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그렇듯, 모든 사람은 현재를 살아간다. 과거는 이미 지나간 것이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 살아있는건 언제나 현재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지만, 사람들은 과거를 기억속에서 끄집어 내면서 추억이라고 이름붙여두었다. 그럼, 이렇다할 추억이 없는 것은 그동안의 삶을 낭비한 것은 아닐까? 문득, 행복한 순간이나 재미있는 순간은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시간이 빨리 지나가 버리는데도 누구 하나 그 시간을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 또한 낭비하는 것 아닐까?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다보면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예전에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고, 이렇게 글로 남겨서 기록해 두지 않은 것은 알아낼 방법도 없다. 나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내 인생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그래서, 그것이 내가 산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그냥 살아가는 것을 선택한 이유다. 물론 죽기는 싫다. 세상은 구경하는 것도 재밌고 뭔가를 하는 것도 재미있다. 사는건 살아있다는 것 자체로 모두 다 시간낭비다. 그래도 괜찮다. 사람이 살아있는 시간은 뭔가를 좀 해보기에는 짧은 시간이지만,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보내기엔 너무 긴 시간이다. 결국 어물어물하다가 그냥 다 흘려보내게 된다.
by snowall 2009. 9. 22. 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