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를 질주하다보면 항상 두 차 사이의 거리를 가까이 좁히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다. 거기에, 나까지 차간거리를 좁히라고 압박하면서 상향등을 번쩍거리는 운전자도 매우 많다. 그러나 차간거리를 좁히는 것은 도착시간을 줄이는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100km의 거리를 시속 100km로 달려간다고 하자. 그럼 1시간동안 달려야 한다.

내 앞차가 나와 100m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달려간다고 할 때, 내가 저 거리를 달려가는 시간은? 1시간이다.
내 앞차가 나와 1m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달려간다고 할 때, 내가 저 거리를 달려가는 시간은? 1시간이다.

앞차가 100km지점을 나보다 먼저 통과할 수 있는 이유는 나보다 그만큼 먼저 출발했기 때문이며,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럼, 내 앞차가 처음에 100m의 거리였는데 그 거리를 1m로 줄인다고 하면 얼마나 시간을 줄일 수 있을까?

내가 100km지점의 출발점에 서 있는 순간, 앞차는 99.9km지점에 있게 된다. 그리고, 이때부터 앞차는 0km지점까지 달려가게 되는데 그럼 시속 100km로 99.9km를 달려가게 되면 0.999시간, 즉 1시간에서 3.6초만큼 먼저 도착한다. 내가 앞차와 똑같이 도착하였으므로 나도 그만큼 빨리 달린 것이고, 예상시간보다 3.6초정도 먼저 도착한 것이 된다.

서울-부산간을 그렇게 달려도 절약할 수 있는 시간은 15초 정도이다. 게다가, 실제 교통상황에서는 앞차와의 거리를 늘렸다 줄였다 하면서 달리게 된다. 내가 앞차를 앞질러가지 않는 한 결코 앞차보다 먼저 도착할 수 없다!

또한, 속도를 더 빠르게 달린다면 차간거리를 좁혀서 얻을 수 있는 시간은 그 속도에 반비례하여 더 줄어들게 된다.

"시간 = 거리 / 속력"인데, 속력을 높이면 같은 거리를 갈 때 걸리는 시간이 줄어들게 되므로, 앞차와의 시간차이도 줄어들게 된다.

그래서 내 경우에는, 뒷차가 차간거리 좁히라고 압박을 주는 경우에는 속도를 더 줄여서 앞질러가기 쉽게(앞질러가고 싶게) 해준다.

정리해 보자.

그러므로.

앞차를 앞질러 갈 수 있는 상황에서 차간거리를 좁히는 것은 멍청한 짓이다. 그렇게 급하면 속도를 더 내서 앞질러가면 된다.
앞차를 앞질러 갈 수 없는 상황에서 차간거리를 좁히는 것도 멍청한 짓이다. 그렇게 해서 절약할 수 있는 시간은 몇초 안 된다.

멍청한짓 하지말고 차간거리 확보하자
by snowall 2011. 12. 29. 1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