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가위. 여러가지 물건들을 편리하고 비교적 안전하게 자를 수 있도록 해주는 발명품이다. 하지만 가위는 물리학적으로 볼 때 대단히 이상한 제품이다.

패리티라는 것을 아는가?
패리티Parity는 우리말로 하면 "기-우 특성"이라고 한다. (한자어다 -_-)

고등학교 수학에서 기함수, 우함수 하면서 기함수는 -x를 넣었을 때 -가 빠져나오고 우함수는 빠져나오지 않는 함수라고 외우는 바로 그것이다. 중요한건, x대신에 -x를 집어넣는다는 것의 의미이다. 고등학교 다닐 때는 단지 외우기만 했을 테니 생각 못하고 있겠지만 이것은 "거울 대칭"을 뜻한다. 거울 대칭은 내가 거울을 바라볼 때, 나의 왼쪽이 거울속의 나에게는 오른쪽이고, 나의 오른쪽은 거울속의 나에게는 왼쪽이라는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시 한편을 감상해 보자. 이 시는 이상의 "거울"이다.

<거울>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 - 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이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事業)에골몰할께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反對)요마는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診察)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

이제 거울 대칭이 뭔지 이해했으리라 믿는다. 과학 얘기하면서 문학 교육까지 하는 사람 봤는가? 내가 최초인것 같다.

가위를 잘 살펴보자. 여러분들이 가지고 있는 가위는 대부분 오른손잡이를 위한 가위일 것이다. 왼손으로 그 가위를 쥐고서 자르려고 하면 잘 잘리지 않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엄지손가락에 끼우는 칼날 부분과 나머지 손가락에 끼우는 칼날 부분이 교차할 때, 가위를 오른손에 끼우게 되면 엄지손가락에 끼우는 칼날은 교차점에 대해서 엄지손가락의 반대 방향에 있게 된다, 가위를 왼손에 끼우게 되면 엄지손가락에 끼우는 칼날은 교차점에 대해서 엄지손가락과 같은 방향에 있다.  이제 가위를 누르게 되면 엄지손가락은 칼날을 밀어내게 되는데 칼날을 밀어내는 방향이 왼쪽과 오른쪽이 반대이다. 그러나 가위는 그대로일 것이다.

다시말해서, 오른손에 끼운 상태에서는 엄지손가락이 밀어낼 때 칼날 부분은 교차점이 지레의 받침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칼날이 안쪽으로 서로 모이게 된다. 잘 맞물리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왼손에 끼운 상태에서는 반대로 칼날이 바깥쪽으로 나가게 되기 때문에 칼날 사이에 틈이 생기게 된다.


대단히 잘 만든 가위는 이러한 틈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왼손이든 오른손이든 잘 자를 수 있다. 하지만 사용한 기간이 오래되어 헐거워진 가위는 분명 오른손으로 자를 때만 잘 잘리고 왼손으로 자를 때는 틈에 물체가 씹혀서 잘 잘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런 글을 왜 쓰느냐고?

그것은 내가 왼손잡이일 뿐만 아니라 이 우주가 왼쪽으로 편향되어 있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좌파라는 뜻이거나 우주가 원래 좌파라서 사회주의가 마침내 승리할 것이라는 식의 헛소리는 절대 아니다. (제발 부탁이니까 그렇게 오해하지 말기를 바란다. 물론 난 우파도 아니다)

우주에서 에너지는 물질로 전환될 수 있다. 에너지와 질량이 같은 개념이라는 사실은 아인슈타인이 벌써 100년전에 밝혀낸 것이고, 질량을 갖고 있으면 당연히 물질을 구성할 수 있다. (질량이 있지만 물질이 아닌 것도 있긴 하다. 하지만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에너지를 아주 많이 가진 빛이 우주 공간을 잘 진행하다가 어느 순간 물질로 변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하자. 이때, 우주는 에너지 보존법칙과 운동량 보존법칙과 전하량 보존법칙과 각운동량 보존법칙을 모두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항상 "물질"과 "반물질"이 동시에 생성된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우주에는 물질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순도 100%의 물질이다. (반물질은 유럽과 미국의 일부 실험실을 제외하고는 없다) 순수한 물질만으로 이루어진 세계. 이상하지 않은가? 원래 처음에 물질이 없이 에너지만 있을 때는 그렇다 쳐도, 에너지가 물질로 변할 때는 반드시 반물질이 같이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 법칙이거늘 어째서 반물질은 어디가고 물질만 남아있는지?

여기서, 물리학자들은 우주의 물리 법칙이 물질-반물질이 항상 같이 생성되도록 되어 있다는 것을 C-P 대칭성을 갖고 있다고 한다. C는 전하charge이고 P는 패리티Parity를 뜻한다. 그런데 이 우주에서는 C-P 대칭성이 깨져 있는 것이다. 그것도 심각할 정도로 극단적으로.

그뿐만이 아니다.

우주의 물질들은 handedness라는 특성을 갖고 있어서 왼손잡이(Left-handed)와 오른손잡이(Right-handed)로 나누어 지는데, 우주에 있는 모든 물질은 왼손잡이에 해당한다.
(handedness에 따라서 물질이 좀 더 왼쪽으로 치우쳐서 이동한다거나 그런건 아니다. 이것은 입자가 갖고 있는 추상적인 회전 방향에 대한 정의이다)

현재 생산되고 있는 지구의 대부분의 가위는 오른손잡이를 위한 것이고 왼손잡이를 위한 것은 거의 없다. 원래는 왼손잡이용과 오른손잡이용을 거의 비슷한 수량으로 생산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대칭성이 깨져 있는 것이다.
아무튼, 가위의 handedness와 입자의 handedness는 전혀 다른, 절대로 연결시켜서는 안되는 개념이고 이 글은 헛소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주기 바란다.



by snowall 2006. 8. 10. 2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