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분

같은 사무실 쓰는 사람들끼리 굳이 친해져야 하는 의무라도 있는지 모르겠다. 부탁한거 웃으면서 들어주고 시킨거 다 잘 처리하고 그럼 되는거 아닌가.

직장 사람들을 싫어하거나 그런건 아니지만, 이 안에는 내가 일부러 어색하게 대하고 있는걸 싫어하는 사람들 뿐이다.

술마실 시간에 글을 쓰는 것이 더 좋고, 술마실 돈(~수십만원)으로 책 사서 보는게 더 좋다. 그렇다고 내가 잘난척 한것도 없고 그냥 개인의 취향일 뿐이다. 깊이있는, 진지한 대화라면 몇날 며칠을 밤새 토론하더라도 아깝지 않지만, 연예인 얘기, 바에서 만난 여자 얘기, 어제 노래방에서 불렀던 도우미 얘기, 직장 동료 뒷담화, 이런건 정말 지겹다. 도우미랑 2차 갔다가 60만원 긁은 얘기를 왜 듣고 있어야 하는건지, 그거 위로해 달라고 다른 사람들에게 표현하는거 보면 참 불쌍해 보인다. 내가 더 순수하거나, 내가 더 잘났거나,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남자들끼리 얘기하는데 술이 빠질 수 없고, 얘기하지 않으면 친하지 않으니 어색하고, 어색하면 업무가 더 잘 안되는건 당연하다. 하지만 난 술을 싫어한다. 별로 원하지 않는다. 술이 약하기도 하고, 마셔서 "즐거움"을 느낀 적은 정말 한번도 없다. 그렇다고 내 페이스에 맞춰서 적당히 마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맨날 다른 사람들이 마시자고 할 때 마시다 보면 1차에서 쓰러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술 마실 돈 있으면 아껴다가 나중에 여자 사귀면 그때 투자를 하든가, 책이나 더 사보고 싶다.

시간, 돈, 건강 모든것을 낭비하는 짓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친분을 쌓을 수 없는 사회는 정말 쓰레기통같은 사회다. 이렇게 얘기한다면 다른 사람들은 나만 고고한척 하는 거라고 싫어하겠지. 그걸 신경쓰지 않는다. 이렇게까지 얘기하면 또 다시 다른 사람들은 나중에 후회한다고 얘기하겠지. 역시 신경쓰지 않는다. 이렇게 말하면 그래도 사람들은 어려서 모른다고 얘기하겠지. 네, 알겠어요, 그러니까 다 커서 그때 후회하고 처절하게 깨달을테니 지금은 좀 가만 놔뒀으면 좋겠다.


by snowall 2010. 3. 12. 2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