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보다보면, 극장에 가서 영화를 기다리다 보면, 아주 많은 양의 대부업체 광고가 나온다. 급할때 전화하라고. 그리고 외우기 쉬운 전화번호를 반복해서 머릿속에 각인시킨다. 그런데, 사실 TV를 볼 만한 시간적 여유가 있고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볼 만한 금전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과연 대출을 받으려고 할까? 이렇게 생각하면 대출 광고는 사실 목표를 잘못 잡은 것 같다. 대출을 받을 것 같은 사람들에게 가서 광고하는게 장사가 더 잘되지 않나?

그러나, 대출 광고는 목표를 정확히 설정한 것이 맞다. 대출이 급한 사람들은 광고를 보지 않더라도 대부업체에 연락을 한다. 어느 업체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그런 사람들은 아주 많고, 광고를 굳이 하지 않아도 저절로 대부업체의 고객이 된다. 그리고 그들 대상으로 하는 광고 방법도 마땅치 않다.

대출이 급하지 않은 사람들은 대부업체 광고를 보면서 비웃는다. 아주 짜증내고 있고, 지겹도록 반복되는 대출 광고를 싫어한다. 그러나 언젠가, 단 한번. 그들의 사업이, 아버지의 사업이, 직장이, 배우자가 망했을 때 생각나는 번호는 뭐? 15xx-yyyy? 바로 그 한 순간을 위해서 대부업체는 광고를 TV나 극장 등 어느정도 생활 수준이 있을 것 같은 사람들에게 던진다. 그들은 돈이 없어지게 되었을 때, 떨어지는 생활수준을 버티지 못하고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대부업체에 연락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도덕의 영역이 아니라 마케팅의 영역이다. 대부업체는 정당하게 돈을 빌려주고 그에 해당하는 정해진 이자를 받는다. 불법 추심 등 불법 행위만 없으면 모든 것이 합법적이고 누구도 대부업체를 비난할 수 없다. 이자를 연체하고 상환을 체납해서 신용불량자가 되고 파산하는 것은 각 고객이 돈 관리를 잘못한 것이지 대부업체가 잘못한 것은 없다.[각주:1]

돈은 생물도 아니고 화학물질도 아니지만 인간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점에서 뇌에 작용하는 마약과 비슷한 속성이 있다.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수준에서는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지만,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게 되면 폭주하게 만든다. 대출 광고는 마약 광고랑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빚을 지게 된 시점에서 이미 돈은 인간의 통제 범위를 벗어났다. 그것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중독자가 "딱 한번만 하고 끊자"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아주 체계적으로 대출을 계획하고, 열심히 일해서 상환한다면 아무 문제도 없다. 그러나 그렇게 계획적이고 성실한 사람은 빚질 일 자체가 애초에 적다.[각주:2] 돈 문제는 세상의 다양한 것들과 얽혀 있기 때문에 쉽지 않다. 쉽게 돈을 버는 방법은 없고, 뉴스에 보도되는 대박 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당사자들을 제외하면 남의 얘기일 뿐이다. 돈을 버는 방법을 아는 사람은 돈을 버는 방법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전체 돈의 양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남이 돈을 벌면 내가 벌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돈에 있어서는 남들을 많이 믿지 말고 스스로 공부하여 깨닫는 것이 좋다.


  1. 대부업의 대안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논의할 일이 있을 것 같다. 여기서는 일단 대부업은 정당하고 윤리적인 것으로 간주한다. [본문으로]
  2. 물론 요즘 시대는 계획을 세워서 공부를 열심히 하여 성실하게 대학을 간 우등생들이 빚을 져야만 하는 우울한 시대가 맞다. 이 경우는, 예외가 너무 많다고 해도 예외라고 하자. [본문으로]
by snowall 2011. 6. 5. 2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