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랑 얘기하다가, 내가 토플 예상점수가 50점 정도 되고 80점이 목표라는 말에 그 친구가 실망했다면서, 자기가 아는 어떤 친구는 준비 없이 봤는데 100점이 나오고 조금 공부해서 110점이 나왔다던데, 나보고 그정도 할거라고 기대했는데 아니라서 실망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예상점수가 50점이라는건 내 현재 실력이 그렇다는 뜻이고, 목표가 80점인 것은 그 이상 받아봐야 유학가는데 의미가 없으니 쓸데없는 노력을 안하겠다는 건데, 무슨 사람이 목표치가 그렇게 낮게 잡혀 있냐면서 100점 넘게 받아서 좋은 대학 가면 좋은거 아니겠냐고 갈궜다. 근데 그건 천재잖아. 공부 대충 하고도 수능에서 2개를 틀리는 바람에 서울대 갔다는 친구인데, 난 그런 천재형 타입이 아니다. 난 철저하게 물리학/수학에 특화된 공부를 해 왔고, 나머지는 필요한 만큼만 공부하고 필요한 만큼만 노력하는 타입이다. 나도 공부 대충하고 그 친구도 공부 대충하는데 단지 결과가 다르다는 것 뿐. 게다가 난 그 결과를, 그쪽 결과는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논문과 연구로 실력이 결정되는데 시험 잘봐서 뭐하게...

어쨌든, 내가 토플 100점을 넘게 받으려면 유학을 포기하고 영어 공부만 해야 하는걸...
내가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 영어 공부를 하는게 아니라, 물리학 공부를 하고 싶은데 하필 물리학자들이 영어를 주로 써서 공부하는 것 뿐이다. 물리학자들이 주로 중국어를 썼다면 중국어를 공부했을 것이고, 히브리어가 주류 언어였다면 히브리어를 공부했을 것이다. 내 목표는 물리학이지 영어가 아니다.

아무리 결과가 더 중요하고,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 해 주는 시대라 하더라도, 아무리 그래도 수단이 목적을 바꾸면 안되는거 아닌가. -_-;;;;

전에도 말했듯이, 나에게 그런걸로 이래라 저래라 안했으면 좋겠는데...
by snowall 2010. 9. 20. 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