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동 트랙백

"일다"라는 곳에서 "장난감 총도 약자를 겨눈다"라는 기사를 봤다. 기사 원문은 위의 링크를 눌러보기 바란다. 사실, 초등학교 6학년 시절에 친구가 쏜 BB탄 총알에 왼쪽 눈을 맞아서 실명할 뻔한 적이 있었다. 약 20미터 정도 되는 거리에서 맞았는데,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기 때문에 눈꺼풀 위로 맞았던 것이다. 그 충격에 이틀정도 눈이 흐릿하게 보여서 안과 병원에 갔더니 방법이 없고, 국립 의료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봐야 안다고 하는 것이다.

국립 의료원에 갔더니, 진찰 결과가 난감하다. 안구 안쪽에서 혈관이 터져서 출혈이 일어났는데, 만약 이 혈액이 자연스럽게 빠져나가면 상황은 종료되지만 그 안에서 굳어버리면 그대로 실명하게 된다는 것이다. 치료방법도 별거 없이 자연스럽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절대 안정 유지"였다. 1주일간 입원하게 되었는데, 정말 절대 안정 유지였다. 멀쩡한 한쪽 눈으로 책이라도 읽을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양쪽 눈을 모두 감고 있어야만 했다. 사람의 눈은 카멜레온과는 달리 양쪽 눈이 동기화되어서 동시에 움직이기 때문에, 한쪽 눈동자를 돌리게 되면 반대쪽도 돌리게 되어 치료에 부정적인 결과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1주일간 잠을 자건 말건 눈을 감고 있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시각 장애인들이 얼마나 불편하게 지내는지, 그걸 정말 체험했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아주 약간 체험했다고는 생각한다.
다행히도, 안정을 이루긴 했었는지, 1주일 뒤 시력은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사실 위험했던건 총알을 맞은 그 다음날이었던 것 같다. 그날은 운동회 날이어서 하루종일 뛰어다니는, "완전 절대 불안정" 상태에 놓여있었기 때문이다. 젠장.

아무튼, 친구는 장난이었겠지만 난 왼쪽 눈을 잃어버릴 뻔 했다. 그 전에도 별로 그런일은 안했지만, 난 장난으로라도 누굴 때리거나 돌을 던지거나 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살고 있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 법이다.

by snowall 2006. 9. 12. 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