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걸어다니거나 뛰어다닐 때 양 손을 번갈아서 앞으로 보내고 다리도 번갈아서 앞으로 보낸다. 게다가 같은쪽의 팔과 다리도 번갈아서 앞뒤로 오고간다.

(여기서 대부분이라 함은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대부분을 뜻한다)

이러한 일은 어째서 편할까?
혹시나 궁금한 사람은 이런 방법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걸어가 봐라. 힘들다.

일단 다리가 번갈아 가면서 움직이는 건 어쨌거나 걸어가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 치자. (두 다리를 동시에 앞 뒤로 움직이면서 전진이나 후진을 하려면 공중으로 뛰어야 한다) 팔은 왜 다리와 반대로 나가게 되는 걸까?

여기에는 아주 단순한 물리적인 이유가 있다. 바로 각운동량 보존법칙이다. 각운동량은 얼마나 빠르게 회전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값이다. 즉, 물체의 회전상태를 말해주는 숫자라고 생각하면 된다. 당연한 얘기지만 각운동량을 바꾸기 위해서는 물체에 토크torque를 주어야 한다. 토크는 그냥 회전을 만드는 힘이라고 알고 있으면 된다.

가령, 왼쪽 다리를 고정시키고 오른쪽 다리를 앞으로 뻗을 때 몸의 하반신은 위에서 볼 때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것이 된다. 하지만 사람의 몸은 정지상태에 있었다. 그렇다면 각운동량은 0이라다는 뜻이다. 하반신의 각운동량은 반시계방향으로 생겼다. 몸 전체를 합쳐서 각운동량을 0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상반신의 각운동량이 시계방향으로 생기면 된다. 이렇게 되면 몸의 각운동량이 거의 변하지 않기 때문에 근육이 해야 할 일이 줄어들게 되고 그만큼 힘이 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를 몸으로 직접, 무의식중에 걷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느끼고 싶다면 다음의 실험을 해보면 된다.

무게가 비슷한 물체(아령 같은것)를 두개 준비해서 양손에 하나씩 들고서 팔을 앞으로 나란히 하여 선다. 그리고나서 몸통은 움직이지 않고 팔만 돌리는데

1.두 팔을 반대방향으로 돌린다
2.두 팔을 같은 방향으로 돌린다

이때 돌리는 방향에 대해서는 머리 위에서 보았을 때를 생각하면 된다. 즉, 척추를 회전축이라고 생각하고 팔을 돌리는 것이다.

1번의 경우에는 몸을 움직이지 않고 돌리는 것이 쉬울 것이다. 하지만 2번의 경우 몸을 움직이지 않는 것이 힘들 것이다. 이것은 위에서 얘기한 각운동량 보존 법칙에 의해 당연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by snowall 2006. 8. 11. 2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