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 결정장애를 위한 선택 방법에 대한 글이 올라와서 읽어 보았더니 그럴듯하면서도 결국은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서 다시 내가 정리해서 쓰려고 한다.


선택은 어려운 일이다. 점심에 뭐 먹을까 정하는 것 부터 시작해서, 어느 직장을 갈 것인가, 누구의 라인을 탈 것인가 하는 것 까지 여러가지 선택이 있다.


선택에 장애가 생기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실패했을 때 감당해야 하는 비용이다. 특히, 실패했을 때 감당해야 하는 비용을 너무 크게 잡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패했을 때 감당해야 하는 비용을 너무 적게 평가했다가 막상 실패하게 된다면, 예상보다 더 큰 손해를 보고, 보지 않아도 될 수고를 해야 할 수도 있다. 실패 비용을 너무 크게 잡은 경우에도, 이 때문에 도전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것 또한 손해이다. 따라서, 올바른 선택을 위해서 여러가지 선택지 사이의 가치를 정확히 평가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가치를 정확히 평가한 후, 그중 가장 가치있는 것을 고르면 된다.


선택지 사이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 다른 방법이 있고, 그 중 어느 것이 맞다거나 더 좋은 방법이라고 하기 어렵다. 내 경우, 이 글에서 소개하는 방법을 조금 변형해서 사용하는데, 다음과 같다.


1. 선택지를 모두 쓴다.

무언가 빠트린 것이 없는지 깊이 생각한다. 매우 중요한데, 실제로 자신이 가치있는 것을 빠트리게 되는 경우, 선택을 하고 나서도 찝찝할 수가 있기 때문에 먼저 자신이 고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모든 것을 다 작성한다. 또한, 이것은 종이에 글자로 써 두자. 시각화 되어서 눈으로 보이게 되면 보다 선택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쓰는 것은 항목별로 세로로 쓰자.


2. 선택지를 평가하기 위한 항목을 쓴다.

이건 가로로 쓴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 딱 알겠지만, 표를 만들어 두라는 뜻이다. 선택지를 평가하기 위한 항목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장점과 단점을 모두 적는다.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장점끼리, 단점끼리 나눠 두는 것이 좋다. 이 때, 어느 것이 더 중요하고, 어느 것이 덜 중요한지는 고려하지 않는다. 소심하면 소심한 사람답게 자세하게 써도 된다. 현 시점에서 생각나는 모든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다 적는다. 주워들은 것도 쓴다. 별걸 다 써 보자.


3. 선택지를 평가하기 위한 항목에 따라, 각 선택지의 점수를 평가한다. 

가로와 세로를 적었으니 줄을 치고 표를 만들어서 각 칸에 점수를 쓸 수 있다. 일단 숫자로 몇점을 주거나에 상관 없다. 이것은 선택지의 가치를 따지는 과정이다. 여기서 중요한건, 각 평가 항목에 대해서, 선택지가 주는 가치가 반영되도록 순서가 맞아야 한다는 점이다. 더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이 순서대로 되어 있어야 한다. 어떤 항목에 대해서는 100점만점으로 하면서 다른 항목은 10점 만점으로 하는 등, 그런건 상관 없다. 내키는대로 점수를 주자. 중요한건 각 항목에서 선택지의 가치에 대한 순서는 맞아야 한다는 점이다.


4. 장점인 것은 +로, 단점인 것은 0로 해서 가치를 다 더한다.

가치를 다 더하고 나면 이제 그중 가치가 가장 높은 것이 당신의 선택이다. 망설임 없이 그것을 고르도록 한다. 만약, 그걸 고르는데 있어 뭔가 찝찝함이 남아 있다면, 그것은 위에 세가지 과정 중에서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 있다는 뜻이다. 또다른 선택이 있거나, 다른 평가항목이 있거나, 점수를 잘못 쓴 것이다. 따라서 다시한번 자신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또는 다른 사람과 깊은 상담을 하면서 빠트린 것이나 잘못한 것을 고쳐야 한다. 이 얘기를 다른 사람과 할 때, 그 상대는 당신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좋다. 당신이 보지 못한 관점에서 당신이 처한 문제를 바라보며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짚어 줄 수 있다. 특히, 이 사람이 뭘 알지도 못하면서 헛소리를 해댈수록 당신이 어떻게 선택을 해야 할 지가 좀 더 선명해진다.


5. 주의사항

선택을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마라. 잘 선택하는 것도 훈련이다.

자신의 선택을 다른 사람에게 핑계를 대지 마라. 조언을 많이 듣고, 어떤 경우에도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누군가의 조언을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그것 역시 자신의 선택이다.

선택은 실패할 수 있다. 아니, 당신은 당연히 실패할 것이다. 이 말을 듣고도,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좌절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당신은 포기는 해도 되지만 좌절은 하지 않는다.


6. 초 간단 선택법

잘 안되면 그냥 1번을 진행하고 제일 처음 쓴걸 고른다. 정답이다.


오답이면 또 어떤가. 어차피 선택을 잘 못한다면, 아무거나 골라도 되는거 아닌가? 이 말에 대해 잘 생각해 보자.

by snowall 2015. 2. 1. 0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