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트랙백 소설입니다. 이 이야기의 뒷얘기를 쓰실 분은 누구나 트랙백을 걸어주십시오. 그 뒷얘기는 다시 그 뒤로 트랙백을 걸어주시면 됩니다. 만약, 이 이야기의 "앞얘기"를 쓰고싶으시다면 저에게 트랙백 요청을 하시면 됩니다.


The 0th floor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지상과 지하의 경계

공연장 안에서는, 끊어질듯 가늘게 이어지는 바이올린의 선율에 모든 관객들이 도취되어 있었다.

그녀의 연주는 말 그대로 하늘의 선율이었다...

연주가 곧 끝나고, 그녀가 활대를 현에서 떼자, 관객들은 모두 일어서서 열광적인 박수로 그녀의 연주를 칭찬하였다. 박수는 약 5분동안이나 끊임없이 계속되었다. 그녀는 밝은 웃음으로 관객들에게 인사하며 무대 뒤편을 향해 돌아섰다. 돌아서던 그녀가 갑자기 바이올린을 뒤쪽으로, 즉 객석 방향으로 집어던지며 몸을 뒤로 젖혔다.
콰지지직!!!!
공중을 날아가던 바이올린이 갑자기 터져버렸다. 그녀는 뒤로 몸을 젖히면서 넘어졌고, 대신에 그녀가 서 있던 자리에는 사람 손가락이 넉넉하게 들어갈만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아!”
관객들은 난데없는 폭음에 비명을 지르며 혼란에 빠져버렸고, 출입구 방향으로 마구 달려갔다. 무대 뒤편으로 들어가서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출연자 대기실로 향했다.
쿵!
그녀는 갑자기 나타난 벽에 머리를 부딪치고 잠시 이마를 문지르더니, 손을 앞으로 뻗어서 더듬는다.
“아...여기서 왼쪽이지”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그녀는 왼쪽으로 몸을 돌려서 다시 빠르게 걸어갔다. 벽에 손을 짚고, 문 두개를 더듬어서 지나친 후, 세번째 문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손잡이를 돌려서 문을 잠그고, 그녀는 가슴에 손을 얹고 굳었던 숨을 내쉬었다.
“후우...위험했어...”
잠시 그렇게 진정한 후, 그녀는 문짝에 귀를 붙였다. 그녀의 예민한 귀는 바깥에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아까...정확히...그 위치였지”
주차장의 위치를 머릿속에 상기시키고, 문을 열고 달리기 시작했다. 복도 끝, 정확한 위치에서 방향을 틀어서 다시 달렸다.
“여기, 이곳”
손을 들어서 잠시 벽을 더듬어서 엘리베이터의 단추를 눌렀다.
“하...”
가쁘게 숨을 내쉬면서 벽에 손을 짚고 잠시 쉬었다.
딩동...
엘리베이터가 주차장이 있는 층에 도착했다. 그녀는 주머니 속에서 리모콘을 눌러서 자신의 차에 시동을 건 후 차 소리를 듣고 보지도 않고 -  당연하겠지만 - 거의 정확한 방향으로 차를 향해 달려갔다. 그녀는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히 걸음 수를 세며 옆으로 비켜서 돌아갔다. 그리고 곧 차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았다. 차 안으로 올라탄 그녀는 문을 닫고 무작정 시동을 걸었다.
위이잉...
“우선 나가자”
페달에 발을 얹고 밟았다.
위잉! 쿠웅...
빠르게 후진한 자동차는, 곧 뒤쪽에 주차되어 있던 다른 자동차에 충돌하였다.
“감이 잘 안 잡히는구나...”
타앙! 타앙! 콰직!!
몇번의 총소리가 더 들렸고, 차가 옆으로 흔들렸다.
“이러다간 붙잡히겠어!”
그녀는 윗부분을 더듬어서 뭔가를 찾았다.
“이거지”
그녀가 감고 있던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그 안에는 안구 대신 접속용의 포트가 자리하고 있었다. 위에서 찾아낸 그 뭔가는 선글라스처럼 생겼다. 하지만 렌즈 부분의 안쪽으로 그녀의 눈에 들어올 수 있는 포트가 있어서 끼울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시각 장애인의 활동을 돕기 위한 보조장치로, 시신경에 직접 접속하여 외부의 상황을 알 수 있게 돕는 장비이다.
“이제 좀 보이네, 저쪽이지?”
타앙!
“이...가만히좀 놔두란 말야. 더 이상 흠집 생기면 언니한테 혼난다구!”
그녀는 핸들을 왼쪽으로 꺾으며 가속페달을 밟았다.
위이이이잉...
“분명 이 방향이 출구였어...”
그녀는 자신의 기억을 믿고,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계속 밟았다. 그때, 갑자기 열려있던 주차장의 문이 닫히기 시작했다.
“안좋은데?”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고, 몇미터 정도 미끄러진 차는 간신히 정지하여서, 벽에 가장자리 부분이 살짝 부서진 것 이외에는 사고가 나지 않았다.
“이대로는 붙잡히는데...”
타앙! 타앙! 콰직!
폭음과 함께 다시 차가 흔들렸다. 계속해서 총을 쏘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 죽기는 싫어...”
그때, 기적이랄까 당연한 일이랄까, 관객들이 탄 차가 주차장에서 몰려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주차장 내부는 일대 대 혼란, 그녀를 뒤쫒는 적들이라고 혼란을 피할 수는 없었다. 애초에 그녀를 처리하고 싶었다면 건물 전체를 폭파시키거나 하는 확실한 방법을 이용하는 것이 더 나았다. 다른 차들 틈에 섞여서 그곳을 빠져나간 후, 도시 외곽의 도로를 타고 달렸다.
“살았네”
도로를 계속 타고 집으로 향했다. 적어도 그녀의 집은 안전한 곳이다.

며칠간 그녀는 바깥으로 나가지 않았다. 문에는 <외출중>이라는 표시를 해두고, 창문에 커텐을 두텁게 치고, 외부로부터 연결된 전화선은 끊어버리고, 냉장고에 들어있는 많지 않은 식량을 아껴가며 그녀는 그렇게 조용히 있었다. 적어도, 그녀가 이곳에 집이 있다는 것은 그녀의 적-어쩐지 검은 제복의 남자들-에게는 들키지 않았기에, 그리고 그들에게 들키기 전까지 그녀는 안전하기 때문에...
나가지 않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 지루한 시간동안 그녀는 단지 숨을 쉬고 있다. 그녀의 이름은 유카로 부르기로 한다.
유카, 그녀는 태어날 때 부터 앞을 보지 못한다.


by snowall 2007. 3. 5.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