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에서 말하는 "함수"는 Function이라고 부르는데, 사실 그 속에 잘 보면 Fun이 숨어있다. What so funny!

함수에 관한 글을 쓰려고 보니, 학부 4학년때 함수 해석학(Functional Analysis)라는 과목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결국 그때 배운건 Fourier Analysis였지만. 진정한 의미의 Functional Analysis는 대학원에 가서 들었던 함수 해석학 시간에 배울 뻔 했는데, 그땐 또 결국 Real analysis를 배웠다. 요약하자면, 나는 함수론 따위 들은적 없다는...ㅡㅡ;

우리는 처음 함수를 배울 때, 집합 X와 집합 Y를 연결하는 규칙이라고 배웠었다. 수학에서는 아주 많은 종류의 집합을 다루는 데, 보통 X와 Y는 수의 집합을 사용한다.

가장 쉬운 건 일단 수 1개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일단은 실수(real numbers)집합만 생각하자.)

a

a가 어떤 실수라고 하면, 재미가 없다. 그러니까, 좀 더 재밌게 하기 위해서 친구를 붙여주자.

a, b

a와 b가 어떤 실수라고 해도, 사실 별 재미는 없다. 더 재밌어 지려면 아주 많은 친구가 필요하다.

a, b, c, d, ......

a, b, c, d, ... 들이 모두 어떤 실수라고 하자. 이걸 우리는 수열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수 1개만 있어도 유한 수열로 간주할 수 있다.)

a, b, c, d, ... , z

하지만 알파벳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알파벳 이름을 붙여준 수들의 집합은 수열이긴 하지만 유한 수열이다.

그러니까 무한히 많은 수를 사용해서, 무한 수열을 만들어 보자.

a1, a2, a3, ..., an, ...
n은 적당한 정수로, 끝도 없이 계속할 수 있다.

이걸 갖고서 집합을 하나 만들어서 A라고 불러 주자. 집합에 A라는 이름을 주었을 때, 그 집합은 내게로 와서 수열이 되었다.

A = {a1, a2, ... , an , ... }

해석학 수업을 처음 들으면, 수열의 수렴성에 대해서 배운다.
http://snowall.tistory.com/15

수렴성은 A가 어떤 놈인지 알기 위해서 알아야 할 가장 기초적인 것들 중의 하나이다. 왜냐하면 만약 A가 수렴한다고 하면, 우린 A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원소를 갖고 있는지 알 수 있고, 따라서 어디까지 가면 괜찮을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렴하지 않는다면 알 수 있는게 별로 없다. 수렴하지 않는다는 것 정도?

수렴성을 판정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이 글은 해석학 강의가 아니므로 넘어가자.

수열을 갖고 이것저것 하다보면, an에 붙어 있는 n이라는 수가 왜 자연수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왜냐하면, 자연수를 확장해서 정수가 나왔고, 정수를 확장해서 유리수, 실수, 복소수 등이 나왔기 때문에 수열의 n에도 자연수 말고 좀 더 매끈한 수를 써보고 싶은 본능적 충동이 발생한다.[각주:1]

이걸 하기 위해서 수열을 함수로 확장해 볼 수 있다. 수열도 자연수집합에서 실수 집합으로 가는 함수이다. 따라서 수열의 n을 실수로 확장한다면 자연스럽게 실수 집합에서 실수 집합으로 가는 어떤 함수를 생각할 수 있다. 그게 우리가 보통 f(x)[각주:2]라고 이름을 붙인, 바로 그 함수이다.

실수는 연속적인 집합이므로 함수에서도 연속성을 생각할 수 있다. x와 y가 가까이 있다고 할 때 f(x)와 f(y)도 가까이 있으면 그런 함수는 연속함수이다.[각주:3]

여기까지는 그냥 수 1개에 대해 다른 수 1개를 엮어주는 정도의 단순한 함수들이다. 이런 함수들을 갖고서 미분도 하고 적분도 하고 길이도 재고 각도도 재고 여러가지를 할 수 있다.[각주:4] 그런데 세상에는 그런것만 있는게 아니다. 벡터라는 것도 있고 텐서라는 것도 있다. 이건 수 여러개를 엮어서 하나의 대상으로 보는 개념이다. 가장 쉽게는, 위에서 나온 n개의 원소를 갖는 유한 수열을 n차원 공간의 한 벡터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럼 n차원 공간의 한 원소를 수 하나에 대응시켜주는 그런 함수를 생각할 수도 있다. 물리학에서 등장하는 그런 함수가 대표적으로 포텐셜 함수가 있다.

그리고 무한 수열도 하나의 벡터가 될 수 있고, 그 수열 자체에 대해서 통째로 수 하나에 대응시켜주는 함수도 생각할 수 있다. 즉, 수열이란 1, 2, 3, ...에 대해서 a1, a2, a3, ... 를 대응시켜주는 규칙인데, 그 규칙 자체에 수 하나를 대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원한다면 수열들의 수열도 만들 수 있다. 하기 싫겠지만.[각주:5]


  1. 설마, 그런 충동이 진짜 발생했으면 당신은 수학자다. -_-; [본문으로]
  2. f(x)라고 쓰고 걸그룹이라 읽는다면 그것 또한 어떤 의미에서는 범함수... [본문으로]
  3. 여기서 "가깝다"라는 말 역시 수학적으로 엄밀히 정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생각해 두자. [본문으로]
  4. 그런 것들이 잘 되는 공간을 "잘 정의된 공간"이라고 부른다. 뭔 이름이 그따위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잘 정의된 공간"에 있는 함수들을 "잘 행동하는" 함수들이라고 부르고 있다. 아니면 도대체 뭐라고 불러야 할까. 수학자들이 마법사도 아닌데. [본문으로]
  5. 수열들의 수열은 행렬이라고 할 수도 있다. [본문으로]
by snowall 2010. 10. 2. 1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