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다시피 나는 정치 전문가가 아니다. (내 전공은 물리학이다.)
하지만 난 좋으나 싫으나 한국 사람이고, 한국이 망하면 내 장래희망은 실현되기가 꽤나 어려워질 것이다. 나라가 그다지 쉽게 망하는 건 아니겠지만, 아무튼 현재 한국의 상황을 내가 아는 한에서 짚어본다.

경제 상황
세계적 경제위기에 따라서 우리나라도 같이 경제 위기가 왔다. 이건 누가 대통령을 했건 누가 경제 정책을 수립했건 올 수밖에 없는 경제 위기라 생각된다.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대출의 부도로 시작된 경제 위기는, 마치 한껏 부풀은 풍선이 터지듯 한방에 전 세계를 불황으로 몰아 넣었다. 다만, 이러한 위기 상황을 해결해 나가는 방법에 있어서는 각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 방법을 사용하는 것 같다. 물론, 한국은, 다들 알다시피, 노동 집약적인 방법을 선택한 것 같다. 커다란 국가 기반 시설의 발주를 해서 건설경기 부양을 통한 내수시장 활성화와 물류 비용 절감을 통한 국제적인 물류 허브로 도약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에 대한 비판은 다른 글에서 하고자 한다.

외교 상황
미국 - 알다시피. 원래 부시랑 친하게 지내던 대통령이었는데, 지난번 미국 대선에서 부시네 정당은 떨어지고 반대편이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즉, X됐다.
일본 - 일본이랑은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중이다. 다만, 아무리 친해도 똥꼬는 닦아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중국 - 중국은 자기네 경제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 다른 나라는 아웃 오브 안중이다. 다른 나라가 망하건 말건 돈 되는건 전부 하는 것 같다. 문제는, 한국은 이러한 중국의 노력에 대응을 못하고 있다는 점. 기술을 빼가건 말건 신 자유주의 기조에 따라 "돈"에 의해서 이루어진 일이면 뭐든 허용하는 것 같다.
북한 - 싸우잰다. 이쪽이 제일 답답하다.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미국이랑 친하니까 북한도 미국도 우리나라의 협력 없이는 제대로 협력을 못할 거라고 얘기하지만(아마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렇게 말했겠지?) 내 생각엔, 앞서 말했듯이, 북한도 남한은 포기한 것 같고, 미국도 굳이 남한이랑 얘기할 이유가 없다. 이라크에 파병한 병력도 되돌아 오는데 더이상 남한의 눈치(?)를 볼 미국이 아니라는 얘기다. (사실, 본 적도 없겠지만...) 실제로 전쟁이 난다고 가정하면 북한을 편 들어줄 나라가 그다지 없기 때문에 북한이 실제로 전쟁을 내지는 않겠지만, 난 이명박 대통령이 북침을 할까 두렵다. 워낙에 역발상을 잘하는 위인이라...
그 외의 나라들 - 포기한 듯.

군사 상황
사실 나는 잘 모르지만, 듣자 하니 서비스업까지 전문연구요원을 확대한다고 한다. 그리고 롯데월드 하나 더 짓는다고 공군력을 약화시켰다. 한국에서 전쟁 나면 한국에서 가장 귀중한 존재인 대통령은 제일 먼저 외국으로 떠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야 나라가 살지 않겠나...
물론, 지난 1950년의 한국 전쟁때는 그게 통했다. 하지만 21세기에, 대통령이 가장 먼저 도망갔다고 하면, 국민들은 아마 적군의 편에 서서 대통령부터 쏴죽이려고 할 거다. (실제로 전쟁이 난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지금 국민 감정이 그래요...)

국내 치안
경찰력이 수십만명씩 모이는 촛불시위 "진압"에 동원되다 보니 오히려 동네 방범에 구멍이 생겼다. 그건 뭐 그렇다 치자.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시위와 강력범죄가 늘어나는건 어쩔 수 없다. 근데, 막지 않았을 때 더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 건 시위일까 강력범죄일까.

국민 여론
대통령 지지율 30%로, 집권 여당보다 대통령 지지율이 더 높다는게 자랑인 시대이니 뭐라 할말이 없다. 30%인건 안 부끄럽나? -_-
알다시피, 대한민국 국민은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 지지하지도 않고 지지하지 않는것도 아닌 사람들, 이렇게 세 부류로 나눠진다. (지지하면서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은 빼자...제발.)
이들이 각각 몇%씩 되느냐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건 그 어떤 부류의 사람도 100%는 아니라는 점이다. 그리고 어느 부류에 들어가 있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의 범주에 들어간다는 점이다. 그럼 국민 여론 수렴은 이러한 부류들의 의견을 모두 들어야 하는데, 대통령은 처음부터 의견을 정해놓고, 자기 의견에 맞는 의견만 들으면서, 국민 100%가 그 의견을 지지한다고 생각한다. 이건...무슨 밴드 패스 필터도 아니고...

툭 까놓고 얘기하자.
이대로는 그다지 희망이 없다. 대통령은 한국이 가장 먼저 경제 위기를 탈출할 것이라 예측했지만, 내 생각엔 가장 늦게 탈출할 것 같다. 그리고 경제 위기를 탈출한다고 해도 그건 대통령의 공은 아니다. 그리고, 대통령의 공이라 하더라도 대통령은 그걸 자랑하는 순간 그 공을 빼앗긴다. 경제 위기를 탈출시키는건 대통령이 잘한 것이 아니라 의무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은 자랑하는 놈이 병신인 거다. (남들 다 가는 군대 갔다온 것이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자랑하려고 하면 다른 남자들이 다들 무시하듯이.)

희망이라. 그런 듣기 좋은 말은 마약이다. 지금 한국에서 희망을 이야기하는건 마약을 먹는거나 마찬가지다. 그런건 버려라. 잘될거라는 낙관주의도 버리자. 희망을 말하지 말자.

다만, 좌절할 필요도 없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혼자 하고, 같이 해야 하는 일은 도와달라고 하자. 물론 그렇게 한다고 잘될거라는 보장은 없다. 더 나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이 더 나빠질 수도 있다는 걸 아는 것과, 마냥 좋아지지라고 기대하는 것은, 그 이후의 대응에서 차이가 생긴다.

내가 언제나 얘기했듯, 가장 좋은 결과를 대비하면 안된다. 가장 나쁜 결과를 예측하고 그보다 더 나쁜 상황에도 견딜 수 있는 대비를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는 살아남는 것이 성공인 시대가 되었다.

살자. 좀. 제발.
by snowall 2009. 1. 31. 2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