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자취방에 갔더니 편지가 한통 와 있더라.

아무튼, 열어보니 대통령 선거 참여하라는 편지인데, 안에는 어떤 대통령 후보가 나왔는지 적혀 있었다. 순서대로 감상을 하나씩 적어본다.

1. 정동영
이명박 이외의 다른 후보는 적으로조차 생각하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보인다. 이미 기호 3번 이후로는 고려하지 않는, 오직 이명박 후보에 대한 비판으로 가득찬 전단지라고 생각한다. 국민의 95%를 위한 경제라고 말하는데 나머지 5%도 포함하는 모두가 좋은 공약이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아무튼, 만들겠다는 일자리 갯수는 250만개.

2. 이명박
뒷면의 "이명박근혜"가 인상적인 전단지. snowallblogkorea랑 같은 끝말잇기다. "이명박이 약속하고 박근혜가 보장하는 국민성공시대가 열립니다"라는데, 그럼 박근혜씨는 무슨 수로 성공을 "보장"할 것인가? 아무튼, 수많은 인연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왔다는 건 자기 본연의 능력은 없다는 거네? 만들겠다는 일자리 갯수는 적혀있지 않다.

3. 권영길
정동영과 마찬가지로, 정동영과 이명박 이외의 후보는 그다지 적으로 생각을 안하는 것 같다. 사용하는 단어가 가장 강한 어조다. 흥미롭게도, 정동영과 이명박은 다들 여자랑 손잡고 있거나 여자랑 끌어안고 있는데 이 아저씨는 마이크 붙잡고 주먹 내밀고 있다. 마찬가지로 만들겠다는 일자리 갯수가 없다.

4. 이인제
뭔지는 모르겠지만, "다시뛰자 대한민국"이라는 구호가 인상적이다. 지금까지는 뛰다 말고 쉬는 중이었구나. 뒷면 하단에 서민을 중산층으로 만들고 중산층을 부자로 만든다는 슬로건을 내밀고 있는데, 그럼 상대적 빈부격차는 그대로 유지되니까 별로 좋을건 없다. 만들겠다는 일자리 갯수는 300만개.

5. ...없다. 누군지도 모르겠다.

6. 문국현
역시 문국현의 적은 정동영이랑 이명박뿐인것 같다. 부패와 무능으로부터 자유로운 대통령이라고 하니, 권영길과 이인제는 그냥 옆에 서 있는 들러리쯤 되어 보인다. 이력서대로만이라면 대통령 후보중에서 가장 국제적으로 놀았던 사람. 다만 창당된지 얼마 되지 않는 신생정당 소속인 것이 걸린다. 정치적으로 초보라는 것도, 노무현처럼 집권 초반에 탄핵위기 한번 걸고 넘어가는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무튼, 만들겠다는 일자리 갯수는 500만개.

7. ...-_-;

8. 허경영
공약은 가장 화려하다. 뭐랄까, 다른 후보들의 아이큐를 모두 합치면 이분의 아이큐가 나오지 않을까 싶은 고급 두뇌의 소유자. 다른 정보 없이 전단지에 적힌 글만 읽으면 가장 설득력 있다. 사진이 가장 적고 글자가 가장 많은 전단지중의 하나. 흥미롭게도, 전국에 지지자가 이미 1000만명 수준인데, 만약 이 지지자들이 모두 8번을 찍으면 당선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만들겠다는 일자리 갯수는 1000만개. 가장 많다.

9. 누구지?

10. 금민
깔끔한 선거 전단이다. 권영길과 함께 진보진영의 선두주자. 물론 권영길보다 지지도는 떨어지는 것 같지만. 아무튼, 젊어서 그런지 가장 표정이 밝다. 물론 정책도 진보적이고 사회주의적이다. 되기만 하면, 공약의 절반만 해내더라도 괜찮은 나라가 될 것 같은 느낌이랄까. 만들겠다는 일자리 갯수는 200만개.


11. 글쎄요. 누구시더라.

12. 이회창
이회창도 꽤 여러번 등장했었던 것 같은데, 아무튼 나왔다. 이회창의 적은 이명박 밖에 없는 것 같다. 뒷면은 이명박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안에 보면, 소외된 약자 편에 섰던 대법관, 대통령을 경고했던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성역 없이 부패를 파헤쳤던 감사원장, 대통령 독주에 제동 걸었던 국무총리, 강력한 야당 이끌었던 한나라당 총재, 등등의 내용이 적혀 있는데, 그다지 신빙성은 없다. 그냥 대통령 까는 걸 했는데 하다보니 대통령한테 경고도 주고 성역도 없고 제동도 걸리고 야당이 강해진 거겠지. 만들겠다는 일자리 갯수는 없다.

대단히 흥미로운 점은, 5, 7, 9, 11번 후보는 전단이 없고 모두 홀수번이라는 것이다. 일부러 이렇게 한거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싶다는 욕망이 무럭무럭 피어오른다. 1번과 3번이 빠졌으면 완벽했는데. 그럼 대통령 후보도 6명밖에 없는 거고 그랬다면 좀 더 사람 고르기가 쉬웠겠지.
만들겠다는 일자리 갯수는 250만개, 500만개, 1000만개, 200만개 등인데, 좀 황당한 숫자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즉, 다시말해서 대한민국 국민의 5%정도를 취직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약속인데, 회사를 하나 만들어서 좀 크다고 하는 기업이 100명 정도의 직원을 가진다는 걸 보면, 회사를 1만~2만개 더 만들겠다는 뜻이랄까. 아니면 공무원을 100만명 더 뽑으려나.

카테고리를 처음에 감상으로 넣었다가 정치로 바꿨다. 제목은 감상이지만 감상이라는 느낌이 들지를 않는다.

아무튼, 12월 19일날 투표할 때 찍을 사람은 3번, 6번, 10번 중에서 고를 생각이다. 나머지는 다들 이상하다.


by snowall 2007. 12. 14. 14: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