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버렸다.
스포일러 있다.

일단, 기대하고 본 사람들은 완전 대 실망할 정도의 작품이다. 욕할 생각이라면 절대 보지 말 것. 무지막지하게 유치하다는 걸 꼭 명심하고 봐야 한다.

엄청나게 유치찬란한 장면들이 휘리릭 지나가는데, 나름 재미있었다. 일단, 배우들 캐스팅은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다. 연기 잘하는 베테랑 연기자들은 역시 그 캐릭터의 분위기를 아주 잘 살려줬다. 이건 작품 전체의 품질을 떠나서 베테랑 연기자들의 연기 자체는 아주 좋다. 다만 연기력이 부족한 배우들이 눈에 밟힐 뿐. 외눈박이의 경우, 배우보다는 그래픽을 쓰는게 좋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지만, 뭐 그런데 돈 쓸 여유는 없었을 테니 넘어가자. 나름 코믹도 있고. 나름 성교육적인 측면도 좀 있고. 근데 마지막에 음풍신공/양풍신공은 웃기긴 한데 너무 웃기기만 했다. 리얼하지가 않잖아! 원작이 만화라 그런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으면 좋을 장면이 너무 많았다. 아무튼 재미있긴 한데, 아마 다른 사람들은 시간이 아까웠을 것 같다.

주제전달은 원작보다 좀 더 의도적이다. 원작 다세포소녀는 결코 뭔가를 주장하지 않고, 독자들이 느끼게 하는 맛이 있었다. 독자가 천명이면 천개의 해석이 가능하달까나? 하지만 영화는 뭔가를 의도적으로 전달하려는 느낌이 든다.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원작에 충실하지는 않은 부분인 것 같다. 가난을 등에 업은 소녀는 캐스팅은 괜찮은 것 같은데, 독백이 좀 어색했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에 가난이랑 헤어지는 장면은 좀 오바. 사실 우리나라에서 가난과 헤어지고 싶다고 헤어질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인생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by snowall 2006. 12. 26. 0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