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장자 '응제왕' 편에 혼돈의 이야기가 나온다. 혼돈은 원래 얼굴이 없고 아무것도 없던 것이었는데, 숙과 홀이 놀러갔다가 얼굴을 그림으로 그려주었다고 한다. 그러자 혼돈은 곧 죽었다고 한다.


2.

자기 인생에 아무 불만이 없는 한 사람이 있다고 하자. 아무 욕심도 없고, 아무 불만도 없고, 어떤 일에도 힘들어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가 볼 때 그 사람은 힘든 일을 하며, 자기가 노력한 것보다 대우를 받지 못하고, 부당한 일에 휘말리며, 억울하게 책임을 지는 일이 많다. 그렇다면, 그 사람에게 그렇게 살지 말고 제대로 대접받으면서 살으라고 가르쳐 주는 것은 도덕적으로 옳은가 그른가. 그렇게 가르쳐주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평생 자기 분수에 만족하며 나름 행복하게 살겠지만, 그 사실을 가르쳐준다면 그는 자신의 상황에 만족하지 못하고 현실을 직시하여 개선하기 위하여 고군분투하다가, 자신이 불행하다는 사실만을 깨달은 채 살아가야 할 수도 있다. 무엇이 올바른 일일까? 그리고, 그런 사람에게 일을 시키고 착취하는 고용주는 그 사람이 전혀 불만이 없는데도 비난받아야 하는 걸까? 


3.

옛날 개척시대에, 선교사들은 미개인들을 교화시키고 문명화시킨다는 명목으로 그들을 기독교로 개종시켰다. 개종하지 않은 사람들은 대부분 다 죽여버리거나 노예로 만들었다. (개종했어도 노예로 만들기도 했고.) 그들이 지옥에 가지 않게 하기 위하여 별로 바라지 않는 종교를 믿도록 만든 오지랖은 누가 가르친 것일까.


4.

스티브 잡스가 전화기를 다시 발명한 이후로, 거의 모든 휴대전화기는 스마트폰으로 출시되고 있다. 그리고 스마트폰은 매우 비싸다. 그것은 혁신이 아니다. 진짜 혁신이라면, 가격을 혁신적으로 낮추어서 누구나 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그 어떤 전자회사도 아직 성공하지 못하였다.


5.

어떤 사람이 인생을 낭비하면서 산다. 그냥 하릴없이 게임하고, 딱히 의미있어 보이는 일을 하지 않는다. 집안에 돈이 많아서 먹고살 걱정은 안해도 되는 사람이다. 우리는 이 사람의 인생을 걱정해줘야 할까, 걱정해줄 필요 없을까.

by snowall 2013. 10. 10. 1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