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선배님들과 만나서 맥주 한잔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었다.


"형, 이제 곧 연구실을 골라야 하는데, 어느 분야가 전망이 있을까요?"


나의 진지한 질문에, 선배님의 진지한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자퇴해."


다시 말하면, 이미 늦었다는 뜻이다.


뒤집어 말해서, 자퇴할 뜻이 없다면 그냥 하고 싶은거 하라는 뜻이다.


대학원까지 온 마당에 전망을 물어본다는 건 아직 제정신이라는 뜻인데, 그럼 대학원을 다니면 안된다는 거.


대학원은 Advanced course가 아니라, Adventure course라는 걸 항상 생각하며 살아야 했었는데. 사실 물어볼 필요도 없는 질문이었는데. ㅋㅋ


by snowall 2013.06.14 02:59
  • beebop 2013.06.18 00:42 ADDR EDIT/DEL REPLY

    왜 그런 답을 하신거지?
    보수가 적어서인거야, 아니면 관련 연구기관들이 네 분야의 사람을 절대 뽑지 않는다는 거야, 아니면 일이 힘들어서 인거야? 자퇴라는 말은 너무 짧아서 진지한 대답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 beebop 2013.06.18 00:43 EDIT/DEL

      그런데, 이상하다. beebop-v2 주소가 차단된 거라서 적을 수 없다고 나오네.

    • snowall 2013.06.18 05:49 신고 EDIT/DEL

      너가 말한게 모두 맞아. 고생할일은 엄청 많고, 고생에 비해 보수도 적고, 일자리도 적고.
      뭐, 글에는 임팩트 있게 적기 위해서 짧고 간단하게 적었지만 실제로는 꽤 긴 대화들이 오고갔어. 현재 내 상황에서는 자퇴하고 그냥 취업하는게 고생은 적고 보수는 많고 기회도 많고 안정적이기도 한건 사실이지.
      국책연구소 정규직 자리 주겠다는 제안을 때려치고 왔다면, 이미 전망이랄까 안정성이랄까 그런거 포기하고 대학원에 온 거고, 이미 그 시점에서 남들이 보기엔 충분히 미쳤다는건데, 왜 아직도 제정신인척 하고 있느냐는 거지. 전망이나 취직같은건 둘째로 고려할 일이고, 너 재밌는거 하라는 뜻이야.

    • snowall 2013.06.18 06:08 신고 EDIT/DEL

      아참, 그리고 말이지만. 한국은 저런 말을 농담인데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만큼 암울해.
      유학파, 아니면 최소한 해외 포닥이라도 해야 어디 연구소 같은데 전공 살려서 취직되고. 아니면 뭐 네이처나 사이언스 같은데 서너개 써야 취직되고.(다들 그게 쉬운줄 알지.) 그거 안되면 박사 받고 강사. 아니면 취업률로만 실적이 매겨지는 지방 사립대 교수.
      사실이건 아니건, 모두들 자기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암묵적으로는 그런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에 두려워하고. 나도 피해갈 수는 없겠지. 어쨌든 유학을 못 간 상태에서 내가 원하는 과학자가 되려면 믿을건 실력뿐이니까...

  • 2013.06.19 16:59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snowall 2013.06.19 22:11 신고 EDIT/DEL

      전공이 어느쪽인지는 모르겠지만, 연구실에서 연구비와 장학금을 지원받으면 빠듯하지만 먹고살수는 있을 거예요. 그리고 그동안 모아둔 돈을 조금씩 까먹으면서 살아야죠. 육아에 들어가는 비용이 꽤 들겠지만, 두분이라면 그것도 어떻게든 잘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근거는 없지만 걍 믿음.ㅎㅎ)
      회사에서 아예 나가는 것이 아니라 휴직 상태로 박사과정에 들어가는 것이 가능하다면 해볼만하다고 봅니다. (퇴직 상태로 들어갔다가 나중에 다시 받아준다는 조건이라면, 하면 안되죠.)
      연봉에서 손해보는건 가슴아픈일이지만, 그럼 결국 그 돈 벌어서 뭐에 쓸건가 생각해 봤을 때, 공부에 투자하는 것이라면 나쁘지 않은 투자라고 보입니다. 공부가 싫어서 안하는건 괜찮지만, 하고싶은데 못한건 가슴에 꽤 상처로 남아요. 단, 승진에 유리하다는 것만으로 그다지 하고싶지 않은 공부를 하겠다고 대학원에 진학하는건 나쁩니다. 그것만 보고 다니기에는 꽤 고생스러운 시간이고 돈도 아깝거든요. 공부 자체를 즐기고 좋아한다는 기본 전제 조건이 있어야 해요.

      어쨌든, 모든 선택은 100% 두분의 몫이네요. 대학원 진학은 사업하겠다고 누구 말 듣고 투자했다가 날려먹는것보다는 훨씬 보람찬 투자니까요. 제 의견은, 기회비용이 크긴 하지만, 너무 크지는 않다는 뜻입니다.
      저는 대학원 진학하면서, 죽을때 후회하더라도 당장 후회할 선택을 하지 않기 위해서 접수했습니다.

    • snowall 2013.06.19 22:13 신고 EDIT/DEL

      그리고 돈 관련해서, 만약 지도교수님이 적극 권유하신다면, 생활비랑 학비를 해결해 줄 수 있는지 교수님께 적극적으로 상담 받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물론 이미 그렇게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 안병무 2013.06.22 02:53 ADDR EDIT/DEL REPLY

    저도 예전에는 못 느꼈는데 주변 친구들이 하나 둘 씩 자리 잡는거 보면 조급해 지네요;; 남자애들은 대부분 아직 학교지만, 여자애들은 상당수가 벌써 취직했거나 교직에 스거나 했군요. 제 동기중 한명은 벌써 결혼까지 했다는.. 남 신경쓰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을 하지만 쉽지가 않네요..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데 돈까지 덤으로 준다' 이런 마인드가 아니라면 참 힘들 꺼 같네요. 하지만 저런 마인드도 어느정도 이상의 지원과 안정성이 있어야 갖을 수 있는 건데..

    • snowall 2013.06.22 08:28 신고 EDIT/DEL

      결혼만 포기하면 됨. 진심으로. ㅋㅋ
      물론 난 포기하지 않았지. 포기하지 못했고.

    • 안병무 2013.06.22 16:18 EDIT/DEL

      제 생각에는 출산만 포기하면 어케 잘 될거같은데요..
      결혼해도 뭐 애 없이 맞벌이 하면 되죠. 요즘 맞벌이 무자녀 부부가 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딱 이렇게 할 수 있다면 할 생각.

      자아실현과 출산은 대한민국에서는 양립 불가능한듯..

    • snowall 2013.06.22 23:20 신고 EDIT/DEL

      출산으로 자아실현을 할 수도 있지.

  • 2013.08.28 00:16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snowall 2013.08.28 00:32 신고 EDIT/DEL

      이메일이 없어서 다시 댓글로 답니다.
      설포카 아니면 물리 포기하라니. 그 이외의 다른 물리학과 학생들이 들으면 기절할 소리군요. ㅎㅎ
      노력은 배신하는가 배신하지 않는가. 이 내용은 이메일로 답변할게요. 비밀글로 이메일 남겨주세요.

  • 2013.08.28 01:14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