 학교인데, 제가 본 바로는 올해부터 과가 신설되고 강의도 많이 개설 된다고 하던데 그렇다면 유니스트를 지원하는게 낫나요?

2. 제가 생각하는 만큼 입시에 성공하지 못했는데, 물리학을 함에 있어서 학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논문이 중요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재수하는 것보다 합격하게 된다면 대학을 다니는 것이 나을까요?

3.저는 유니스트를 가게 된다면 편입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입학 발표가 나면 한해동안 준비해서 1학년 마치고 가려고 합니다. 그리고 편입을 하면서 장학금의 루트도 알아보고 있는데, 장학금은 정말 문이 좁다고 알고 있습니다. 저희집은 고등학교 학비도 감당하기 힘들어서 쩔쩔매는데 이게 실행 가능한 계획일까요?

4.만약 편입을 하게 된다면 영영 한국을 떠나고 싶습니다. 영주권도 다른 나라로 발급받고 싶고요. 그렇다면 군대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되나요?

5.저는 가정 형편도 좋지 못하고, 성장환경도 다른 아이들과 달라 힘든 청소년기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신이 이런 조건을 주는 것은 다 뜻이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묵묵히 이겨냈습니다. 그런데 이번 입시에서 부모 잘만나서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면서 성적 그런대로 유지하고 스펙 쌓고, 그러면서 피시방이나 가고 게임하면서 설렁설렁 공부하는 친구는 대학에 다 붙고 저는 다 떨어지면서 정말 물리를 하게 된다면 이런 일이 많나 하는 제 삶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제가 물리를 하게 된다면 이런 상황이 많나요? 이럴 바에는 차라리 재수를 해서 의대를 가는 것이 나을까요? 
6. 부산대 물리 교수님이 제 고등학교 선배이신데, 어제 상담을 받으러 갔습니다. 상담을 받다보니 여러모로 도와주시고 유학갈 때에도 제가 열심히만 한다면 추천을 해주신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유니스트를 포기하고 부산대를 가는 것이 낫나요?

초면에 이런 질문들 많이 당황스러우셨을 겁니다. 그런데 이런 말을 솔직히 털어놓을 사람도 없고, 부모님은 도움이 안되고 걱정만 하시고, 세상은 저를 버린것 같은데 물리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겟습니다. 자주 아픈 몸으로 배를 부여잡고, 감기 걸리면 이불까지 뒤집어 써가며 공부하고 원하는 대학에서 물리를 밤새도록 공부하는 상상을 수백번도 넘게 했는데 현실은 달랐습니다. 굳게 믿고 있었던 삶에 대한 의지가 흔들려 한번씩 저의 삶이 무가치한 것인가 하는 고민도 하게 되고, 꿈을 이어나가야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제발 도와주세요 [비밀댓글]

  • snowall 2013/11/14 19:42 EDIT/DEL

    1번은 제가 그 학교에 아는 사람도 없고 다녀본적도 없고 해서 사실 잘 모릅니다. 그러나 어쨌든 당장 다른 이유가 없다면 1차 합격한 곳에 시험보러 가서 최선을 다하세요. 그건 그 자체로 좋은 경험이고, 대학에 일단 가서 공부하는 것도 좋은 일입니다. 전공이나 학교와는 상관 없이 일단 가보는 것도 좋아요.
    2. 학교는 중요하지 않지만, 주변에 친구들이 실력이 좋을수록 자기도 열심히 하게 됩니다. 어쨌든 중요한건 실력입니다. 주변 친구와 관계없이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어요. 
    반수하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 알아보세요. 
    3. 장학금 받는 것의 실행 가능 여부를 떠나서, 집안이 어렵다면 어쨌거나 대학 다니면서 이래저래 힘듭니다. 가능하면 학비가 싼 곳으로 가세요. 그런점에서는 1번에서 말한 학교가 괜찮겠죠. 물리학을 하고 싶으면 학사 졸업하고 대학원을 좋은곳으로 가면 됩니다.
    4. 이민가려면 일단 군대는 다녀와야 하고요. 목표로하는 국가의 언어도 새로 배워야 합니다. 그리고 그쪽에서 영주권을 얻으려면 그 나라에서 취직을 해야겠죠. 대학을 해당 국가로 간 후, 10년정도 살다보면 아마 영주권 나올거예요. 이건 저도 잘 모르는지라 보다 전문적인 분들의 상담이 필요할 것 같군요.
    5. 자신의 성공을 남들과 비교하지 마세요. 공부의 재미는 남들보다 잘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실을 배우는 것에 있어요. 남들 다 붙는데 나는 떨어졌다는 사실은, 남들이 놀았건 열심히 했건 내 실력이 그에 못미친다는 뜻입니다. 
    6. 카이스트에도 부산대에서 온 많은 대학원생들이 있습니다. 절대적으로 어느 학교가 좋다, 나쁘다는 말은 할 수 없지만, 부산대로 가는 것이 결코 나쁜 선택은 아닙니다.

    음...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닌 것 같지만. 일단 위와 같군요.

    물리에 대한 열정이 깊은 학생으로 보이는데, 만약 그 열정을 수십년간 유지할 수 있다면 반드시 성공합니다. 그런데 이건 해보지 않으면 몰라요.
    현실은 항상 내가 믿고 있던 것과 다르죠. 내가 상상하던 것과 현실이 다를 때 지옥이 펼쳐집니다. 그 생지옥 속에서 한걸음씩, 차근차근 앞으로 나가는 거예요. 한단계 진보할때마다 죽을만큼 아픈데, 앞으로 나가지 않으면 현실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겠죠.
    물리학을 정말 하고싶다고 믿는다면, 더이상 하고싶지 않을 때 까지 밀어붙이세요. 학부는 물리학과 나오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딱히 취업률이 낮은것도 아니니까.

    이래 써놓고 보니, 부끄럽네요. 그 열정을 저도 다시 피워올려야하는데...ㅎㅎ
    좀 더 자세한 내용이 필요하다면 이메일로 보내세요. snowall@kaist.ac.kr



    우선 이렇게 꽤나 진지하고 시간을 잡아먹는 질문에 친절하게 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메일을 드리는 이유는 역시 제가 물리를 계속 해야되나 말아야 되나를 물어보기 위함이겠죠.

     

    제가 물리학을 하고 싶은 이유는 저의 생각 방식입니다. 저는 항상 왜그런지 생각하고 깊이 탐구합니다 이건 일반적인 친구들처럼 자소서에 쓰는 그런 것들이 아니더라구요. 제가 말을 한쪽에서 하고 있으면 다른 쪽에서는 다른 생각이 자동적으로 듭니다. 어떤 행동을 하면 그것이 초래할 것들, 예를 들어 무슨 행동을 하게 되면 이게 훗날 어떤 사람의 마음을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끌겠구나 하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듭니다. 나중에 그것을 의식적으로 알아차릴 때가 많구요. 그런데 이런 생각은 무엇을 탐구할 때에도 계속 들더라구요. 뭐를 하면 머리의 한쪽에서는 지속적으로 다른 의문이라던지, 방식이 떠오릅니다.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좋고, 하나에 깊이 빠져드는 것이 좋습니다. 이 세상 그 어떤 것에서도 이런 흥분을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마치 게임 중독 처럼요 그래서 물리를 하면 새로운 이론을 발견하고,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에 있어 나와 맞는 삶을 살 것 같았습니다. 물론 물리쪽으로도 흥미가 있었구요. 물리를 배우면서 자연 법칙이 이해가 되는 것이 정말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물리를 하면서 주변의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것은 정말 그런데 이번 입시를 겪고 나서 뭐가 하고싶은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선천적으로 몸이 약한 편이라 잔병치례를 많이 하고, 위장이 좋지 않아서 공부하는데 많은 에러사항이 있었습니다. 집안 형편도 좋지 않았고, 자주 이사를 다녀서 또래 친구와의 접촉도 얼마 없어 성격도 뒤틀렸습니다. 마치 이런 상황에서 보상을 원하듯 간헐적으로 분노조절이 안될 때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꿈을 쫓으면 삶에 빛이 들것이라는 일념으로 이를 악물고 공부하였습니다. 서울대나 포스텍, 카이스트 캠퍼스에서 밤새도록 물리 수식을 칠판에 써놓고 공부하고, 밥도 안먹고 며칠동안 연구에 몰두하는 상상을 수백번 하면서 잘 될것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제 생각과는 달랐습니다. 제가 실력이 부족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제게 좌절감과 분노를 준 것은 좋은 부모 만나서 좋은 환경에서 어렸을 적부터 과고 준비하면서 선행학습 해둔 것들로 고등학교 초기부터 두각을 보이면서 그거에 자만해 설렁설렁 공부하면서 피시방 가고 떙땡이 치면서도 그럭저럭 성적 유지하고 스펙 쌓으면서 학교의 기대를 받은 친구들이 하나 둘씩 합격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가 나사에 들어가고 싶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들었을 때에, 그 친구의 상황이라면 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과 삶의 불공평에 대한 분노를 동시에 느꼈습니다. 기회만 준다면 죽어라 할 자신이 있는데, 내가 원한 것도 아니고 안좋은 조건에서도 이를 악물고 했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오니 삶의 뿌리가 흔들리는 느낌이었습니다. 당연히 꿈에 대한 믿음도 흔들렸습니다. 그래서 지금 저는 멍한 상태입니다. 재수도, 면접도, 대학 입시도, 그냥 한번씩 잠자다가 생을 마감했으면 하는 생각도 합니다. 차라리 재수를 해서 의대를 가서 저처럼 몸이 약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생각도 합니다. 물리를 하는 것보다는 안정적이고 사회적으로도 인정받으니까요.

    하지만 또 마음 한켠에는 꿈을 포기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또 다시 발걸음을 내딛기에는 현실이 더럽고 치사하고 저를 다시 내던지는 느낌을, 내 노력이 아닌 이러저러한 말도 안되는 벽에 가로막혀 기회를 빼앗기기도 싫습니다.

    현재 저는 감정적으로 매우 주관적인 상태입니다. 현재 물리학을 공부하시는 분으로서 저에게 객관적으로 어떻게 해야할 지를 조언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이렇게 전체적으로 제 생각을 누구에게 전한 적은 없었습니다. 나중에 대입 끝나고 상담을 받으려고는 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하게 될 둘은 몰랐네요.

    사실 너무 장황한 글이고 공부하기 바쁘실텐데 이런 글을 볼 시간도 없으실거 잘 압니다. 그냥 한번 보시고 대답을 할 만한 상황이면 해 주시고 아니면 그냥 읽고 넘기세요. 그냥 이 블로그를 찾고 글쓴이께서 쓰신 답변이 너무 반가워서 이런 글을 쓰네요.

     

    그리고 추가적으로 만약 물리학쪽으로 결심을 굳히고 대학에 진학하게 된다면 제가 외국 대학으로 편입을 하려고 합니다. 장학금을 받으려면 어느 정도로 뛰어나야 하나요? 학점 잘따면서 운동하고, 동아리는 자기계발에 투자하면서 추가적으로 시험과 에세이 정도가 있는 걸로 아는데 이 이상으로 어떤 준비를 해야 하죠? 교수님 연구실 기웃거리면서 허드렛일 하면서 연구하는 데에도 참여하는 식으로 해야 하나요?

     

     

     

     장황하고 두서도 없고 공부하느라 힘드실텐데 얼굴도 모르는 얼라 글에 답해주시면 좋겠지만 또 부담이 되시면 답변 안하셔도 됩니다. 그냥 쓰고 나니 제 생각이 정리가 되네요. 하지만 답이 안나오는건 마찬가지네요 ㅎㅎ.. 그냥 이런저런 생각들이 멍한 상태로 또 지나가는것 같습니다. 만약 이 부분까지 읽으신다면 제 글을 다 읽으신 거겠지요. 그렇다면 정말 감사합니다. 또 초면에 무리한 부탁을 해서 죄송합니다.

    안녕하세요, 남기환(snowall)입니다.

    물리학계에 열정있는 사람이 올 수 있다면 그만큼 좋은 일이 없죠. 물론 강력한 경쟁자가 늘어날테니 밥줄에 신경써야하는 것도
    있지만, 물리학의 발전에는 충분히 도움이 될거예요.

    일단 마지막 부분부터 얘기하죠.
    외국대학 편입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외국대학 신입생으로 처음부터 유학을 가거나, 국내대학 졸업후 대학원을 외국으로 가는게 더 나아요.
    transfer라고 하는데, 미국의 경우 외국에서 온 편입생을 받는지 잘 모르겠어요. 한번도 들어본적이 없네요. 그리고 그
    외에 다른 나라는 더 모르겠구요. 대한민국이 우리에게는 익숙한 국가이지만, 세계적으로는 북한이 훨씬 유명합니다. Korea에서
    왔다고 하면 다들 그 가난한 나라에서 왔냐고 불쌍하게 보죠.
    그런 상황에서, 그런 유명하지 않은 나라의 대학에서 편입해 간다는건 좀 이상하네요. 그리고 미국의 예를 들면,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경우 외국인이라도 미국 대학원에 지원하는 때 토플 시험이 면제됩니다. 그런데 그걸 절반만 미국에서 다녔다고 하면,
    애매하겠죠.

    만약 영어에 자신있다면, 즉 지금 현재 상태에서 아무 외국인하고 앉혀놔도 한시간동안 웃고 떠들면서 물리얘기를 할 수 있다면
    지금 유학 가도 됩니다.

    외국 대학을 간다고 하면, 대부분의 대학이 다 그렇듯 살인적인 학비가 있습니다. 거기서 장학금을 받으려면 실력도 실력이지만,
    나만 잘난 것이 아닌 상황에서 엄청나게 노력해야 하고, 남들도 다 죽어라고 열심히 하는데 상위권 랭크를 따야죠. 거기에
    인종차별도 버텨야 합니다. 대학은 그런 점에서 좀 비추.

    대학원을 간다면 얘기가 다른데, 일단 합격할 수 있다면 학비가 면제되고 연구실에서 소정의 월급도 나옵니다. 조교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도 있고, 장학금 받을 기회도 늘어나요. (일단은 대학원생은 대학생에 비해서 그 수가 확 적으니까.) 미국
    기준이지만, 유럽이나 일본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는 않아요. 물론 인종차별은 당연히 존재하고, 한국에서 아예 손 안벌리고 다닐수
    있는것도 아니겠지만 크게 걱정해야 할 정도로 힘들지는 않다는 뜻이죠.

    대학원 유학을 가고 싶다면 일단 서울대, 카이스트, 포스텍 외에 다른 학교는 외국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걸 알아두세요. 그
    학교들 아니면 그냥 다 똑같은 조건이라고 보면 됩니다. 물론 저 세개 학교 출신이라고 해서 매우 유리하거나 그런건 아니지만,
    우연찮게 똑같은 점수인 경우 또는 이미 그 연구실에 들어간 학생중에 한국인이 있는 경우에 조금 유리할 수는 있어요.

    유학 준비할거면 일단 토플 무조건 잘해야 하고요, 영어회화도 실제로도 잘해야 해요. 학점도 당연히 상위권이어야 하고, 특히
    전공과목은 거의 A이상으로 받아야겠죠. 만약 논문을 쓸 기회가 있다면 논문에 이름을 올리는것도 좋아요. 대체로 학부생은 논문
    연구를 할만한 실력에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잘 안시켜주지만, 열심히 해서 교수님께 인정받는다면 얼마든지 연구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물리학은 엄청나게 넓은 세부분야를 가진 학문이에요. 그중에서 어느쪽으로 가고 싶은지 잘 정해야 하고, 이론과 실험중
    어느쪽으로 갈지도 고민해야돼요. 이론이라면 전산물리, 현상론, 수리물리, 기초이론 등으로 나눠지겠죠. 그 이론과 실험도 또한
    물리학 분야마다 있어요. 양자광학, 핵물리, 입자물리, 플라즈마 물리학, ... 등등.
    그거 미리미리 고민해서 대충 감을 잡아야 하고.
    이 얘기들은 당장은 뭔소린지 모를 건데, 대학교 들어가서 2학년 말에서 3학년쯤이면 감이 올겁니다.

    글을 보니까 남학생으로 보이는데, 군대 문제가 걸리겠죠?
    유학 생각한다면 무조건 일찍 다녀오세요. 그리고나서 토플이랑 GRE를 죽어라 공부해서 곧바로 유학가는게 좋아요. GRE는 미국
    대학원 입학시험이에요. 미국 안갈거면 필요 없음.
    유학 말고 국내 대학원 진학을 생각한다면, 병특이 되는 곳을 갈지 아니면 다른 대학원을 갈지 생각해야겠죠. 병특이 되는
    곳이라면 카이스트, 지스트 등이 있는데 나쁘지 않아요. 다른 대학원을 가게 된다면, 군대는 아무래도 대학원 가기 전에
    다녀오는게 좋아요.
    어쨌든 일찍 가는게 좋다는 뜻이고, 그래놓고 카이스트 오면 좀 허무하긴 해요.

    요새 물리학계는 이제 유학파와 국내파 사이의 구분은 거의 의미가 없어졌고, 무조건 실력으로 갑니다. 아니, 실력도 아니고
    무조건 실적이에요. 논문의 양과 질로 가릅니다.
    여담이지만, 서울대 물리과 교수 임용때, 서울대 출신 유학파 박사와 타대생 출신 유학파 박사 둘이 경쟁이 붙었는데 서울대
    교수들이 서울대 출신을 뽑으려고 하니까, 타대생 출신이 자기가 쓴 논문 인쇄본을 몇 박스 들고 들어와서 자기보다 저분이 논문이
    더 많다면 저분 뽑으시라고 했다는 전설적인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네요.
    하도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네이처 사이언스 그런 저널에는 논문을 내야 하고 그거 빼고도 엄청난 실적이 필요합니다.
    뉴스 보도만 보는 국민들은 네이처나 사이언스에 논문 싣는게 쉬운줄 알겠지만, 실제 연구하는 사람들은 그런데 실으면 연구실에서
    축하파티 크게 엽니다. 그리고 그 논문 주 저자는 며칠 쉬어요. (교수님은 안 쉬지만.)

    +추가
    20살 넘은 후에 병역 문제 해결 안되면 한국 국적 포기 안될거예요. 현재 이중국적자가 아닌 한 군대를 안다녀오고 이민가는건 안될듯 싶네요.
    카투사 가는건 영어 공부에 매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아주 많은 사람들이 카투사에 다녀오지 않고도 영어공부해서 유학가는걸
    보면, 뭐 그렇게까지 중요한건 아닌것 같네요.
    ROTC는 외국으로 뜨는데 매우 걸림돌인데, 졸업하고나서 5년간인가 3년간인가 의무 복무기간이 있어요. 그동안 물리학을 아예
    못하게 되므로, 유학은 포기한다고 보는게 좋겠죠. (내가 그 사이에 따로 공부해서 실력을 보존했다고 해도, 물리를 쉰
    공백기간이 공식적으로 있는 것이라 남들이 안 믿어줍니다.)
    정말 집안 사정이 안좋아서 ROTC를 선택해야 한다면 어쩔 수 없는 경우지만, 그땐 유학보다는 의무복무가 끝난 후 국내 대학원
    진학을 생각해야겠죠. 물론 국내 대학원 진학이 절대로 나쁜 선택이 아니에요. 여긴 한국인을 차별하지는 않잖아요. 영어도 잘하면
    좋지만 그렇게까지 잘할 필요는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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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앞부분에 대한 답변을 시작하죠.
    저는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과학자가 되기로 결심했고, 고등학교때 구체적으로 물리학과를 진학하기로 결심했어요. 그리고 중앙대
    물리학과 졸업, 중앙대 물리학과 대학원 졸업, 광주과학기술원 고등광기술연구소에서 전문연구요원 복무, 그리고 카이스트 물리학과
    대학원에 왔죠.
    여기까지 스스로를 끌고 온 것은 오직 하나, 물리학자가 되겠다는 꿈이에요. 저 뿐만이 아니라 여기 대학원에 온 많은 사람들이
    그런 청운의 꿈을 안고 들어왔죠.

    저도 올해 대학원에 들어왔기 때문에 나름 신입생인데, 대학원 생활은 예상보다 힘들어요. 음, 질문보낸 학생은 아직 세상에
    나가지 않았으니까 잘 모를거예요. 저도 대학원에 들어오기 전에는 기회만 준다면 죽어라 할 자신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러다
    죽겠구나... 싶어서 죽지는 않을 정도로 페이스 조절을 하고 있어요.

    저는 과학고 못나왔고요, SKY대학 출신 아니고요, 학부 성적은 좋은 편이지만 지금 나이들어서 대학원에 와서 그런지 대학원
    성적은 그냥 그러네요.

    의대를 가든 물리학과를 가든 그건 전적으로 본인의 몫입니다. 의대에 가면 훨씬 비싼 등록금과, 엄청난 양의 공부가 기다리고
    있고, 졸업 후에는 전공의, 전문의가 될 때까지 레지던트로 죽어라 일해야 해요. 물론 생명을 다루는 일이고 생명을 살리는
    일이므로 매우 중요하고, 존경받을만한 일입니다. 저는 그에 따르는 높은 보수는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그게 인생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선택해도 돼요.

    물리학과로 오면? 사실은 똑같아요. 국립대 아니면 결코 싸다고는 할 수 없는 등록금과, 정말 엄청난 공부가 기다리죠. 졸업
    후에 대학원을 가든 취업을 하든 어쨌든 삽질은 필수. 돈은 뭐 그럭저럭.

    인생은 사실 어디서 무슨짓을 해도 삽질이고, 돈은 그럭저럭 벌 수 있고, 뭐 대충 그런거에요.

    의대가 아니라면, 물리학과로 진학했다가 잘 안맞는구나 하고 다른과로 떠나도 돼요. 물리학과 사람들의 쓸데없는
    자부심(=물부심)이 있는데, 물리학보다 어려운건 없다고 하는 거예요. 대체로 물리학과에서 중간쯤 하다가 다른과로 떠난 친구들은
    그쪽에선 탑 클래스로 가더라구요.

    나쁜 얘기만 하니까 이상하죠? 물리학과 지망생이면 물리학과 진학하라고 해야 하는거 아닌가 싶죠.
    올거면 정말 힘들다는걸 알고 오는게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힘든 부분을 먼저 얘기해주는거예요.

    좋은점은? 당연히, 하루종일 물리얘기만 해도 들어주는 사람들이 가득하다는 것이겠죠? 강의도 거의 대부분 물리학만 들어도 될
    것이고. 그게 얼마나 좋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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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력 안한 친구들이 좋은 대학 가는거, 좋은 성적 내는거 부럽죠. 저도 그래요. 머리 좋은 친구도 있고, 집안이 좋은 친구도
    있고, 아니 근데 걔들은 그런 좋은것들을 놓고 왜 공부를 안한대요? 내가 그 상황에 있으면 나는 열심히 할텐데?

    안해요. 내가 그 상황에 있다면 나도 똑같이 그 친구들처럼 안할거에요. 할 것 같죠? 거의 대부분의 경우 그건 자신이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열등감과, 자기는 할 수 있다고 믿는 자만심이에요.

    주변에 그런 잘나가는 친구들이 있으면 그들과 절친을 먹어요. 저는 실제로 그렇게 살아왔어요. 왜? 나중에 위기 상황에 나를
    구해줄 수 있는 사람은 나보다 잘나가는 사람들일테니까. 나보다 덜 노력하는게 뭐 기분나쁘긴 한데, 그건 내 인생이 아니니
    그들이 노력 안하는 걸 뭐라고 할 수 없고, 잘나가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친하게 지내야죠.

    남들이 잘하는건 전혀 신경쓸 바가 못돼요. 노력을 해서 잘하든, 원래 타고나서 잘하든, 집안에 돈이 많아 고액과외를 받았든,
    뭐 어떻든. 내가 보고있지 않은 곳에서 나 모르게 공부 많이 했을수도 있잖아요?

    정말 중요한건 내가 잘해야 한다는 것이고, 남들과 비교해서 더 잘하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오직 내가 만족할 정도로 충분히
    깊이 공부해야죠. 보내준 이메일에서 당신이 좌절해야 하는 부분은, '좋은 부모 만나서 좋은 환경에서 대충 공부해서 좋은 대학
    들어간 애들보다 못했다' 부분이 아니고, 오직 '실력이 없구나' 라는 부분이에요.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 해야돼요. 오직 내가
    실력이 없다는 사실에만 좌절해야 하고, 내가 극복해야 하는건 나 자신의 실력이에요.

    뭐 걔들은 부모 잘만나서 좋은 대학 갔다가 좋은 직장 들어가서 돈 많이 벌겠죠. 아님 대학원을 가서 대충 공부해서 괜찮은 성과
    내고 어느 좋은 대학 교수로 임용될 수도 있겠죠. 그러나 실력이 있다면 그정도는 굳이 빽 없어도 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카이스트의 경우, 물리학과의 경우, 여기 계신 교수님들이 모든 면에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집안 내력과 인격적 측면 등에서
    좋은점 나쁜점 다 갖고 계시지만, 다 떠나서 유일하게 확실한 것은 실력이에요.

    뭐가 잘 안되나요? 실력이 부족한거 맞아요. 물론 '부족'이라는 부분의 기준은 밖에 있어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 필요한
    실력이라는게 있는데 그게 아직 기준에 부족한 거니까요. 그럼 어쩔 수 없어요. 더 공부해야돼요.
    "아니 이렇게까지 열심히 했는데 뭘 더 하라는 겁니까?"라고 물어보고 싶을거예요. 그러게요. 안타깝지만, 세상은 오직 우리에게
    실력을 요구하고, 열심히 하기를 원하지 않아요.

    대충 사는 좋은 환경의 다른 친구들이 앞서갔다는 것 정도로 좌절하고 분노하면 안돼요. 세상에 그보다 힘든일, 험한일,
    열받는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당장 가까운 예로, 4대강 사업하느라 들어간 22조원을 나로호 발사로 돌렸으면 수십번도 더
    쐈을텐데 그생각만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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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는 힘껏 달리다가 갑자기 벽에 부딪치면 아파요. 그런데 그렇게 아파하면서 클 수밖에 없어요.
    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 연구과정으로 들어오면서 시작된 과학자의 길에는 지도가 없거든요.
    내가 지금 하는 연구가, 실험이, 계산이, 잘 되는건지 맞는건지 틀리는건지 아무도 몰라요. 교수님도 몰라요.
    그러다가 내가 믿고 있던 실험이 틀렸다는걸 알았을 때, 수백시간 계산한 답이 틀렸다는 걸 알았을 때,
    정말 아픕니다.

    내가 뭐하자고 여기와서 삽질하는건가, 남들은 다들 직장 대충 다니면서 돈받고 여친이랑 놀러다니는데 난 뭐하러 이 지옥에 들어와서 삽질인가...

    자괴감에 빠지죠. 그렇게 된다는걸 알고 들어와도 아파요. 그걸 버텨내면서 연구하는거에요.

    현실이 더럽고 치사해 보이죠. 근데 더 무서운건 그게 끝이 아니라는 거예요. 저도, 뭐 대충 앞 내용을 들었으니 알겠지만 이제
    30살인데요, 지난 10년간 겪은 일은, 10대때 세상이 참 더럽고 치사하다는 걸 느끼고 강해져야겠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말도 안나오게 힘들었어요.
    그런데 40살 넘어간 선배들은 또 저를 보시며 아직 어리다고 생각하시죠. 인생은 정말 후덜덜 합니다.

    한가지 분명한건. 그렇게 힘든 삶이 나에게만 주어지지는 않았다는 거예요. 누구나 다 이정도 고민을 하고 살아요. 죽을것같은
    고난과 미칠듯한 고뇌 정도를 반복하며 살아요. 전혀 걱정 없어 보이는 사람들도 나름의 고민과 고통은 있어요.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그런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다들 그럭저럭 먹고살고 있습니다. 당신도 할 수 있다는 뜻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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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가장 첫 문단에 대한 답변인데요

    어차피 딱히 다른거 할게 눈에 보이지 않는다면, 그냥 물리학과에 와 보는것도 나쁘지 않아요. 어쨌든 흥미가 없는건 아니고,
    재능이 없어 보이지도 않고요.

    대학원 진학은 앞으로도 4~5년 남았으니, 그건 내후년쯤부터 고민해도 되는 거고, 일단은 대학에 들어가서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보는게 좋다고 생각해요.

    몇가지 조언을 해준다면요,
    1. 대학 가서부터는 친구들 많이 사귀도록 하세요. 최소한, 적을 만들지는 말기를. 언제 어떻게 만날지 모릅니다.
    2. 하나의 이야기를 하면서 다른 생각이 저절로 떠오르는 습관은 좋아요. 거기에, 떠오른 아이디어를 항상 메모하는 습관을
    기른다면 연구하는데 도움이 많이 될거예요. 물론 공부에도.
    3. '내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는 말해봐야 아무 도움이 안돼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들이 열심히 했다는 얘기를 듣기보단,
    남들이 삽질한 얘기를 더 재밌어 합니다. 그러니 열심히 하는건 자랑할 필요가 없고, 그렇게 쌓아둔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왔을
    때 한방에 크게 번쩍 터뜨려야 해요. 기회가 오고 안오고는 운명이지만, 기회가 왔을 때 잡고 못잡는건 실력이예요.
    4. 지금 남이 잘나가는걸 자신과 비교하지 마세요. 굳이 비교하고 싶다면, 나중에 대학원 가서 논문을 어느 저널에 내느냐,
    몇편이나 내느냐, 나랑 같은 분야인가, 그런 수준에서 비교해야죠. 그 전에는 별 의미 없어요. 그 친구가 유학을 가고 난 국내
    대학에 진학해도 비교할 필요 없어요. 논문 못쓰면 어차피 꽝입니다.
    5. 감정 조절하는거 연습하길 바랄게요. 마음 못 다스리면 이래저래 망해요. 사람들은 실력있는 사람을 만나기 좋아하지만, 성격
    이상한 사람을 만나는건 극단적으로 싫어하거든요. 본인 생각에는 가식적으로 살고싶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건 가식이
    아니라 그냥 매너, 에티켓, 그런거예요. 좋은 성격으로 거듭나기를.
    6. 위장 핑계대고 술 안마시면 됩니다.

    두줄요약
    Q: 물리를 계속해야 하나요?
    A: 하려면 하고, 말려면 말고.


    답변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네요 ㅎㅎ.. 사실 그러면서도 내심 올거라 기대하고는 있었지요

     

    우선 제 이야기를 익명으로 싣는다는 것에는 오히려 그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제 이야기가 다른 사람들에게 알릴 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여겨 주시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사실 저처럼 이렇게 복잡 다난한 청소년기를 보낸 친구들도 별로 없을텐데 공감이 안될듯도 싶어 걱정이 되기도 하네요 ㅎㅎ..

     

    본론으로 들어가서, 제가 다시 메일을 보내는 이유는 앞으로의 제 계획에 대한 조언을 받고 싶어서입니다

     

    저는 물리학 쪽으로 진로를 굳히기로 생각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방식은 지금껏 알아온 사람들과 많이 달랐고, 물리를 해야 죽을 때 후회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으니까요. 예를 들어 별건 아니지만 물리학과 교수가 되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기 위해 국문학과 교수가 학교에 강연을 왔을 때 듣겠다고 생각 하고 강의를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정말 사소한 생각의 차이인데, 이게 나중에는 조금씩 다른 결과를 만들더라구요.

     

    어쨋든 물리쪽으로 진로를 굳혔지만, 저는 서울대 포항공대 카이스트의 입시에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물리학쪽으로 죽을 때까지 연구를 하고 싶고, 제 현실을 직시하고 가장 최적의 루트를 찾고 싶습니다. 당신의 이메일을 받고 나서 최선 보다는 완벽을 위해 계획을 짜야함을 느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힘든 산을 넘어오는 삶을 살았습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많이 척박한 환경이었고(위장이 전에 안좋다고 했는데, 자주 설사하고 속쓰리고 올리고 어지럼증을 느끼고 체력적 한계를 느끼는데, 오죽하면 제가 키가 180이 넘는데 몸무게가 59kg입니다. 참 힘들더라구요) 이 환경을 이겨내 오면서 사실 제 삶은 앞으로도 이럴 것이고 계속해서 이를 극복하는 형태로 삶을 살것이라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예견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현실을 직시하고 나니 이 역시 넘어야 할 산중에 하나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실패를 하지 않기 위해 몇가지 알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이공계 탑인 서,포,카 가 아니면 대학원 입학에도 불이익을 받나요? 그리고 저는 미국에 가서 그곳에서 시민권을 받고 계속 연구하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현지에서 결혼하는 방법 외에 어떤 방법이 있나요?

     

    그리고 유니스트생 중에서 mit로 갔다는 말을 입시 설명회에서 사정관님께 들은 적이 있는데(아마 유니스트 졸업하고 간게 아니라 학부생으로 편입을 했다는 소리 같은데) 편입을 하려면 얼마나 뛰어나야 하나요? 1학년이 논문을 쓸 정도의 전문성을 갖춰야 하나요?

    마지막으로 서,포,카를 안나오고도 외국에서 인정받는 분들이 있나요? 외국에는 전례가 많지만 대한민국에는 대부분 서울대 출신들이 다 장악하고 있던데, 외국으로 나가면 실적으로 인정받나요?

    후속 질문이 많네요.

    일단 외국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실력 위주로 뽑습니다. 한국에서 명문대를 나왔다는 것이 '첫인상'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는 있을지 몰라도, 결국은 실력과 실적이 안되면 내보내죠. 어떻게 보면 잔인해 보일 정도로 실력, 실적을 요구합니다. 

    미국의 예를 들자면, 미국 대학 교수들도 대체로 명문대 출신들이 많이 뽑히긴 하지만 명문대 출신이 아니어도 크게 신경 안씁니다. 실력이 있나 없나만 보죠. 여기서 명문대란 미국의 명문대입니다. 서울대는 대략 세계 50위정도, 카이스트는 80위, 포항공대는 100위정도 하는 것 같네요. 굳이 그런거 신경 안써도 돼요. 오히려 미국을 갈거라면. 한국에서 명문대라고 하는 곳이라고 해도 미국의 중상위권 주립대 정도 됩니다. 

    유니스트 학생이 MIT로 갔다면 그건 편입이 아니라 SAT를 봐서 신입학을 했을 거예요. 어쨌든 미국 대학은 SAT성적도 보긴 보지만 그건 현재의 학생의 성취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보고, 미래의 가능성을 보기 위해서 자기소개서나 다른 대외활동을 많이 봐요. '뛰어나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장할 가능성이 보인다'도 중요하죠.

    미국 시민권 얻는건 미국에서든 어디서든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직장에 취업하면 영주권이 나오는데 그걸로 5년간 살고, 그때 시민권 신청하면 되는걸로 알고 있어요. 이민 관련해서는 미국 이민국에 (영어로) 잘 설명되어 있으니까 꼼꼼히 읽어보면 됩니다. 그게 아직 이해가 잘 안된다면 이민하기에 충분한 영어 실력이 안된다는 뜻이니까 영어공부 열심히 해야겠죠?

    건강 문제와 관련해서는 잘 관리하라고 하는 것 외에 조언해줄게 없네요. 가능하면 정확한 진단을 받아서 아픈 부분을 최소화 하고, 생활습관을 잘 들여서 건강하게 살기를 바랄게요. 공부하는데 건강 무너지면 원치 않게 실패할 수도 있으니까 건강관리에 신경쓰세요.

    그리고 중요한 얘기를 하려는데요,
    성공하는데 최적의 루트같은건 없어요. 옛날에도 없었고 지금도 없어요. 알면 제가 그렇게 갔겠죠.
    '실패를 하지 않기 위해서' 무언가 조언을 구하고 있는데, 그건 저도 몰라요. 
    실패하지 않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도전하지 않는 것 뿐이거든요.

    실패하기 싫으면 안하면 돼요. 하지 마세요.

    우리나라는 뭐 실패하면 죽는것처럼, 망하는 것처럼 얘기해서 도전을 방해하는데
    심지어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실패하면 죽는다고 해도,
    결국 실패하지 않는 방법은 오직 도전하지 않는 것 뿐인데 어쩝니까?

    자꾸 서울대, 포항공대 얘기를 너무 많이 해서 좀 거슬리는데, 물리학 공부하는데 학벌은 거의 중요하지 않아요.
    만약 인생의 목표가 '성공', 특히 그중에서도 '남들이 말하는 성공'이라면 물리학과를 오면 안되죠. 남들이 말하는 성공 루트 따라가면 돼요.

    수능 성적이나 자기 스펙에 비춰서 일부러 낮은 대학을 갈 필요는 없지만, 남들이 말하는 소위 '최상위권 명문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 재수, 삼수하는건 시간낭비예요. 차라리 학부를 빨리 졸업해서 대학원을 좋은데로 가세요. 
    소위 말하는 '지잡대' 정도만 아니라면, 나머지는 실력과 노력으로 커버할 수 있어요. 

    주변에 설렁설렁 공부한 친구들이 대학 쉽게 가고, 쉽게 성공하는 것 같아 보여서 부러워요? 걔들도 그만큼의 노력은 해요.

    진짜 천재들은 그런 수준이 아니라, 학생이 고민하고 있는 나이에 대학원 들어가서 20살에 박사학위 받고 성과 냅니다. 그런 외계인들 수준에서 보면 이 대학 가느냐 저 대학 가느냐 재수하느냐 고민하는건 정말 보잘것 없는 고민이에요.

    저는 중앙대학교 물리학과에 합격한게 고3때 6월달이었는데, 당시는 수시모집 합격후에 포기할 수 있었어요. 담임선생님이 조금만 더 공부하면 연대나 서울대 노려볼 수 있을거라고 포기하고 정시 가라고 했는데 저는 별다른 고민 없이 중앙대 갔어요. 물리나 수학이 아닌 다른 공부를 더 하느니 물리를 공부하는게 더 재미있는 일이었고, 결과적으로 지금 카이스트 대학원까지 어찌어찌 잘 왔잖아요?

    집안 형편상 학비가 저렴하거나 면제되는 곳이 서울대, 카이스트 등 학교라서 언급한것이라면 오해한 부분이 있고 사과하고 싶지만
    만약 학벌에 얽매여서 얘기한 거라면, 받아들였으면 좋겠네요. 물리 공부하는데 학벌은 그렇게 최우선 순위는 아니에요.
    물론 서울대나 카이스트 다니면 과외비를 조금 더 받을 수 있으니 경제적으로는 좋긴 해요. 물리 공부랑은 별 상관 없지만.
    그리고 지금처럼 열등감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그런데 가면 더 우울해져요. 거기에는 머리가 좋은 친구들이 집안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서 아무 걱정 없이 열심히 노력해서 공부하는 애들이 수두룩하거든요. 그걸 극복해낸다는 것은 그 친구들을 제치고 1등을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졸업해서 대학원에 들어가고 연구를 잘 수행하는 거예요. 만약 본인이 원하는 것이 정말로 '물리학'이라면요.

    취업할 때, 대학원 진학할 때는 학부 성적이 중요해요. 그런데 정작 대학원 들어와서 연구를 시작하면 성적에 얽매이던 자신이 부끄러워집니다. 연구에서는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게 성적이거든요. 나보다 성적 낮은 애들이 밤낮으로 실험해서 논문 써낼때, 그때 정말 힘들죠.
    그리고 밤낮으로 실험하는건 노력으로 해낼 수 있는 부분이고, 또한 집안 형편이 좋다고 해서 더 잘하기도 힘든 부분이고요.

    최적의 루트를 물어봤으니 몇가지 경로를 제시하도록 할게요. 건강상의 이유로 군 면제 케이스라면 잘 모르겠지만, 간다고 치고 얘기할게요.
    1학년 마치고 입대 - 전역후 토플, GRE공부 - 대학원 외국 유학: 현재 상황에서 가장 좋겠죠?
    4학년까지 스트레이트 졸업 - 군 현역 입대가 면제되는 국내 대학원 진학: 군 면제라는 점에서 나쁜 선택은 아니에요. 언어 장벽도 없고, 인종차별도 없고. 또, 카이스트나 지스트도 나름 세계적인 대학이고요.
    4학년까지 스트레이트 졸업 - 군 입대 - 군대에서 영어공부 - 전역후 유학: 군대를 보직을 잘 받아야겠죠. 
    1학년 마치고 입대 - 전역후 영어공부 - 국내 대학원 석사 진학 - 외국 대학원 박사 유학: 첫번째 루트에서 실패했을 때, 연구경험과 논문실적을 쌓아서 다시 지원할 수 있으므로 좋아요.

    이정도 루트가 있겠네요. 보면 알겠지만 특정 대학은 나오지도 않아요. 

    열심히 고민해보고, 검색해보길 바랄게요.

    추가로, 학생이 처한 상황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건 알겠지만 그런 상황이 드물거라고 생각하지는 않길 바라요.
    의외겠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많아요. 당장 학생 주변에서는 잘 안보일수도 있는데, 살다보면 정말 별의별 사례들을 마주칩니다.

    제가 아는 동생중에, 부모님 이혼하시고 언니는 따로 나가서 살고, 초등학교 다니는 동생이랑 단 둘이 사는 여학생이 있었는데요, 그 학생이 대학을 들어갔는데 들어가자마자 학과 폐쇄가 결정돼서 그 학과 마지막 신입생이라고...
    그래서 재수해서 교대를 갔고, 지금은 다행히 임용고시에 합격해서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어요.
    집안 사정도 매우 가난한 편이고, 부모님과의 관계도 문제였고, 체력도 약하고 건강도 안좋은 상태였고, 사회적 대인관계도 좀 꼬인 상태여서 굉장히 우울해 했었는데 어쨌든 지금은 잘 지내네요.

    열심히 하세요. 
    실패는 두려운 일이고, 저도 실패하는건 두려워요. 
    문제는 실패한 후에 그대로 포기하느냐, 다시 도전하느냐이지
    실패했다는 사실이 아니에요.

    그리고 이건 여담인데, 모르는 사람에게 편지를 쓸 때는 조금 더 예의를 갖추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네요.
    음... 저도 편하게 얘기하고 싶어서 아주 격식을 차리는 중은 아니고, 상담 몇번 해보니까 요새 학생들이 그런가보다 하고 그냥 넘어가긴 하는데, 그리고 화가 났거나 혼내자고 이 얘기하는 것도 아니긴 한데요,

    '당신'은 부부사이에서는 서로를 높여부르는 말이고, 3인칭으로 쓸 때는 연배가 높은 어르신을 높여 부를 때 쓸 수 있는 말이긴 한데,
    잘 모르거나 맞서 싸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낮춰 부르는 말이예요. http://krdic.naver.com/search.nhn?query=%EB%8B%B9%EC%8B%A0

    서로 모르는 사이인데 '당신'이라고 하니까 매우 어색하네요.

    이 경우에는 'snowall님'이나 '남기환 님' 정도가 적당하겠죠. 아니면 제가 나이가 많으니까 선생님이라고 불러도 되고요. 어쨌든 당신은 이상해요. 사족이지만, '님'이라고만 하면 반말입니다.

    저한테는 크게 문제가 안되겠지만, 앞으로 다른 분들한테 이메일을 보낼 때는 보다 정중하게 보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읽어보는 사람도 대답해줄 기분이 나겠죠?

    일단은 여기서 줄일게요. 또 물어봐도 돼요.
    남기환 보냄.

by snowall 2013. 11. 16. 15: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