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보기 : http://snowall.tistory.com/1491

바야흐로, 세월은 많이 흘러 현재에 이르렀다. 여기는 세상에 있는 6대륙중에서 소마시안 대륙의 진저리 왕국 카르마니안 자치구내에 있는 시몬면의 면사무소 옆집이다. 정확히는, 집 주인인 부크스 스타스 씨의 집이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 그 집에서 우렁찬 울음소리가 들렸다.

으앙~ 으앙~”

우렁찬 울음소리에 이어

우하하하!!! 아들이닷!”

줄줄이 딸만 넷인 아버지의 기쁨에 찬 목소리다. 그와 함께,

후우...”

네명의 딸들이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쟤한테만 사랑이 가겠군...”

19살의 첫째 딸,사라가 말했다.

어때? 우리도 클만큼 컸는데?”

18살의 둘째 딸,메이가 말했다.

그런데,쟤 이름을 뭐라고 지었을까?”

17살의  셋째 딸,로라가 말했다.

아마...아빠맘대로?”

15살인 넷째 딸,줄리아가 말했다.

어쨌든, 애이름은 아레스라고 지었다고 한다. 이 이름은 아버지 맘대로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모아서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잠시 독자 여러분들이 정신을 놓은 사이에 12년이 지났다. 진저리 왕국 카르마니안 자치구내의 시몬 면사무소 옆집의 주인인 부크스 씨는 벌써 50이다. 이 아저씨의 네 딸중에서 사라는 이미 애가 둘이고, 로라는 아직 결혼을 안했지만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예정이며 메이와 줄리아는 아직 시집을 안갔다.

 

너 이리 안서!”

새가 지저귀고,태양은 따사로운 어느 봄날의 오후. 진저리 왕국 카르마니안 자치구내의 시몬면사무소 옆집의 앞마당에서는 때아닌 도주극이 벌어지고 있었다.

내가 왜? 맞을라구? 때릴꺼 뻔하잖아!”

아레스가 먼지나도록 뛰어가고 있었고, 그 뒤로는 누나인 줄리아가 빗자루와 쓰레기통을 머리위로 들고 뒤쫒아 가고 있다.

에잇!”

!

아얏!”

그러나, 결국은 줄리아가 던진 쓰레기통을 덮어 쓰면서 아레스는 시야를 잃고 계속해서 앞으로 질주하다가 담벼락에 강하게 부딪치고 자빠져 뒹굴었다.

아야야...아파! 뭘 던지는 거야!”

아레스가 일어나면서 자신의 얼굴 모양으로 찌그러진 쓰레기통을 벗어 던졌다.

청소 다 해놓은걸 다시 어질러 놨으니까 지금 즉시 청소를 다시 해 놓지 않으면...”

어휴... 누나랑 놀려고 시도한 내가 잘못이지

그러더니 몸을 돌려서 가려고 했다.

, 동생!”

줄리아가 그의 귓바퀴를 붙들었다.

아야야야 아프다구요 이건 인권침해라구요

나쁜 놈에게 인권은 없어. 이리 와

아빠한테 이를거야!”

줄리아는 아빠를 팔아서라도 살아나려고 하는 아레스의 마음을 모를 수 없었다. 그녀는 아레스의 어깨를 붙들고 다시 주워들은 빗자루를 내밀며 한소리 해야만 했다.

당장 청소 시작해!!!”

귀청이 찢겨나갈 듯한 3단 고음에 아레스는 귀를 막아야만 했다.

 

아레스가 12살이 되던 해의 어느 따스한 그 봄날, 딸과 아들이 정답게 집안을 청소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크스 씨는 더이상 참을수가 없었다. 가정교육에는 한계가 있고, 한도가 있으며, 언젠가는 세상에 나가야만 한다. 아들을 은둔형 외톨이로 키울 생각이 없는 보통의 평범한 아버지라면 아마 일찍부터 아들을 학교로 보내서 사회성을 키우도록 하였겠지만, 이놈의 아들은 사회성이 너무 뛰어나서, 어느정도 집안에 가둘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었다. 걸어다니고 말을 할 수있게 된 이후부터 거의 하루도 쉬지않고 말썽과 사고를 터뜨리고 다닌 바, 그 부모 노릇을 해온 사람이라면 아들을 학교에 보냈다가는 아들보다 자기가 더 자주 학교에 가야 할 것 같은 공포에 사로잡힐 수 밖에 없다. 진저리 왕국에서는 학교를 가는 것은 의무교육은 아니지만 보통은 6살 정도가 되면 글을 배우고 친구를 사귈 수 있도록 학교를 보낸다. 글을 배우는 수준의 간단한 교육은 10살까지 이루어지는데, 여기까지는 나라에서 지원하여 무상으로 이루어지지만 그 이후부터는 소정의 수업료를 받는 전문학교로 가게 된다.

부크스 씨는 아레스의 교육에 대해서 며칠간 고민을 하다가 마법사로 키우기로 하였다. 마법사라고 해서 무슨 불덩어리 던지고 전쟁 나가서 싸우는 군 법사만 있는게 아니고, 대부분은 건설 현장에서 요긴하게 쓰이는 돌인형 소환술이나 비행마법을 배워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비공정을 운전하는 등의 전문직으로 진출하므로 비싼 수업료를 부담하더라도 어느정도 장래를 위해서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마법사로 키운다는 계획을 세운 결정적인 계기는 대부분의 마법 학교는 왕립이고 엄격한 기숙사 제도가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사고치고 다닐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그래서, 부크스는 아레스를 불렀다.

아레스, 이리 와봐라. 줄리아, 아레스 그만 괴롭히고 청소도 그만 하고. 얘야, 너도 이젠 학교에 갈 나이잖냐?”

학교는 뭘 하는 곳인가요?”

친구들과 공부를 하는 곳이지. 아무튼 가

저는 친구가 없잖아요

가서 만들어야지. 아무튼 가

여러가지 이유로, 그날 아레스는 학교에 가는 것이 낫겠다고 결심하였다.


by snowall 2011. 1. 25. 2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