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정부에서 공정한 사회를 만들자고 외치고 있다. 좋은 일이다.[각주:1]

공정함이란 무엇일까?

억울함이 없으면 공정한가? 원칙이 지켜지면 공정할까? 기회가 균등하면 공정할까?

그리고 공정함이 필요하긴 할까?

공정함과 공평함은 어떻게 다를까?

집안에 돈이 많아 고액 과외를 받은 학생이 집안이 가난하여 공부를 많이 하지 못한 학생보다 시험을 잘 보는 것은 공정한 것일까? 아니면 공정하지 않은 것일까?

어딘가의 노점상은 대통령이 와서 맛있게 먹고 갔다는데, 그래도 도시 미관을 위해 단속되어 철거되었다. 어쨌든 단속 과정은 법대로 한 것이다. 법과 원칙이 지켜지는 아름다운 세상은 공정한가? 조금 느낌이 이상하니까, 법이 틀렸다고 하자. 그렇다면, 노점상을 허용하는 쪽으로 법이 개정되어서 길거리가 노점상으로 뒤덮인다면 그것은 공정한가? 노점상으로 뒤덮이지는 않고, 적절히 몇개 정도 있는, 미관도 해치지 않고 나라의 자랑거리가 되었다고 하자. 이 경우에 노점상을 살리기 위해 법을 개정한 것은 공정할까?

웬만한 남자들은 다 가는 군대를, 치과 치료를 받고 몇번 연기했다가 정신차려보니 면제가 되어 있었던 사람이 있다. 이 과정은 위법하다고 오해받을 수도 있지만 병역법 위반은 아니므로 면제 판정을 받은 것은 합법적인 과정이다. 군대에 꼭 가고 싶다는데, 이 사람은 법을 어기고 군대를 보내는 것이 공정한가? 그냥 면제로 두는 것이 공정한가?
아니면, 이 사람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어서 군대를 합법적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정한가? 일단, 군 면제 판정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정상적인 군 생활을 할 수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자.

무상급식에 관해 이야기 하는 것이 요즘 대세중의 하나인데, 돈이 많은 사람의 자식들까지 모두 전면 무상급식을 하는 것이 공정할까? 아니면 돈이 없는 사람들의 자식들만 무상급식을 하고 돈이 많은 사람들은 유상급식을 하는 것이 공정할까? 예산 문제는 공정함과 관련이 없으므로 생각하지 않는다. 선별적 무상 급식의 경우에 무상 급식을 먹는 아이들이 가난한 사람으로 찍혀버린다는 낙인 효과는 공정함과 관련이 있을 수 있지만, 무상급식의 직접적인 효과가 아니라 간접적인 효과이므로 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어느 쪽이 공정한가?


http://fair.korea.kr/newsWeb/pages/special/fair/fairSection/fair.jsp
여기에 보면, 출발은 물론 경쟁 과정을 공평하게 함으로써 경쟁자들이 그 결과에 대해 공감하고 스스로 책임지게 하는 것을 말한다. 부패가 없고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며 약자를 배려해 그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뒷받침하는 사회이다.[각주:2]

경쟁 과정이 공평하면 경쟁자들은 그 결과에 공감할까? 자동차 경주를 생각해 보자. 출발선을 똑같이 두었다. 이것은 출발이 공평한 것이다. 똑같은 차를 이용하도록 했다. 이것은 경쟁 과정이 공평한 것이다. 그러나, 경쟁자 중에 돈이 많은 사람은 돈을 더 들여서 더 빠른 차를 사용하고 싶을 것이다. 그런 경쟁자는 그 결과에 절대 공감할 수 없다. 그럼, 돈이 많은 사람에게 자신이 구입한 차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 그럼 돈이 없는 사람은 역시 그 결과에 절대 공감할 수 없다. 누군 그런차 쓰기 싫어서 안쓰나? 돈이 없으니 못쓰는거지. 경쟁자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경쟁은 불가능하다.

http://fair.korea.kr/newsWeb/pages/special/fair/fairSection/fair5.jsp
공정사회 구현을 위해서 여러가지 얘기들을 하고 있는데.
"나부터 실천"을 외치지 말고, "너부터 실천"해라.

공정. 과연 그것은 먹는 것인가?
  1. 왜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외치고 있는 것이 좋은일인 것은 사실이다. [본문으로]
  2. 일단, 글 전체를 "그림"으로 처리하여 시각장애인을 배려하지 않은 것으로, 이 웹 페이지는 공정함과 거리가 멀어졌다. 문화체육관광부 사람들은 논리학을 모르는 바보들인가. [본문으로]
by snowall 2011. 6. 30. 2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