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컵에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 뜨거운 물을 부었더니 컵에 금이 갔다. 헐.

가만히 놔두면 물이 샌다. 그래서 이걸 해결하기 위해 여기에 테이프를 붙이려고 한다. 테이프를 가장 효과적으로, 실제 사용에 지장이 없게 하려면 매끈하게 붙이는 것이 좋다. 그래서 문제.

수학적으로 잘 정의된 원뿔이 있다. 여기에 수학적으로 잘 정의된 스카치 테이프를 이용해서 한번도 자르지 않고 접히지도 않게 그 표면을 모두, "잘" 뒤덮을 수 있을까? 스카치 테이프의 너비는 일정하지만 임의로 정할 수 있다. 그리고 스카치 테이프는 늘어나지 않고 쪼그라들지도 않는다. 길이는 무한히 길어질 수 있다고 하자.

이 문제를 풀 수 있다면, 이제, 어떤 임의의 표면을 스카치 테이프로 모두 뒤덮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만족되어야 할까? 잘 덮이는 표면과 덮을 수 없는 표면은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풀이는 미래의 언젠가. -_-;

위의 문제에 대한 풀이를 "잘" 일반화시키면 일반 상대성이론 문제도 풀 수 있다.

풀이
풀이가 너무 빨리 올라온 것 아니냐는, 뭐 그런 질문이 있을 수 있지만 앞에서 얘기했듯이 "미래의 언젠가"가 꼭 "먼 미래"이어야 한다는 보장은 없다.

일단 이 그림을 보자.
http://www.topianet.co.kr/topia/6/6s/6s2060105.htm (단순 "사실"은 저작권이 없다. 이것은 그냥 단지 원뿔의 전개도일 뿐이다.)

원뿔을 잘 잘라서 펼치면 위와 같은 모양이 된다. 이 전개도에 테이프를 잘 발라 붙인 후, 다시 원뿔로 붙이면 된다. (참 쉽죠?)

생각해보니, 한번도 안자르고 붙이는건 조금 힘드니까, 테이프를 좀 넓다고 가정하자. (문제의 조건은 안 어겼음! ㅋㅋ)

이제 수학 시작. (이하, 어려울 것 같은 단어를 쉽다고 주장하는 저자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그게 쉽다는 걸 이해하거나[각주:1]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 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진 사람들은 읽지 않아도 아무 상관 없다.)

위와 같이, 전개도를 그릴 수 있는 평면을 "가전면"이라고 한다. 영어로는 "developable surface"이라고 한다. 이 단어를 어떤 사람들은 "지표면 중에서 개발할 수 있는 땅"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설마 이 글을 읽을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영어와 수학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가전면은 전체적인 곡률이 0인 표면을 얘기한다. 곡률은 "구부러진 정도"를 말해주는 수인데, 아니 원뿔이 어디가 평평해? 밑면? 이렇게 물어볼 사람 분명히 있을 것이다. 맞다. 사실 원뿔의 빗면은 구부러진 표면이다. 하지만 수학적 의미의 곡률은 0이라는 것이다.

수학적 의미의 곡률을 제대로 설명하려면 미분기하학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다뤄야 하는데, 사실 그건 아직 나도 제대로 이해 못한 부분이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자. 어쨌든, 평면에 쫙 펼칠수 있으니까 곡률이 0이라는 건 그럭저럭 이해할 수 있다. 만약 곡률이 0이 아니라면, 그 표면은 평면에 찢지 않거나 접히지 않게 펼칠 수 없다. 어떻게 해도 접히고 어떻게 해도 찢어진다. (수학은 이런걸 증명하는 학문이다. 놀랍지 않은가?)

가령, 지구본의 지도를 평면에 어떻게 하더라도 제대로 옮겨서 그릴 수 없다는 것은 유명한 사실이다. 지도 제작자들의 딜레마라고 하는데, 지구본에서 두개의 직선이 있을 때, 이 두 직선이 이루고 있는 각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지구본의 특정 영역의 넓이를 그대로 유지하는, 그런 지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것도 증명할 수 있다.)

물론 지구본의 아주 작은 영역에 한해서는 그럭저럭 원하는 만큼 작은 오차를 갖고 그렇게 그릴 수 있지만 지구 전체에 대해서는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때, "원하는 만큼 작은 오차"라는 개념으로부터 "미분"이 나오고,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기하학이 나온다. 따라서 이런걸 연구하는 학문 분야가 바로 미분기하학(Differential geometry)이다.

그런데 사실 지구가 둥글다는 것은 인공위성을 보면 알 수 있는 것이긴 한데, 도대체 지구에서는 그걸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뭐, 가장 쉽게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은 에라토스테네스의 방법이긴 하다. 동네마다 태양의 남중고도가 다르거나, 동네마다 북극성의 고도가 다르다거나 등등. 아니면, 반지름이 1000km인 원의 면적을 재 봐도 된다. 지구가 평평하다면 1000000$\pi$km${}^2$이 나오겠지만, 지구가 평평하지 않다면 이 값보다 크거나 작은 값이 나올 수도 있다.

뭐...짧게 요약하자면, 이런 얘기를 대충 한 다음에, 질량이 공간을 구부러트린다는 가정 하나만 넣으면 이제 미분기하학이 일반 상대성이론으로 탈바꿈한다. (물론 장 방정식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최소 작용의 원리도 필요하지만 이 글은 아무튼 수학 관련 글이므로 더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자. 아무튼, 테이프 붙이기에서도 수학적인 무언가를 찾아볼 수 있지 않은가.

어떤 모양의 컵이 테이프로 잘 발라줄 수 없을지 고민해 보자.
  1. 그 단어의 개념을 이해하는 것 말고, 그 단어의 개념이 쉽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 말이다. [본문으로]
by snowall 2010. 4. 28. 1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