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작성했던 "혼자서 공부하는 법"이라는 글이 요새 뜨고 있는 것 같아서, 내용을 보충해 둔다.
이 글에서는 이전에 썼던 글에서 뜬구름 잡는 소리로 해 두었던 것들을 실제로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 그리고 3년간 변한 내용이 뭐가 있는지 보충하기로 한다.

*여기서 다루는 내용은 자신만의 공부방법을 아직 찾지 못한 사람들에게 "이런것도 한번 해보면 어떨까요?" 수준에서 권해보는 하나의 방법이다. 자신만의 공부방법을 정립하고 그 방법을 통해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사람들은 이 글을 읽지 않아도 무방하다.

1. 수동적 공부방법 끊기.
수동적 공부라는 것은, 누군가 나에게 요점정리가 잘 된 것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것을 듣고 이해하여 암기하는 것을 말한다.
사실 시간이 없거나 그다지 공부하고 싶지 않은 내용인데 그 내용이 어렵기까지 한 경우엔 정말 공부하기 싫다. 책을 들여다보는 것조차 갑자기 귀찮아지는 법이다. 그리고 이런 경우 요점정리가 잘 되어 있는 것을 공부하면 참 좋다. 너무나 효율적인 공부를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공부하면 깊이있는 공부는 불가능하다. 요점정리를 이용해서 공부하는 것은 공부하기 싫은 과목이거나 깊이 이해할 필요가 없는 과목에만 사용하자.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공부를 할 때 글을 읽거나, 설명을 듣거나, 문제를 풀면서 공부를 한다. 문제를 푸는 경우는 문제 해결력이 중요하겠지만, 나머지, 즉 글을 읽거나 설명을 듣는 경우에는 독해력과 비판력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독해력과 비판력을 키우게 되면 수동적 공부를 끊을 뿐만 아니라,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도 줏대 있고 소신 있는 놈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으므로 이 능력은 열폭하여 만렙을 찍도록 한다.
독해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당연히 많이 읽어야 한다. 이해가 되든 되지 않든, 일단 한번 읽고서 그 내용을 어떻게든 정리한다. 여러번 들을 수 없는 강의라면, 무조건 많이 필기해둔다. 칠판에 적힌 내용이든 말로 한 내용이든, 다양한 내용을 노트에 적어두자. 그 다음, 다시한번 읽어본다. 내용을 다 아는 것 같아서 곧바로 다시 읽기 싫으면, 그 다음날 읽어봐도 좋다. 아마 새카맣게 잊어먹고 대체 뭘 듣고 뭘 읽었고 뭘 알고 있었는지 모를 것이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나오면, 일단 다섯번 정도 그 부분을 뚫어지게 읽어보고 생각하자. 대체 왜 이해가 되지 않는 건지.
다섯번이나 읽어봤는데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그건 당신에게 문제가 있는게 아니라 어쩌면 그 글 자체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단어가 어려운가? 아니면 문장이 너무 복잡하게 써 있는가? 전체적으로 문단의 구조가 엉켜있는건가?
단어가 어려운 거라면 당신은 아직 그 글이나 그 강의를 접하기에는 초보 수준인 것이다. 기초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 만약 모르는 단어의 뜻을 사전이나 백과사전에서 찾아보고 곧바로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다면 기초로 되돌아갈 필요가 없지만, 그렇게 찾아봐도 모르겠다면 기초부터 공부해볼 것을 권한다.
문장이 복잡하다면, 언제나 그렇듯 주어와 동사와 목적어를 찾아보자. 누가 뭘 어쨌는지를 알면 나머지는 다 수식어구일 뿐이다. 열번 넘게 분석해봐도 해석이 안된다면, 문단이 엉켜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럼 그냥 제끼고 다음 부분으로 넘어가자.
전체적으로 텍스트를 한번 읽고 나면 그중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면? 열번정도 읽어보자. 그래도 이해가 안되면? 기초부터 다시 하자.
이해가 된 부분은 OK. 이해가 되지 않은 부분은 일단 남겨두자.
그 다음, 비판력을 키워보는 시간이다. 가장 먼저 비판은 비난이 아님에 주의하자. 이것은 중요하다. 이게 글을 찬찬히 읽어보면서 이렇게 질문한다. "이건 뭔 개소리여?"
중요한건, 일단 그 저자가 헛소리를 하고 있는 거라고 간주하는 것이다. 글쓴이의 입에 발린 글빨에 넘어가면 비판능력이 전혀 자라나지 않는다. 앞서 길러둔 독해력을 사용해서 글의 내용을 대충 이해하였으면, 글의 어느 부분이 주장이고 어느 부분이 그 주장에 대한 근거이며, 어느 부분이 그냥 사실의 제시이고, 어느 부분이 글쓴이의 상상인지 구분해 본다. 대부분의 경우 형용사/부사가 많으면 상상이고 숫자가 많으면 사실의 제시인 경우가 많다. 단, 여기서 주의해야 하는 것은 글쓴이가 제시한 숫자를 액면 그대로 믿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모든 숫자는 실제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되지만, 실제 세계를 완전히 표현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통계 숫자인 경우 더욱 주의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통계 자체는 진실이라고 해도 그 숫자를 이용해서 사기를 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전체적으로 글을 해부해서 읽고난 다음엔 최종적으로 저자의 결론을 찾는다. 그리고 그 결론이 본문에 들어가 있는 근거에 의해서 논리적으로 뒷받침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본다.

흠...그런데 이렇게 하는게 다 귀찮은가? 그럼 그냥 많이 읽자. 여러번 읽든, 다양하게 읽든, 많이 읽으면 된다. 다만, 대충 읽지 말고 진지하게 읽자. 최소한 자신이 읽고 있는 문장이 납득이 되는 문장인지만 생각하면 최소한의 공부는 된다.

수동적인 공부를 끊는 것은 외부에서 정보를 끌어들이는 방법을 배우는 것에서 시작한다. 주어진 정보를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없는 정보를 찾아내서 알아내는 것이다. 방금 말한 독해력과 비판력의 중요성은 외부에서 끌어들여온 정보가 믿어도 좋은 것인지, 얼마나 가치있는 것인지 판단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내 말이 헛소리로 들리나? 그럼 당신은 최소한의 비판력은 생겼다는 것이다. 비판능력을 키워낸 자신에게 만세 삼창을 외처주고 돌아와서 글을 계속 읽기 바란다.

외부의 정보는 어떻게 끌어들여오는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나머지 부분에서 나눠서 설명한다.

2. 두려움 없애기.
사실 이건 두려움이라기보다는 귀찮음이 더 큰 경우가 많다. 그냥 모른 채로 살아도 괜찮을 것 같은, 그런 정보가 이 세상에는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몰라도 아무 지장 없기도 하고.
모르더라도 괜찮은 정보는 그냥 넘어가자. 하지만 꼭 알아야 하는데 모르고 있다면? 그리고 왠지 남들은 다 아는데 나만 모르는, 그런 내용일 것 같으면?
오해다. 그건 진짜 오해다. 당신이 모르고 있는데 남들이 전부 다 알고 있을 정도로 당신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당신이 스스로를 평범하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처럼 그 내용을 모르는 사람이 적어도 두명 이상은 있다. 일단 이 글을 쓰는 내가 뭔 내용인지 모를 것이고...
아무튼 배우지도 않은걸 알고 있을 거라고 기대하면 안된다. 남들이 당신에게 그렇게 기대하고 있다 하더라도 당신 스스로는 그렇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배우지도 않은걸 어떻게 알겠어. 그것도, 생각조차 한번 해보지 않았을텐데.
따라서, 모르는건 그나마 다행이다. 진짜 두려워 해야 하는건, 당신이 뭔가를 모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것이다. 어디서부터 뭘 공부해야하는지 감도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모르기 때문에 두렵다면, 일단 뭘 알고 뭘 모르는지 정리해 두자. 노트 하나를 꺼내서 아는 것을 모두 쓰고, 잘 모르지만 어디서 주워 들은 내용들을 모두 쓴다. 거기에 적혀있지 않은 것은 자신이 아는지 모르는지 조차 모르고 있는 것들이다. 이제 그것은 지도가 된다. 뭔가를 배웠다면, 무엇을 배웠는지 그 노트에 한두 문장 정도로 요약해서 적어두자.
당신이 정보의 바다와 지식의 산줄기를 훑고 다니는데 유용한 지도가 될 것이다.
지도가 있으면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게 두렵긴 하지만...그건 잠시 후에.)

3. 즐기기
공부는 즐겁다.
이게 뭔 개소리냐고 생각하는 사람은 여기까지 글을 착실히 읽으면서 온 사람이다. 헛소리처럼 들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공부는 즐거운 일이 맞다. 학교 공부를 아무리 싫어하는 친구라도, 오락실 가서 친구에게 게임의 비결을 전수 받을 때는 눈빛을 번뜩이며 귀를 쫑긋 세우고 성실히 배우지 않는가? 수학 공부를 아무리 싫어하는 친구라도, 주식 시장에서 어떤 주식을 언제 사서 언제 팔면 수익율이 얼마나 되는지 설명이 나오면 가던 길을 멈추고 침흘리며 듣지 않겠는가?
이 모든 것이 공부하는 것이다.
공부는 사실 별게 아니다. 외부의 "지식"을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가공해서 자신의 머릿속에 갈무리해두는 것이다. 공부의 쉽고 어려움은 가공 과정이 얼마나 쉽고 어려우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가장 재미있는 공부는 자신이 하고 싶어서 하는 공부이다. "돈 버는 방법" 같은 강좌에 가보면 아무도 잠든 사람이 없는 것과, "예비군 교육"에 가보면 모든 사람이 잠들어 있는 것은 같은 이치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재미있게 만들까? 어떻게 하면 내가 싫어하는 과목이 좋아질까? 그 전에,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부터 생각해야 한다. 좋아하는 과목을 먼저 정하고, 그 과목과 내가 공부해야 할 과목 사이의 연관성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하고싶은 공부를 하자.
하고싶지 않은 공부를 해야 한다면, 별수 없이 억지로 하자. -_-

4. 질문하기
질문은 제대로 해야 한다.
질문할 때 중요한 것은 다음과 같다.
1) 내가 뭘 모르는지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2) 내가 뭘 아는지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3) 누가 이걸 알고 있을지 알아내야 한다
이 세가지를 알고 질문하면 답을 얻지 못할리가 없다.
내가 뭘 모르는지조차 모르겠다면, 그 모른다는 사실 자체를 알려주고 그에 대한 답을 구하자. 누가 이걸 아는지도 모르겠다면, 누가 알것 같은지를 우선 물어보자.
http://oops.org/?t=lecture&sb=beginner&n=1 잘 모르는 사람이 질문을 잘 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이 문서에 자세히 적혀 있다.

5. 지겨움에 대한 내성
사실 이건 별수없다. 공부해서 이해하고 난 뒤에 오는 짜릿함에 중독되기 전 까지는 어금니 꽉 깨물고 버티자.

6. 독서
책을 많이 읽는 방법은 별거 없다. 아무리 무거워도, 아무리 가방이 작아도 무조건 책 한권을 넣는다. 그리고 시간 날때마다 꺼내서 읽자.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많이 읽는다. 재미있는 책만 골라 읽어도 좋지만, 우연히 고른 책이 재미가 없더라도 끝까지 읽도록 한다. 난 예전에 1천페이지 정도 되는 생태학 개론서를 1주일동안 꼬박 읽어본 적이 있다. 정말 지겨웠지만, 그렇게 다 읽고 나니 웬만큼 지루한 책도 잘 읽히게 되었다.
무조건 읽는다. 일단 읽으면 끝까지 읽는다. 한권 다 읽으면 다른 책을 꺼내자.
그럼 당신도 독서왕.

7. 친구
이건 내가 어떻게 해줄 수가 있는게 아니라고 본다. 알아서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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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다 쓰고 보니 용두사미가 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언젠가 보충할 내용이 생기면 그때 보충해 두도록 한다.
질문은 댓글로, 언제나 대 환영이다.

by snowall 2009. 5. 13. 0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