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우주에서 흘러가는 시간에 절대적인 눈금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이 동그란 원판에 눈금을 새기고, 바늘이 돌아가는 방향을 보고서 시간의 흐름을 알아내게 되었을 뿐, 우주는 인간에게 시간의 흐름을 재는데 관한 아무런 편의도 제공하지 않는다. 그러니, 시간의 흐름을 어떻게든 규정하고 정량화해서 편리함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은 1초를 정의하게 되었다.
인간이 가장 대표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알고 있는 것은 "하루"이다. 1일을 기준으로 해서, 하루는 24시간, 1시간은 60분, 1분은 60초로 딱 정해놓으면 아주 편하겠지만, 이렇게 하면 몇년 지나고 나면 계절이 계속해서 바뀌게 된다. 현재의 1초 기준에서 보면, 하루가 정확히 24시간도 아니고 1년이 정확히 365일도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시간 간격을 맞추기 위해서 윤달 같은 개념을 만들어 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그레고리 달력에 의한다면, 4년에 한번식 윤년이 오고, 그 윤년 중 100년에 한번씩은 윤년에서 건너 뛰고, 그 건너뛰는 윤년 중 400년에 한번씩은 윤년으로 친다. 지금 이거 사용한지가 몇백년밖에 안돼서 이정도로 해도 별다른 오차는 나오지 않는다. 아마 수천년 정도 사용한다면 천년에 한번씩 다시 윤년에서 건너뛰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 요새는 윤초라는 것도 있다. 가끔씩 12시를 알려주는 종에 띠-띠-띠 하다가 띠- 가 하나 더 들어가서 한박자 놓치는 일이 있는데 그때 바로 윤초가 들어간다.
하여튼간에, 1년이나 1일 같은 길이를 기준으로 하려고 보니 하루의 길이가 매일 바뀌는 것도 있고 1년의 길이도 매년 바뀐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변하지 않는 시간 간격을 생각하다보니 진자의 주기가 일정하다는 사실이 떠오른다. - 이것이 역사적으로 올바른 순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1초를 정하기 전에, 시간의 간격을 비교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우선 우리는 그냥 "기준"을 하나 정한다. 가장 간단하게, 그냥 돌덩어리 하나를 적당한 줄에 묶어, 천장에 매달아서 흔들어 보자. 그리고 우리는 이 돌덩어리가 흔들리는 주기를 1초라고 정한다. 이제 다른 일들이 일어나는 것과의 비교를 할 수 있는데, 가령 다른 추의 주기를 알아낼 수 있다. 다른 돌덩어리를 줄에 묶어서 천장에 매달고 흔들어 준다. 쉐킷쉐킷. 이 주기가 꼭 1초일 필요는 없다. 아무 돌덩어리를 아무 끈에 묶었기 때문에, 주기가 달라질 것이다. 그럼 어떻게 이 돌덩어리가 흔들리는 주기를 알 수 있을까.
두 돌덩어리를 근처에 매달아 놓고, 양손으로 살짝 잡아당겨서 붙들고 있다가 동시에 놓으면 된다. 그리고 몇번 흔들리는지 계속 센다. 그럼, 동시에 출발했지만 점점 두 돌덩어리는 다른 위치에서 흔들리게 되는데... 그러다가 다시 동시에 같은 위치에, 같은 속도로 달리게 되는 순간이 온다. 그때를 노리고 있다가 딱! 하고 세는 것을 멈춘다. 간단히 생각해 보자. 예를 들어 주기가 1초인 돌덩어리가 423번 흔들렸으면 423초가 흘러간 것이다. 그 동안, 주기가 얼마인지 모르는 돌덩어리지만 그놈이 585번 흔들렸다면, 423초 동안 585번 흔들린 것이므로 이 돌덩어리의 주기는 423/585초가 된다.
이런식으로, 어떤 돌덩어리가 매달려 있든지 주기가 1초인 돌덩어리와 비교하면 그 주기를 알아낼 수 있다. 만약 주기가 1초인 돌덩어리가 하루종일 86400번 흔들렸다면 방금 얘기한 1초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1초와 같은 시간을 뜻한다.
요새는 그 돌덩어리 대신, 양자역학적인 진동추를 사용하고 있다. 세슘 원자가 그 주인공인데, 세슘 원자의 들뜬 상태에서 바닥 상태로 떨어지는 시간을 단위로 해서 그 시간의 30억배 정도를 1초로 사용하고 있다. 설마. 이 경우에도, 우리가 알고 싶은 사건이 일어나는 시간의 길이를 이 단위와 정확히 비교하고 싶다면, 이 진동추가 몇번 흔들리는지 정확히 세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럼, 설마 30억번을 전부 다 세는 것이냐는 질문이 나올 것이다. 하나, 둘, 셋, ..., 2십9억 9천9백9십9만 9천9백9십9, 30억. 끝! 이제 1초! 이렇게 1초를 재는 것일까?
이 부분을 다음에 탐구해 보도록 하자.


by snowall 2012. 9. 13. 0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