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한번 인용했던 구절인 듯 싶은데, 장자에 나온 이야기가 문득 생각이 났다. 나랑 다른 사람이랑 의견 충돌이 있다고 하자. 내 친구한테 의견을 구하면 친구는 내 말이 맞다고 하겠지. 상대방의 친구에게 의견을 구하면 그 친구는 상대방이 맞다고 하겠지. 공정한 판단을 위해서 두사람 다 관련이 없는 제3자에게 의견을 구하면, 제대로 아는게 없으니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겠지. 그럼 양쪽 모두와 관련이 있는 제3자에게 의견을 구하면, 누구 말이 옳다고 해도 한쪽이랑 충돌할테니 역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겠지. 그럼 올바른 판단이란 불가능하고, 결국 누군가에게 이로운 판단만이 가능한 것이다.

장자가 과연 진리를 말했는가는 어둠속에 묻어두고, 장자가 진리를 말했다 치고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걸까. 이 결과를 사용하면, 사람들이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 추정할 수 있다. 물론 자기에게 이로운 판단을 내릴 것이다. 문제는 몇수 앞까지 내다보고 판단하는가이다. 한 수 앞만을 내다볼지, 다섯 수를 내다볼지, 수백의 수 다음을 내다보고 판단할 것인지.

게다가 중요한 건, 내다본 그 앞이 과연 내가 내다본 대로 이루어질 것인가이다. 한비자라든가 손자병법 같은 책을 보면,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와있다. 즉, 내가 원하는 바를 실행하기 위해 남을 움직여야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반드시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부분이 있어야만 움직인다는 점이다. 이득을 보여주어 유혹하면 반드시 움직인다. 그가 원하는 이득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것을 내가 제시하여 보여주면 상대방은 움직일 수밖에 없다. 스스로는 내다본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것까지도 파악하여 이득을 제시하고 내가 원하는대로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 나에게 이득을 가져다 줄 것이다.

과연 세상은 내 뜻대로 굴러갈 것인가...

by snowall 2011. 4. 23. 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