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오는 길에 핸드폰 사전을 a부터 읽기 시작했다. 아킬레스(Achilles) 항목에서 잠시 멈칫했다. 영웅은 영웅인데, 어릴때 발목만 빼고 무적이 되는 바람에 발목이 약점이 된 비운의 영웅이다. 화살도 안 먹히고 칼도 안들어가는데, 하필 화살을 발목에 맞는 바람에 죽는다.

이른바 금강불괴지체를 가졌다는 얘긴데, 왜 발목에 화살을 맞고 죽는 걸까? 일반인도 화살을 발목에 맞고서는 죽지 않는다. 물론 평생 장애를 갖고 살 수는 있겠지만. 독화살이었을까?

http://www.jisiklog.com/qa/11336064.htm

찾아보니 독화살 맞았댄다. -_-;

화살을 쏜 사람이 대단한 명사수인 것 같다. 아킬레스는 정말 빠르다던데, 사람이 빠르면 그 사람을 움직이는 발은 더 빨리 움직일 것이고, 그중 가장 끝에 있는 발은 더더욱 빠를 것이다. 그렇게 빠른 발을 화살로, 그것도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복잡하게 움직이는 전투중에 맞췄다는건 참 대단한 것 같다.

만약에 아킬레스가 어릴적에 테티스 강에 푹 들어갔더라면 진짜 무적이 되었을까? 만약 그 물을 토나오도록 많이 마셨다면 익사했으려나? 아니면 독에 맞아도 죽지 않는 슈퍼맨이 되었으려나?

아킬레스는 자신의 약점을 몰랐던 것일까? 아니면 알고도 방심한 것일까? 아니면 잘 알고 대책을 잘 세워두었으나 화살이 더 강했던 것일까? 아니면 단지 재수가 없는걸까.

제논이 맞았더라면 아킬레스는 죽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by snowall 2010. 1. 23. 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