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SF소설과 SF영화를 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소재중의 하나가 미래에는 컴퓨터가 인간을 지배하고, 특히 인공지능을 갖게 된 컴퓨터가 논리적 사고방식을 통해서 도출된 결과로 인간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터미네이터, 매트릭스 등. 내가 SF장르의 전문가가 아니어서 아직 발견 못한 거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내가 봐 왔던 SF 이야기에서 컴퓨터가 인간이 쓸모있는 존재로 평가하고 함께 발전을 도모하려는 것은 보지 못했다.

SF 이야기를 쓰는 것이 결국은 인간이기 때문에, 이것은 곧 인간이 인간 자체를 그다지 쓸모있게 평가하지 않는다는 것이기도 하다. 아니면 컴퓨터가 인간을 좋게 평가하면 아무 재미가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또 다른 것도 있다. 외계인이 나오는 SF의 경우, 많은 외계인들이 지구를 정복하려고 한다. 아마 ET 말고 다른 외계인들은 다들 지구에 눈독을 들이는 존재들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최근에 만들어진 District 9이나 Avatar의 경우에는 그나마 외계인들이 철거민 수준의 계급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 외에 많은 SF영화에 등장하는 외계인들은 지구가 참 좋아보이나 보다.

사실은 외계인들은 인간과 진화 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지구의 자연 환경이 아무 짝에도 쓸모 없을 수가 있다. 가령, 우리는 파랗기 때문에 아름답다고 말하는 지구지만 70%가 물로 뒤덮여 있는 건 외계인들에겐 "여긴 70%가 사막지대잖아"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외계인들에게는 온도가 너무 높거나 너무 낮을 수도 있다. 그걸 정복하겠다고 오는 애들은 사실 그냥 남극이나 에베레스트 산에 국기 꽂겠다고 도전하는 정도의, 극히 소수의 존재들일 수 있다.

뭐, 위의 두 고정관념을 다 깨버린 SF도 있긴 한데,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정도가 있다. 외계인이 지구를 그냥 밀어버리려고 하고, 인간에 대한 평가는 고작 "대체로 무해함"이다.

고정관념을 깨는 신선한 스토리를 조금 더 맛보고 싶다. 음.
by snowall 2010. 6. 26. 2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