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 잡으러 간 사람들의 뭔가 환상적인 이야기라면 정통 판타지가 되겠지만, 이 책은 안타깝게도 수학 역사책이다. 그중에서도, "유한 군론" 분야에 관한 역사 책이다. 유한 군론은, 대수학을 싫어하는 내가 손을 대본적도 없는 매우 어려운 분야이다. 일단, 어렵다. 그리고 길다. 많다. 뭐 이런 특징들이 있는 분야.

어쨌든, 수학의 한 분야를 옛날부터 지금까지 짜임새 있게 서술하고 중요한 결과들을 소개하고 있다. 역시 용은 아무나 잡는게 아니다.

인상깊은 대목은, 어느 수학자가 지하철에서 "산수(A course of arithmetic)"책을 읽고 있는데, 한 아줌마가 다 큰 어른이 산수 공부하니까 보기에 좋다고 말했다는 대목이다.[각주:1] 대학교/대학원 교재들 보면 "~~학 개론(An introduction to ...)"이라든가 "~~학 첫걸음(A first course in...)" 이런 책들이 많은데, 그 책들은 웬만해서는 서론 이후로 첫 장의 첫 쪽도 읽기 힘든 경우가 많다. (어떤 경우에는 서론도 읽기 힘들다.) 지하철에서 어른이 산수 책 읽고 있다고 놀리지 말자. 그는 천재이다.

그나저나 저자는 몬스터 대칭군이 끈이론과의 연관성을 보이고 있다고 하면서 역시 수학은 물리학에 깊은 연관이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나는 그보다는 끈이론이 그냥 수학의 이론이고 물리학에서는 좀 동떨어진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수학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읽어볼만한 책이다. 번역도 수학과 영문학을 둘 다 전공한 분이 번역하여서 꽤 매끄럽고 깔끔하다. 그리고 수학적으로도 정확한 언어가 사용되고 있다. (이런 번역서는 드물다. 안타깝게도.)
  1. 책에 쓰여진 표현은 이렇지 않다. [본문으로]
by snowall 2010. 11. 9. 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