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에게 질문하였다. 질문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선은 점의 집합입니다. 점은 크기가 없는 것이고, 선은 "길이"라는 크기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크기가 없는 것을 모아서 크기가 있는 것을 만든다는 뜻인데
0 + 0 + ... = 1
0을 아무리 많이 더하더라도 0이어야 하는데, 이건 이상하지 않나요?

듣고보니 이상하다.

그런데 사실 이걸 제대로 이해하려면 수학에서의 측도론(Measure Theory)이라는 것을 좀 공부해 볼 필요가 있다. 초등학생에게 이것을 이해시키는 것은 내 능력으로는 불가능하다. (나도 대강 이해하고 넘어간 부분이라서...) 그래서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을 고민하다가 이 글을 쓰게 되었다.

"크기"를 알기 위해서, 도대체 크기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부터 생각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크기"라는 것은 숫자 1개로 주어진다. 그리고 숫자 1개는 양수로 주어진다. "크기"라고 부르는 것은, 따라서 어떤 함수 관계를 나타내는 것이다. 집합을 하나 주면, 우리는 "크기"를 재는 함수에 따라 어떤 수를 하나 알게 되는데, 그 수가 바로 "크기"라고 부르는 수이다. 만약, 두 집합이 서로 겹치지 않았다면, 두 집합의 합집합의 크기는 두 집합의 크기를 그냥 더하면 될 것이다. 또한, 공집합의 크기는 0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크기"라고 부르는 함수가 갖고 있는 특징일 뿐, 실제로 그 함수 자체를 알려주지는 않는다. 이러한 특징을 만족하도록 우리가 잘 정해서 써먹어야 할 것이다.

많은 수학자들은 어떤 것들의 크기를 재기 위해서 많은 방법을 고려해 왔다. 이러한 방법은, 더군다나 눈에 보이지 않는 수학적 집합을 다루는 것이라, 누가 보더라도 확실히 알 수 있는, 그런 명확한 정의를 갖고 있어야 한다.

가령, 1이라는 수와 2라는 수 사이의 점들을 모두 모아둔 선분을 생각해 보자. 상식적으로, 이 선분의 길이는 1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이제 3이라는 수와 4라는 수 사이의 점들을 모두 모아둔 선분을 생각해 보자. 이 선분의 길이 또한 1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방금 생각해본 두 선분의 합집합은 어떨까? 1부터 4까지 사이의 점들을 모아두기는 했지만, 2부터 3까지에 해당하는 구간에는 점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 선분의 길이는 뭐라고 정하는 것이 좋을까? 1? 2? 3?

뭐. 이런 문제는 상식적으로 2라고 정하는 것이 좋다. 전체적으로는 3의 길이이지만 1만큼의 길이에 해당하는 부분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3 - 1 = 2 라고 한다. 여기서, "없는 부분은 세지 말자"는 규칙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다음과 같은 것을 생각해 보자.

유명한 수학자인 George Cantor가 제안한 예제이다. 가장 위쪽의 선분에서 출발하는데, 각 조각을 매번 3등분 하면서 가운데 조각은 빼버린다. 이 과정을 "무한히" 많이 반복한 후의 결과물을 "칸토어 집합"이라고 부른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무한히 많이 반복하여야 한다. 이 과정의 중간 결과물은 칸토어 집합이 아니다.)

뭐, 가장 위쪽의 선분의 길이를 1이라고 해 보자. 두번째 결과물은 2/3이 될 것이다. 세번째 결과물은 4/9가 될 것이다. 이런식으로 2/3배가 되면서 점점 길이는 짧아진다. 그렇다면, 이 과정을 무한히 반복한 후의 결과물의 전체 크기는? 0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즉, 위와 같은 집합은 그 크기가 있을 법도 한데 0이다.

잠깐. 빼먹은 집합이 있는데. 유명한 집합이다. "0과 1사이의 모든 유리수를 모아둔 집합"이라는 놈이다. 이놈의 크기는? 어떻게 하지? 0인가? 1인가? 아니면 그 사이에 어떤 값? 아니면 1보다 큰가?? 음...답부터 말하자면, 이 집합의 크기는 0이다. 그걸 말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이 생각해 봐야 한다.

가령, 직선 위의 집합으로 {0}을 생각한다면, 이 집합의 "크기"는 0이 된다. 왜냐하면 0부터 0까지의 길이는 0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그냥 몇개의 수를 모아둔 {0, 4, 3, 12}같은 집합의 크기도 0이다. 크기가 0인 집합 4개의 합집합이기 때문이다. 그럼, 크기가 0인 집합을 무한히 많이 모아두면 얼마나 커질까?

(다음 글에서...)
by snowall 2009. 9. 30. 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