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림을 하나 감상해 봅니다.
제목은 "눈사람" 입니다.

snowman (by snowall)
뭔가 느껴지시나요? 고독? 추위?

사실 이 그림은 저희 어머님의 언니의 아버지의 형님의 아버지의 둘째아들의 둘째딸의 첫째아들이 그린 그림입니다.

이런 그림에서 뭔가 느끼셨으면 그림을 좀 볼 줄 아시는 분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저에겐 그런 권위가 없네요.

이 그림을 그린 작가는 배경이 하얀색인건 새하얗게 눈이 내렸기 때문이고, 눈사람이 회색인건 길바닥에 굴리느라 때가 타서 그렇다고 합니다만, 아마 작가는... 작가는 자신의 자화상을 그리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단지, 그가 미대를 졸업하지 않아서 그런지 심하게 추상화 되었다고 오해받게 생겼기 때문에 그렇게 말도 안되는 헛소리같은 변명을 변명이랍시고 늘어놓고 있다는 생각이 잠깐동안 스쳐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언뜻 보기엔 2차원의 평면적인 그림이라고 생각되지만, 그림의 미묘한 각도와, 얼굴 부분의 표현에서 작가가 원래는 3차원적인 그림을 그리려고 시도했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원래 2차원 그림을 그리려고 했다는 식으로 무마하려고 하네요. 눈사람에게 손은 있으나 발이 없는 것은 어디로도 움직일 수 없다는 작가 내면의 마음씨를 표현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이 그림은 정물화이고, 따라서 눈사람에 발이 있으면 장애가 있는 눈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을 것 같아서 그리지 않은 겁니다. 작가의 의도를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작가가 이 그림을 그리던 시기에는 눈이 내리지 않았습니다. 눈이 내리지 않았는데 작가는 어째서 눈사람을 그린 것일까요? 그는 왜 정물화라고 주장하면서, 눈사람을 보지도 않고 눈사람을 그렸을까요. 눈앞에 보이지 않은 눈사람을 그렸으니 사실 이것은 추상화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추상화 치고는 심하게 사실적이죠. 피카소, 칸딘스키 같은 화가들이 그린 작품과 비교한다면 세밀화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릅니다. 또한 이 그림의 표현 양식이 화폭에 점을 찍어서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쇠라에 의해서 만들어진 점묘화에 속할수도 있습니다. 종합하자면 이 그림은 점묘화 기법을 이용해서 그린 추상화 같은 느낌의 정물화가 되겠네요.

한장의 그림 속에서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끄집어 낼 수 있다는 것 또한 인간이 가진 여러가지 재능 중의 하나인 것 같습니다. 과연, 이 그림을 그린 작가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by snowall 2009.12.16 18:15
  • 2009.12.16 18:41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snowall 2009.12.16 19:52 신고 EDIT/DEL

      http://snowall.tistory.com/1547

      이걸 참고하시면 조금 도움이 될지도요...ㅋㅋ

  • 카디악 2009.12.16 20:09 신고 ADDR EDIT/DEL REPLY

    어머님의 언니의 아버지의 형님의 아버지의 둘째아들의 둘째딸의 첫째아들
    이 바로 snowall님이라는 것에 한표 !

  • goldenbug 2009.12.17 05:05 ADDR EDIT/DEL REPLY

    추상화라기보다는 상상화일 듯 싶네요.
    더군다나 저게 정물화라면 몸통에 머리를 상당히 강하게 붙였어야 할 듯하고, 구르지 않게 머리 속은 텅 비었어야 할 듯 싶네요. ^^ (아니라면 검게 찍힌 눈과 코가 반물질로서 강한 반중력을 받고 있다거나...)

    • snowall 2009.12.17 09:30 신고 EDIT/DEL

      ㅋㅋ화학적으로도 분석해 주시면 감사

    • goldenbug 2009.12.18 13:04 EDIT/DEL

      나중에 시도해볼께요. ^_^

  • starrynight 2009.12.17 09:30 신고 ADDR EDIT/DEL REPLY

    아... 할 말을 잃었습니다. ;)

  • Aptunus 2009.12.17 12:16 신고 ADDR EDIT/DEL REPLY

    무의 공간에서 유라는 존제의 가치를 깨닮은, 고독과 공허함이라는 인간본질으로의 해방을 바라는 두 손과 두 눈동자는 이상향에 대한 동경을 표현하기 충분하지만, 이상향으로 다가가지 못하고 그저 바라만 볼 수 밖에 없는 슬픔과 절망이 잘 녹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작가는 바로 이러한 인간의 본질의 속성과 사회의 부조리를 비판하며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상향에 대한 슬픈 동경을 표현한게 아닐까?

    라고 ㅋㅋㅋㅋㅋㅋ

    • snowall 2009.12.17 12:21 신고 EDIT/DEL

      ㅋㅋ왜그렇게 정확하세요.

      우주 전체의 시간과 사람의 인생을 비교해 보면, 사람은 존재한 시간보다 존재하지 않는 시간이 더 길고, 따라서 관점을 바꿔본다면 존재하지 않는것이 "정상적인"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의 부조리 따위는 인간의 존재의 비정상성과 비교한다면 한참 정상적인 상태죠.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