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은 상태(state)와 상태로부터 그 상태가 어떤 상태인지 알아내는 연산자(operator)로 이루어져 있다. 상태는 연산자가 적용되기 전까지는 어떤 상태인지 모른다. 연산자를 작용시켜서 그 기대값을 알아낸 후에야 그 상태가 원래 어떤 상태였는지 알아낼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세상이 다들 그렇듯 모든 것이 시간에 따라 변해간다. 따라서 우리가 바라보는 이 세상은 반드시 변해야 하는데, 양자역학적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란 곧 기대값들을 의미한다.




무엇이 시간에 따라 변한다는 것은 사실 그 기대값이 시간에 따라 변한다는 뜻이다.


양자역학적으로 물리학을 기술하는 것에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슈뢰딩거 묘사이고 다른 하나는 하이젠베르크 묘사이다. 기대값이 시간에 따라 변하는데, 실제로 변하는 것이 상태인가 연산자인가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이다. 사실 둘 다 변한다고 하더라도 별 상관은 없지만, 둘 다 변하게 되면 머리가 아프므로 일단 내버려두자.[각주:1]


슈뢰딩거 묘사는 연산자는 그대로 있고 상태가 바뀐다는 관점이다. 반대로, 하이젠베르크 묘사는 상태는 그대로 있고 연산자가 바뀐다는 관점이다. 이 두 관점을 이해하기에 적당한 사례가 맥OS에서 Lion으로 업데이트 하면서 바뀐 휠 스크롤 방향의 변화이다.


기존에는, 그리고 MS윈도우즈를 비롯한 많은 운영체제에서는, 스크롤 휠을 아래로 굴리면[각주:2] "화면이 위로 올라"갔다. 하지만 이번에 맥OS 라이언 버전에서는, 스크롤 휠을 아래로 굴리면 "화면이 아래로 내려"간다.


이제, 모니터 화면을 창문이라고 생각하자. 우리는 지금 창 밖을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창 밖의 상황을 곧 "상태"라고 이해하고, 창문의 위치를 "연산자"라고 생각하면 된다. 스크롤 휠을 아래로 내렸다. 이때, 맥OS처럼 창 밖의 내용이 아래로 내려가는 것은 곧 스크롤 휠이 창 밖의 상태에 작용한다는 것이다. 창문은 그대로 있는데 창 밖의 내용이 아래로 움직여서 우리가 보기에는 지금 보고 있던 것 보다 "위에" 있는 내용을 보게 된다. 이것은 연산자는 그대로 있는데 상태가 변한다고 보는 슈뢰딩거 묘사의 관점이다. 하지만 MS윈도우즈처럼 스크롤 휠을 아래로 굴렸을 때 창문이 아래로 내려가서, 결과적으로 우리는 지금 보고 있던 것 보다 아래에 있는 내용을 보게 된다면 이것은 상태가 그대로 있고 연산자가 변한다는 하이젠베르그 묘사의 관점이 된다.


스크롤 휠 방향에 있어 무엇이 더 편리하고, 무엇이 더 좋은가는 모르겠다. 어떤 것은 익숙하기 때문에 더 좋고, 어떤 것은 더 자연스럽기 때문에 좋다고 한다. 물리 문제를 풀 때에도 어느 묘사 방법이 더 쉬운가는 그때그때 다르다.



  1. 둘 다 변한다는 것이 상호작용 묘사이다.(디랙 묘사) 물론 골치아프다. [본문으로]
  2. 스크롤 휠을 아래로 굴린다는 것에 대한 엄밀한 정의도 필요할 지 모르지만, 다들 아는 그 방향으로 그렇게 정의하도록 하자. [본문으로]
by snowall 2012. 5. 5. 2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