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선은 대략 파장에서 볼 때 10나노미터 이하의 파장을 갖는 빛이다. 아마 방사선으로 알고 있는 것들 중에서 가장 익숙할 것이다. 엑스선은 뢴트겐이 발견했는데, 당시에는 이게 뭔지 몰라서 미지수 X를 넣어 엑스선이라고 불렀는데 그게 그대로 엑스선이 되었다. 물론 발견한 사람의 이름을 따서 뢴트겐 선이라고도 부른다. 이름이야 어떻든. 엑스선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영역은 사람 몸에서 뼈를 살펴볼 때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을 구성하는 다른 성분은 잘 통과하지만 뼈를 잘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 몸에 대고 찍어서 영상을 살펴보면 뼈에 어떤 이상이 있는지 알아볼 수 있다.

엑스선을 만들기 위해서는 간단히 두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전자를 급하게 가속시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원자가 가진 전자 중에 가장 안쪽에 있는 전자를 떼어내는 것이다. 전자기학으로부터 알려진 사실중 하나는 속도가 변하는 하전입자는 가속도에 수직인 방향으로 전자기파를 방출한다는 점이다.

전자를 급하게 가속시키는 방법은 주로 두가지 방법이 있는데 가장 흔하게 쓰이는 방법은 빠르게 달리는 전자를 금속판에 충돌시켜서 급격히 멈춰 세우는 것이다.[각주:1] 이것은 제동복사(Bremstrahlung)라고 하는데, 흔히 정형외과 병원에서 볼 수 있는 엑스선 방전관이 이 원리를 사용하여 엑스선을 만든다. 다른 하나는 빠르게 달리는 전자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알다시피 등속 원운동은 가속운동이다. 몰랐으면 지금부터 알아두자.[각주:2]
전자의 방향을 바꾸는 방법은 자기장을 통과시키거나 전기장을 통과시키면 되는데, 그중 좀 더 편리한 쪽은 자기장을 통과시키는 쪽이다. 전기장을 사용해서 속력을 빠르게 하고 자기장을 통과시켜서 빛을 얻어내는 방법이 흔히 쓰인다. 이 방법을 사용한 엑스선 발생장치가 바로 포항에 있는 가속기이다. 이 방식으로 얻어지는 엑스선을 싱크로트론 복사(Synchrotron Radiation)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나오는 빛은 제동복사로부터 얻어지는 빛과 구별할 수 있는 조금 특별한 특징이 있다. 고등학교 다니면 배우는 지식중의 하나가 빛은 횡파라는 점이다. 횡파란, 진행방향과 진동방향이 수직인 빛이다. 빛은 여러 종류의 파동 중에 종파 성분이 전혀 없는 유일한 파동이다.[각주:3] 우리가 사는 공간은 방향이 3개가 있는데, 그중 진행 방향을 빼면 2개의 방향이 남는다. 그럼 빛이 진동할 수 있는 방향은 2개 방향 성분을 조합한 매우 다양한 방향이 가능하다. 횡파에서 진동할 수 있는 방향을 편광이라고 부르고, 아무 방향으로나 진동하는 빛은 편광되지 않은 빛이라고 부른다. 앞서 얘기한 제동 복사로부터 나오는 엑스선은 편광되지 않은 빛이다. 그러나 싱크로트론 복사에서 나오는 엑스선은 정확히 회전 면에 평행한 방향으로 방출된다. 한쪽 방향으로만 진동하는 빛을 편광된 빛이라고 부른다.[각주:4] 편광된 엑스선을 사용하면 방향성을 가진 현상을 조사할 수 있다. 싱크로트론 복사가 중요한 또다른 물리 현상중 하나는 중성자별이다. 중성자별은 말 그대로 중성자로 가득찬 별인데, 중성자는 전하를 갖고 있지 않지만 자기장을 갖고 있어서 중성자별은 매우 강력한 자기장을 그 주변에 펼치고 있다. 만약 이 강력한 자기장 안에 빠른 속도로 돌아다니는 전자가 진입하면 앞서 말했듯이 자기장 때문에 계속해서 빙빙 돌게 되고, 그 결과 싱크로트론 복사가 방출된다. 이 싱크로트론 복사는 중성자별의 자기장 방향에 수직인 방향으로 방출되고, 만약 회전하는 중성자별의 회전축이 자기장의 축과 다른 방향이라면 싱크로트론 복사는 계속해서 방향을 바꾸게 된다. 마치 계속해서 빛을 방출하지만 배에서 보기에는 깜빡이는 등대처럼 이런 별은 깜빡거리는 싱크로트론 복사를 방출한다. 이런 중성자별을 천문학자들은 펄서(Pulsar)라고 한다. 펄서에 대해서도 재밌는 얘기들이 많지만 지금은 방사선 시간이므로 다음에 하도록 하자.

전기장과 자기장을 적절히 조합하면 입자의 속도와 가속도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으므로 가속으로부터 방출되는 엑스선은그 파장이 다양하게 변한다. 이것을 연속 엑스선이라고 부르는데, 불연속 엑스선도 있다. 물론 불연속 엑스선에는 특성 엑스선(Characteristic X-ray)이라는 멋진 이름이 붙어 있다. 특성 엑스선은 원자의 스펙트럼 중, 가장 안쪽 껍질로 전자가 추락하면서 방출된다.물론 웬만해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데, 몇가지 경우가 있다. 앞서 얘기한 제동복사에서, 전자가 멈출 때 그냥 멈추지 못하고 다른 전자를 때리면서 마치 당구공 치듯이 빗겨가는 경우가 있다. 즉, 만약 정면충돌해서 하나가 튕겨나갔다면 하나가 그자리에 그대로 있기 때문에 그냥 지나간 것 처럼 보이지만, 옆으로 살짝 각도를 줘서 스쳐지나가면 하나가 튕겨나가지만 다른 하나도 여전히 튕겨나가므로 빈자리가 생기게 된다.[각주:5] 그럼 그 빈자리가 안쪽에 있는 경우, 그곳으로 바깥에 있던 전자가 떨어지면 엑스선이 나온다. 다른 경우는, 핵 변환 중 전자포획(Electron Capture)이라는 현상이 벌어지는 경우이다. 중성자가 양성자보다 조금 무겁기 때문에, 보통의 경우에는 중성자가 양성자와 전자 중성미자와 전자로 붕괴한다. 그런데, 어떤 경우에는 양성자가 전자와 충돌해서 전자 중성미자를 방출하고 중성자로 변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핵에서 가장 가까운 녀석이 끌려들어가기 때문에[각주:6] 가장 안쪽에 빈자리가 생긴다. 이렇게 해서도 특성 엑스선이 방출된다.

특성 엑스선의 특징은 파장이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파장을 알고 다른 물리적인 현상을 조사할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그 외에도 고차조화파 발생으로부터 엑스선을 만들 수도 있는데, 이건 나도 잘 모르므로 넘어가도록 하자. 또한, 초고출력 레이저를 이용해서 엑스선 레이저를 발생시키는 것도 있는데, 역시 잘 모른다.

사실 엑스선은 가장 먼저 방사선으로 인식된 녀석이라 연구가 많이 되어 있다. 어느정도는 물질을 통과하고 어느정도는 물질에 흡수되기 때문에 물질의 특성을 조사하는데 널리 사용된다.(그런 특징 때문에 뼈의 골절 검사에도 사용된다는 점.) 그리고 파장이 짧아서 원자 수준의 특징을 알 수 있다. 가령, DNA의 이중 나선형 구조를 밝혀내는데 엑스선 분광학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각주:7]

자외선은 인체에 쬐였을 때 깊이 침투하지 못하기 때문에 체내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가장 취약한 부위가 피부이고 자외선을 많이 받으면 피부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엑스선은 깊이 침투하기 때문에 엑스선을 많이 받으면 몸 안쪽에 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우리가 "화학"이라고 부르는 현상의 거의 대부분은 원자의 가장 바깥쪽 전자와 관련이 많고, 엑스선은 가장 안쪽 전자와 관련이 많기 때문에 화학적으로 아주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아무튼, CT촬영이나 골절 진단을 위한 엑스선 촬영 등은 1년간 수십번을 받아도 이상이 생길 만큼 많이 받지는 않으므로 안심해도 된다. 수백번 받으면 조금 위험할 것 같긴 하지만.

다음에는 감마선을...
  1. 속도를 증가시키는 것만 가속이 아니다. 속도를 줄이는 것도 가속이다. [본문으로]
  2. 가속운동을 구별하는 가장 쉬운 방법중의 하나는, 멀미가 나면 가속운동이라고 할 수 있겠다. [본문으로]
  3. 입자물리학을 공부해 보면 빛의 종파 성분을 가정하고 계산을 하기도 하는데, 그 경우에도 계산을 끝내면 종파 성분은 실제 현실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 [본문으로]
  4. 물론 원편광(Circular polarization)이라고 해서 편광 면 자체가 돌아가는 빛도 있다. [본문으로]
  5. 물론 이런 설명으로 모든 걸 설명할 수는 없다. [본문으로]
  6. 불쌍한 전자에게 묵념을. 그러나 모든 전자는 똑같으니 모든 전자가 불쌍하다. [본문으로]
  7. 그래서 물리학자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는 거. 내 기억에 생물학자가 노벨 물리학상 받는 일은 아마 없었지 싶다. [본문으로]
by snowall 2011. 3. 21. 0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