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신경 안쓰는 쿨한" 거래처와 "소심한 A형" 윗사람 사이에 끼어버렸다.

어떤 장비를 사기로 하고 발주를 했는데 연초라서 연구비 결제 프로세스가 완전 정지되는 바람에 풀릴 때 까지 거래처에 돈을 못주게 되었다. 물론 그 물건이 당장 필요한건 아니라 구매 절차를 정지시켰는데, 그 업체에서 그 장비를 만드는데 필요한 부품을 이미 사놨다고 한다. 주문 제작이라 우리 아니면 사갈데도 없다. 언젠가 사긴 살건데 당장 돈을 못주게 생겼으니 거래처에 미안해진 윗사람께서 이미 사버린 부품의 재료비라도 주자고 하시며 윗사람의 그 윗사람에게 사정사정해서 일단 결제를 할 수 있게 만들어 놓긴 했다. 그런데 내가 바쁘다보니(?) 지난주에 연락을 못하고 어제서야 전화를 걸었는데, 거래처의 이쪽 담당자가 하필 해외 출장을 갔다. 그 얘기를 윗분에게 했더니 나를 혼내면서 사정사정해서 결제할 수 있게 풀어놨는데 당장 결제를 못해주면 나중에 윗분의 윗분에게 다시 사정사정을 해야 하는데 나보고 그걸 한번 더 하라는 거냐고 하시며 빨리 연락해서 언제 들어오는지 물어보고 빨리 결제할 수 있게 하라고 해서 이메일을 보냈더니 별로 큰돈도 아니고 카드 결제라서 처리하기도 번거롭고 귀국하는 것도 2주 후라 그냥 나중에 퉁 쳐서 결제하면 안되냐고 답장이 왔다.

난 아무 상관 없고(내돈 아니니까), 거래처 쪽에도 아무 상관 없고(큰돈 아니니까), 연구소에도 아무 문제 없는데(당장 필요한거 아니니까), 나의 윗분께서 윗분의 윗분에게 사정사정해놨기 때문에 지금 당장 결제를 해야 하는 매우 번거로운 상황이 벌어졌다.

아 제발 그냥 웃고 넘어가자. -_-;; 교착상태가 이렇게 걸리기도 하는구나...

추가 : 참고로, 거래처의 이쪽 담당자는 "큰돈 아니니까 나중에 퉁 쳐서 결제하시죠"라고 처음부터 얘기했었다. 처음부터.
by snowall 2011. 1. 14. 0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