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은 수학을 싫어한다. 그리고 또다른 많은 사람들은 수학을 사랑한다. 그중, 수학을 사랑한다고 하는 사람들을 살펴보자. 그중에 많은 사람들은 수학이 뭔지 잘 모르지만 수학을 사랑한다. 그리고 또다른 많은 사람들은 수학이 뭔지 잘 알면서 수학을 사랑한다.

수학에 관심이 있어서 수학을 공부해보고 싶은데 수학이 너무 어려워서 하다가 언제나 포기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수학을 공부하면 좋을지 써 본다.

읽기 귀찮으면 가장 뒷부분만 읽어도 무방하다.

1. 수학은 어렵다.
진짜 어렵다. 어느정도로 어렵냐 하면, 대학교 수학과에서 배우는 수준이 그냥 커피라면, 수학과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배우는 수준은 티.오.피다. 근데 문제는 대학교의 수학과가 아닌 학과들이 배우는 수학의 수준이 그냥 커피라고 하면, 수학과 학생들이 배우는 수학은 티.오.피다. 더 큰 문제는,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수학이 그냥 커피라고 하면, 대학교의 수학과가 아닌 학과에서 배우는 수학이 티.오.피라는 것이다. 이 끝없는 수학의 난이도 상승은 재귀적으로 유치원 수준까지 내려간다.

위의 사례에서 지수함수의 엄청난 위력을 찾을 수 있다. 각 단계별로 2배씩 어려워진다면,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대학교-대학원까지 가면서 유치원과 대학원 사이에는 32배나 되는 차이가 생긴다. 이게 지수법칙이다.

위의 내용은 수학이 얼마나 어려운지 설명하려고 쓴 것이기도 하지만, 수학이 본질적으로 무엇을 다루고 있는지 설명하려고 쓰기도 했다. 수학이 다루는 대상은 매우 다양하다. 수, 도형, 집합, 뭐 그런것 등등 많다. 수학이 어떤 것을 연구하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주장이 있고, 나도 그런 주장들 중의 하나를 주장하고 있는데, 내 생각에 수학은 "규칙을 연구하는 학문"이다.[각주:1] 규칙을 잘 따져보면 수학의 답을 찾을 수 있고, 수학을 못하는 이유는 규칙을 잘 모르고 잘 따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2. 수학은 어렵다.
그래서 다시한번 말하지만 수학은 어렵다. 왜냐하면 수학을 쉽게 배운적이 없기 때문이다. 유클리드가 수학에는 왕도가 없다고 했지만, 사실 쉬울때 수학을 제대로 배우면 어려운 수학도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임의의 n차원 미분 다양체 위에서 정의된 임의의 도형의 부피를 구하는 문제는 꽤 어렵다. 적분을 잘 하면 되는데, 적분 자체에 울렁증이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파트를 살 때 제시된 면적과 실제 면적을 구하는 문제는 목숨을 걸고 풀어내는 사람들이 있다. 본질은 똑같이 부피(=크기)를 구하는 문제지만 어떻게 제시되고 어떻게 관심을 갖느냐에 따라 그 난이도가 달라진다. 만약 임의의 n차원 미분 다양체 위에 지어진 아파트라면 어쩌려고 그러시는지 모르겠다.[각주:2]

수학을 "최대한 쉽게" 배우려면 격차들 사이의 간격을 좁혀야 한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고 하듯이,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하듯이, 유치원 수준의 수학을 배우고서 바로 대학 수준의 수학을 공부하려고 하면 어렵지만 단계별로 배우면 그렇게까지 어렵지는 않다. 그 단계를 건너뛰려고 하면 그 순간 숨이 탁 막히고 가슴이 먹먹한 수학의 세계가 다가온다.

3. 수학적으로 생각하기
수학자들이 수학을 연구하는 방식은 집을 짓는 것과 비슷하다. 기초를 다지고, 철골을 세우고, 콘크리트로 채우고, 벽돌을 쌓고, 창문을 낸후, 장식을 해서 분양한다.[각주:3] 단지 이 모든 것들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추상적인 과정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수학자들은 머릿속에서 집을 짓는것과 비슷한 과정으로 연구한다. 머릿속에서 집을 지어보자. 어떻게 지을까? 기초를 다져야 하는데, 땅의 특성을 파악해서 얼마나 깊이 기둥을 박으면 집이 무너지지 않을까? 그렇게 했을 때 그 위에 지어진 집이 흔들리지 않고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보장되는가? 그 기초에 대해 지을 수 있는 집은 최대 몇층짜리 집일까? 그것을 어떻게 증명할까? 철골을 세울 때, 어떤 재질의 철골을 세워야 할까? 굵기는? 길이는? 엮는 방법은? 그렇게 한다면 집이 안전하다는 것이 보장이 되나? 그걸 어떻게 증명할까? 콘크리트 타설을 통해 벽을 세울 때, 단열재는 어떻게 넣을까? 뭘 넣을까? 그걸 넣으면 집이 따뜻할까? 콘크리트를 말리는 시간은? 콘크리트의 농도는? 이런 식으로 한단계씩 쌓으면서, 매우 조심스럽게 한단계씩 진행한다. 이게 어려운 이유는 오직 머리로만 생각해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류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한단계라도 틀렸다면 수학의 건축물 전체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현대 수학이 이루어놓은 성과는 엄청난 규모인데, 아주 세세하게 살펴보면 각각의 단계는 단순한 논리적 과정들로 이루어져 있다. 만약 그중 하나라도 삐걱거린다면 그 엄청난 규모의 수학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 따라서 수학자들은 단 한단계도 어긋나지 않도록 매우 주의해서 연구한다. 완전히 증명되지 않은 명제는 "추측(conjecture)"라고 부르며 이에 대해 언급할 때에는 항상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는 점을 언급한다.

그래서 수학적으로 생각하기는?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사실들을 누구도 의심하지 않도록 다지면서 진행하는 것이다.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아래가 튼튼해야 하는 법이다.

수학을 공부하려면 우선 수학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야 한다. 물론 수학적 사고의 기초는 논리적 사고이며 수학적 사고는 거기에 규칙을 찾아내는 것이 추가된다. 논리적 사고는 모든 문장에 대해서 "정말 그런가?"라고 한번 더 의심하면서 그게 정말 그렇다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이건 배울 수 있는게 아니라 엄청난 연습이 필요하다. 논리적 사고하는 기법은 배울 수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공부하는건 연습밖에 길이 없다.

이 연습을 하는데 좋은 책이 "논리와 비판적 사고(김광수)" 같은 책이다.

4. 수학을 공부하기
수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해 놓은 성과를 다 따라잡아서 자신이 이해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게 재밌는 부분이다. 대학교에서 수학과 수업을 들어보면 교수님들이 책에 있는 정리를 하나씩 증명하면서 수업을 한다. 시험문제도 책에 있는 정리를 증명하거나 그 정리를 응용하여 어떤 사실을 증명하는 문제들이 주로 출제된다. 수학 책들은 굉장히 체계적으로 되어 있는데, 앞에서부터 차근차근 읽으면 어느새 굉장히 중요한 정리를 증명하고 있다.

지금까지 배운 수학이 너무 어렵다면, 쉬운 것부터 다시 연습해야 한다. 사실 수학만큼 진입장벽이 낮은 분야는 드물다. 수학 공부는 책 몇권과 노트, 펜만 있으면 할 수 있기 때문에 큰 돈이 들지 않는다.

5. 어디에서 시작할까?
수학을 공부하는 데 쉬운건 너무 쉽고 어려운건 너무 어렵다. 아무리 수학을 기초부터 공부한다고 해도, 다 큰 어른이 웬만해서는 구구단부터 공부할 수 없다. 자신의 실력을 확실히 아는 것이 수학 공부의 시작이다. 적당한 문제집을 한권 선정해서 풀어보자. 아니면 수능시험의 기출문제도 좋다. 어느정도 풀어보면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나온다. 그렇게 해서 모르는 게 없을 때 까지 점점 쉬운 문제로 다가가자. 그럼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그렇게 해서 최소한 고등학교 수준의 수학 문제까지는 왜 그런지 몰라도 문제를 풀 수는 있는 수준을 만들어 놔야 한다. (정 안되면, 책 보고 답 보면 이해 되는 수준까지.)

그 다음, 고등학교 때 까지 배우는 "수학" 과목은 사실 "산수" 수준이다. 계산법만 나오고 수학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증명"이 없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 까지의 수학을 집에 비유하자면, 철골까지 세워놓고 "어때? 괜찮지?"라고 물어보는 수준이다. 따라서 제대로 공부한다고 하려면 대학교 수준부터 제대로 된 공부가 된다. 예를 들어, 미분적분학(Calculus) 책을 보자. 대부분의 미적분 교재는 수열부터 시작한다. 수열이 뭔지 설명하고, 수열의 수렴성에 대해 정의하고 몇가지 수열의 극한을 증명한다. 그리고 수열의 극한을 증명하는데 도움이 되는 정리 몇개를 증명한다. 그 다음엔 급수, 함수의 연속성, 미분, 다단계 미분, 적분 등등의 순서로 진행하게 된다. 그럼, 여기서 "입실론-델타 논법"이라는 걸 이해해야 한다. 그게 어떤 논리이고, 어떤 기법이며, 어떤 의미이고, 어떻게 사용하는지 철저히 이해해야 한다. 예제를 보고 연습문제를 풀어보고 물어보고 생각해야 한다. 깨달음이 올 때까지. 수학 공부는 꾸준히 하더라도 속도가 일정하지 않다. 한 문장을 이해하는데 한달이 걸리기도 하고, 책 한권 읽는데 하루면 충분할 수도 있다. 머리가 좋다면 전체적으로 빠르겠지만, 천재라고 항상 다 쉬운건 아니다. 수학 공부의 비결은 꾸준히 공부하는 성실함이고, 한 단계도 건너뛰지 않는 꼼꼼함이고, 지겨운걸 버티고 끝까지 노력하는 인내심이다.

나도 Chern의 미분기하학 책을 읽으려고 시도했지만, 1장을 아직 다 이해하지 못했다. 아마 그거 이해하면 그 뒤는 쉬울 것 같다. 그래도 올해는 다시 시도해 볼 생각이다. 왜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수학의 정리들을 증명해 가는 과정은 재미있다. 스도쿠 문제를 푼다거나 수학 퍼즐 문제를 푸는 것도 비슷한 사고력을 요구하지만 수학의 정리들은 훨씬 더 고차원적인 사고를 요구한다. 복잡함 속에 숨어있는 단순함을 찾아내는 게 재미있나보다.

6. 이 글이 어렵다
뭔 내용을 썼는지 너무 두서없이 적어서 나도 이해가 안되고 있다. 정리는 나중에 하도록 하고, 여기까지 읽었지만 이해가 안되서 슬픈 독자들을 위해서 요점정리를 제공하도록 한다.

1. 수학은 원래 어렵다. 혼자만 어려운게 아님.
2. 성실함, 꼼꼼함, 인내심이 비결
3. 기초부터 튼튼히

수학 공부에 도움이 되는 책은 많이 있다. 요새는 공대생들을 위하여 귀여운 미소녀들이 공업수학 내용을 다루는 만화책들도 나오고 있고 찾아보면 많다.

만약 제대로 된 수학 공부를 하고 싶다면, 대학교 수학과 수업을 들으면 좋다. 좋은 책이라고 한다면, 대학교에서 쓰는 수학 교재를 살펴보면 된다. 단, 가급적 원서 위주로 보길 바란다. 한글로 된 책도 좋은 책이 많겠지만, 아직 내가 본 한글책 중에서는 좋은 책이 없었다.

아예 감도 안 잡힌다면, "선형대수학(Linear Algebra)"부터 시작해 보자. 교재는 Anton의 책이나 Kwak and Hong의 책을 추천한다. (내가 배운 책이니까.)

  1.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그래서 나는 법대생들도 뛰어난 수학자가 될 수 있고 수학자들이 뛰어난 법학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http://ko.wikipedia.org/wiki/%EA%B3%A0%ED%8A%B8%ED%94%84%EB%A6%AC%ED%8A%B8_%EB%B9%8C%ED%97%AC%EB%A6%84_%EB%9D%BC%EC%9D%B4%ED%94%84%EB%8B%88%EC%B8%A0 라이프니츠. [본문으로]
  2. n차원 미분 다양체 위에 아파트를 어떻게 지을 수 있는지는 건축공학 하는 친구들에게 문의 바란다. 난 모른다. [본문으로]
  3. 사실 수학자들의 연구는 분양하는 것 까지 포함한다.(응용수학) [본문으로]
by snowall 2011. 1. 2. 14: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