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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보고 "너 전라디언이냐?"라고 말한다면, 어떻게 반응해야 적절할 것인가. 최대한 지역감정을 배제하여 생각해 보자. (비슷한 말로, 너 게이냐? 호모냐? 장애인이냐? 같이 뭔가 비하하는 것 같은 느낌으로 전달하려는 말이 있다.)

대표적으로 두가지 반응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화를 낸다 vs 화를 내지 않는다.

화를 내는 경우는, 그 말이 나에게 모욕적인 경우이다. 즉, "너는 전라도 사람이다"라는 문장을 할 때, 그 속에 숨어있는 전제는 "전라도 사람이라는 표현은 모욕적이다"(진술A)이다. 그런데, 내가 "나는 전라도 사람 아니야!"라고 항변한다면, 진술A에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이 된다. 이 광경을 보고 있는 진짜 전라도 사람이 있다면, 아마 전라도 사람이냐고 물어본 사람이 아니라 화를 낸 나에게 역시 화를 낼 것이다. "전라도 사람인게 그렇게 싫어?" 애초에 "전라도 사람이냐?"라고 물어본 사람도 사실은 그러한 암묵적 진술A를 숨기고 발언한 것이지만, 그 뜻은 숨어있다. 단지 내가 화를 냈다는 것이 내가 진술A를 전제한다는 사실을 지지하기 때문에 보고 있던 전라도 사람은 나에게 화를 낸다.

아니. 난 그냥 전라도 사람이 아닐 뿐이다.

"나는 전라도 사람이 아니다"라고 전혀 화를 내지 않고 대답했다고 하자. 그렇다면 적어도 나는 진술A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럼, "너는 전라도 사람이다"라고 물어본 사람은 진술A를 전제하고 물어봤는데, 내가 화를 내지 않았으니 나에게 모욕을 주려는 시도가 실패하게 된다.

문제는 이 부분인데, "너는 전라도 사람이냐?"를 질문한 사람은 분명히 진술A를 전제하고 있으나 그에게 화를 낼 수가 없다. 누구라도 그에게 화를 내면 진술A가 참이라는 것을 전제하게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

정확히 따지기 위해서는, "너는 진술A가 참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질문해야 한다. 이때 참이라 한다면 그에게 전라도 사람들이 화를 낼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거짓이라 한다면 "전라도 사람라는 표현은 모욕적이지 않다"는 전제 하에서 "너는 전라도 사람이냐?"라는 질문을 했기 때문에, 화를 내지 않고 그냥 "나는 전라도 사람이다/아니다"를 대답하면 된다.

아니 그럴거면 왜 물어보냐고...

(뭔가 논리적으로 오류가 있어 보이는데 안보인다.)
by snowall 2011. 10. 5. 0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