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수학의 현재 대세는 미국이다. 미국이 좋건 싫건, 연구비 가장 많이 퍼주고 가장 많이 연구하는데가 미국이라는 거다. 따라서 연구하는 언어의 대세 역시 미국이다. 한국이 대세로 올라서기 전 까지는 좋은 논문은 전부 영어로 쓰여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어로 된 논문을 읽는 방법을 적어둔다. 물론 이건 그냥 내가 논문을 읽으면서 느낀 점들이다.

1. 일단 제목과 Abstract(요약)을 읽는다.
제목이나 제목에 쓰인 단어가 뭔지 모르겠다면, 안읽어도 된다. 교수님이 읽으라고 시켰으면 읽어야겠지만...;
기본적으로 논문을 읽으려면 최소한 학부(undergraduate school) 수준의 지식은 있어야 한다. 안그러면 안습...
제목이 뭔지 이해했으면, Abstract도 읽어본다. Abstract은 논문을 다 읽을 시간이 없을 때 급히 읽을 수 있는 수준의 아주 간단한 요약이다. 대강 어떤 단어들이 논문에서 등장할지 생각해보고, 내가 그 단어들의 개념을 알고 있는지 점검한다. 이렇게 점검하면, 적어도 본문을 읽으면서 받게 될 심리적 압박이랑 충격은 좀 덜하다. 다 읽었는데 하나도 모르겠어도, 단어가 어려워서 못 이해했다는 핑계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뒤에 다시 설명해보도록 하겠다.

2. Introduction을 가장 자세하게 읽어야 한다.
논문 전체를 자세하게 읽는건 당연하겠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처음의 Introduction이랑 마지막의 Conclusion and Discussion이다. 이 부분들은 논문에서 주장하는 것을 명확하게 하는 부분(Introduction)과 뭘 주장했는지 요약하는 부분 (Conclusion and DIscussion)이기 때문에 정확하고 상세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3. 나머지 부분은 대충 읽어보자.
물론 논문을 대충 읽으라는 소리는 아니다. 소개와 결론을 대강 알고 있다면 중간 부분을 훑어보면서 저자의 아이디어가 뭔지 대강 감을 잡는 거다.
여기까지 읽었으면 적어도 논문에서 주장하는게 무슨 얘기이고 대강 어떤 논리와 아이디어를 썼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런 후에 전체를 정확하게 읽는 거다.

4. Definition을 정확하게 알아두자.
우리말로는 "힘"에 해당하는 force와 power는 물리학에서는 그 정의(Definition)가 다르다. 제대로 알아두지 않으면 무진장 헷갈리는 단어가 엄청 많을 것이다. 그리고 물리학에서의 power는 일률을 말하지만 수학에서 power는 지수를 뜻한다. 또, 지수를 뜻하는 말은 exponent가 있다. 더군다나 우리말로는 둘 다 지수이지만 실제 사용은 power와 exponent가 살짝 다르다. 따라서 그 논문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정의를 정확하게 알고 이해하자.

5. "간단한 계산을 해보면..."에 속지 말자.
정말 간단한 계산도 많지만, 가끔가다가 수십~수백장의 적분을 해야 유도되는 결론을 "이 결과는 적절한 적분으로부터 간단히 유도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계산 따라가다보면 초 난감하다. 수학이라면 다 검증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물리학이라면 일단 받아들이고 넘어가주자. 물론 일단 받아들이고 넘어갔는데 그 결과가 틀린 것으로 판명났을 때 몰아치는 후폭풍은 전부 자신의 몫이다. 시간이 없다면 조금 대충 넘어가는 것도 좋다. 그러나 시간이 있다면 귀찮더라도 제대로 계산을 따라가 주는게 좋다.

6. 정말정말 모르겠으면 저자에게 연락해본다.
봐도, 봐도, 봐도, 봐도 모르겠다면 논문에 적혀있는 저자의 이메일로 연락을 취해본다. 물론 한국인이 아니라면 영어로 편지를 써야 할 것이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봐서 정중한 표현이 어떤건지 알아봐야 할 것이다.
하루에 질문을 수십개씩 받는 초 유명 과학자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경우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거나 적어도 어떤 논문을 더 참고해야 하는지 정도는 알려줄 것이다.

7. 이해했다고 생각이 되면,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본다.
논문을 둘이 같이 읽고서 이해할 정도가 되었다면, 논문을 정말 이해했다고 봐도 좋다. 적어도 다른 사람과 토론하다보면 이해가 깊어지는 일이 있으므로 꼭 토론을 해 보도록 하자.

8. 겁내지 마라.
가장 중요한 건데, 논문이 길거나, 단어가 어렵다고 겁내면 안된다. 과학, 수학에서 어려운 단어는 대부분 명사다. 따라서 주어이거나 목적어이거나 보어일 뿐이다. 게다가 과학/수학에 사용되는 명사는 대부분 그냥 그런 이름으로 불리워 지는 어떤 개념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그냥 그런게 있나보다 하고 넘어가면 된다.
문장이 엄청나게 길어지는 경우가 가끔 있다(한 문장이 5~6줄 정도?). 이 경우는 일단 주어-동사 관계만 전부 찾아서 해석하고나서 나머지를 이해하면 된다.

by snowall 2006. 11. 26. 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