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로 산 Kittel 고체물리학 책에, 그 책을 원래 갖고 있던 사람이 이렇게 적어놓았다.

"밖으로는 여유있게, 안으로는 냉정하게"

이렇게 살면 성공할 수는 있어도 인생을 너무 딱딱하게 살게 된다. 밖으로 아무리 여유있게 보이려고 노력해봐야 자기 자신에게 여유가 없는데 어떻게 여유가 생기겠나.

그렇다고 해서 안으로는 여유있게, 밖으로는 냉정하게 해도 좋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주는 사람을 바라지 자신에게 냉정하게 대하는 사람을 바라지는 않는다.

비슷한 이유로, 안으로도 냉정하고 밖으로도 냉정한 사람은 더 나쁘다.

세상이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는데, 거기에 맞춰서 변화하지 않고 한가지 관점만을 유지하면 살아남지 못하고 성공하지 못한다.

여유로운 면과 냉정한 면을 모두 충분히 갖추고, 적절히 조화시켜서 세상에 맞춰서 적용하는 것이 좋다.

그 말을 적어둔 페이지에, 같은 사람이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말자"

"실패를 두려워 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

같은 유명한 말들을 적어두었다. 진짜?!

이런 말들을 읽었을 때, 우와 멋지다. 나도 따라할거야. 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왜? 나 자신에게 부끄러워서는 안되는 이유가 뭐가 있을까? 남에게 부끄러운 일과 나 자신에게 부끄러운 일은 다른가? 다를 수 있는가? 같아야만 하나? 달라야만 할까? 나 자신에게 부끄러운 일을 하면 내가 손해를 보나? 이득을 보나? 그런 일을 하지 않으면 좋은게 뭐지? 나쁜건? 나 자신에게 부끄러운 일이란 도대체 뭐지?

멋진 말을 보는 순간, 질문을 쏟아내고 그에 따른 자신만의 타당한 대답을 찾아내야 한다. 스스로 질문을 던지지 못하고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말자"는 문장이 옳다고 생각하고 그에 따르려고만 한다면, 완전히 방향을 잃고 헤매게 된다. 심지어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살면서, "난 나 자신이 부끄럽지 않으니까 잘 살고 있는거야"라고 착각하게 된다. 이건 안하느니만 못한 좌우명이다.

"실패를 두려워 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말도 마찬가지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후렴구에서 읽을 수 있는건 "그럼 결국엔 성공할거야"라는 낙관론이다. 하지만 인생이 과연 그렇게 쉬울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할 수 있는데, 그래도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인가?
그 낙관론을 따지지 말고, 문장 자체로만 해석해 볼 수도 있다.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몇명이나 있을까? 진짜로 실패했을 때 좌절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다시 일어서서 도전할 수 있는 사람은?

멋진 말이라면 얼마든지 해줄 수 있다. 나한테 물어보면 "우와, 그거 정말 멋진데? 좌우명으로 쓰고 싶다"는 문장을 많이 알려줄 수 있다. 중요한건 그걸 안다는게 아니라 그중에 단 하나라도 제대로 실천하는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 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두가지 행동강령을 담고 있다. 우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이건 겉으로 드러나는 건 아니니까 자신만이 그 답을 알 것이다. 겉으로 내색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모른다. 그렇다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은?

실천하기로 정했으면, 별다른 이유가 없는한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으니까 실패하건 성공하건 꾸준히 최선을 다해야 한다. 실패해서 몸도 마음도 피폐해질 수 있겠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게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알겠는가 싶다.

그정도는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멋진 말을 듣고 그 말에 감동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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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nowall 2009. 12. 14. 0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