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08 03:19)
블로그를 시작한지는 얼마 안됐지만, 그래도 거의 2000명 가까운 사람들이 들어와서 내 글을 조금이나마 읽고 갔다는 점이 꽤 쏠쏠한 재미를 내게 가져다 준다. 이런 재미에 글을 쓰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물론 나 역시 글을 쓸 때 무심하게 쓴다기보다는 남들이 읽을 때 어떤 생각을 하면서 읽게 될까를 상상하면서 글을 쓰는 경향이 있다. 올블로그나 이올린, 아니면 네이버나 구글 뉴스처럼 그때그때 만들어진 글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사이트를 둘러보다보면 자극적인 제목과 첫 부분때문에 낚이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다. 분명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내 글의 제목을 보고 들어왔다가 별거 아닌 내용에 실망하고 욕하면서 나간 적이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언론사들은 전부 낚시의 고수들이다. 무슨 강태공도 아니고 미끼도 없이 술술 독자들을 낚아댄다.

아주 중요한 소식이어서 읽었을 때 "아, 그렇구나"하는 글들이 있는가 하면 제목만 그럴듯하고 내용은 별 필요가 없거나 심지어 틀린 내용인 경우도 있다. "내 글을 읽어주세요"라는 글쓴이의 주장이 강하게 들어가 있는 제목이라는건 당연한 거겠지만, 그래도 글 쓰는 사람으로서 자기 글을 읽은 사람 중에서는 아주 재밌게 읽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재미 없게 읽은 사람도 있을 거라는 사실을 좀 알아주면 안될까. 사실 자기가 쓴 글은 자기가 백날 읽어봐야 잘 쓴 글이다. 자기가 쓴 글을 자기가 비판하면서 오류들을 고쳐가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당장, 내가 못한다. 물론, 인터넷을 돌아다니면서 낚시성 제목을 가진 글을 볼 때마다 "읽으면 안돼!"라고 스스로 소리쳐보지만 이미 링크를 클릭하고 있는 나의 오른손 두번째 손가락을 두눈 부릅뜨고 바라볼수밖에 없으니, 뭐라 할말이 없다.

하지만 문제는 일부러 사람들이 낚이기를 의도하고 글을 쓰는 경우이다. 가령 모 연예인이 벗었다는 제목을 걸고서 내용을 읽어보면 양말을 벗었다는 내용이라는 얘기는 이젠 농담도 안된다. 너무 심한거 아닌가. 내가 한마디 한다고 해서 그다지 줄어들 것 같진 않지만, 그냥 푸념삼아 몇자 적어본다. 그렇다고 나 자신이 평생동안 낚시성 글을 하나도 안 쓸 자신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낚시글을 쓰긴 쓰게 될 것 같다. 결국 이건 글을 써서 먹고 사는 사람들의 숙명인걸까.

(이하, 이어서 작성)

최근에는(최근도 아니긴 하지만) 블로그에 광고를 달 수가 있게 되어서 광고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블로거들도 늘어나고 있다. 정말 제대로 된 글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이를 통하여 광고 수익을 얻는 사람도 많지만 그냥 어딘가의 괜찮은 글들을 퍼다가 아무튼 집중시키는 사람도 있다. 이 중간에는 인용을 통한 재창조라고 하는 영역이 있어서 사람을 헷갈리게 만든다. 어디까지를 표절이나 퍼온 것이라 하고 어디까지를 인용을 통한 재창조라고 하는지 구별하는 것은 선관위가 선거법 위반 글들을 잡아내겠다고 하는 것 만큼이나[각주:1] 자의적이다.

법적인 판단이야 각자 다를테니 다른 사람들에게 떠 넘기고, 내가 생각해 보고 싶은 것은 수익만을 노리고 무작정 긁어모아다가 글을 올리는 사람들에 대한 것이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먹고 살아야 할 만큼 힘든데, 딱히 할 수 있는게 없는 사람이라면 인터넷에서 복사라도 해다가 광고 수익이라도 얻어서 돈을 벌어야 할 지도 모른다. 광고를 올리는 사정이야 뭐 개인의 취향이거나 사정이 있을테니 내가 관여할 바는 아니다. 다만, 나는 광고를 싫어하므로 클릭을 안해주면 그만인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내 마음에 문제가 하나 남아있는데, 어떤 블로그를 들어가서 제목이 괜찮길래 딱 들어가봤더니 아무 내용도 없는 낚시글이더라, 그럼 아무래도 기분이 조금 나빠질 수 있다. 이 나빠진 기분은 어디가서 위로를 받아야 할까? 그게 문제다.

애초에 낚인 내가 잘못인 걸까. 아니면 낚시글을 쓴 그놈이 잘못인 걸까. 그것도 아니면 글을 볼 수 있게 연결해준 메타블로그 포탈이 문제인 걸까. 물론 이 문제 역시 내가 답을 내릴 수는 없다. 어차피 글을 읽도록 클릭한 것은 내 손가락이므로, 경험이 점점 쌓여서 낚시글을 피해갈 수 있는 내공을 키우는 것이 가장 속편하다.

길든 짧든 내용이야 어떻든 한편의 잘 정리된 글을 써내고 싶어하는 사람으로서, 나와 글쓰기 능력이 다른 남들에게도 제대로 글을 쓸 것을 강요할 수는 없지만 남들도 제대로 된 글을 써줬으면 하는 소망이 있는 법이다. 최소한, 글을 쓸 때는 글쓰기라는 것이 독자와 의사소통하는 작업이라는 것 정도는 느껴가면서 글을 썼으면 좋겠다. 하루 종일 수십개의 광고용 낚시글을 읽더라도 한편의 좋은 글을 읽으면 기분이 괜찮다.[각주:2] 그러니까, 읽을 것을 기대하지는 않더라도 아무튼 "누군가 읽는다"는 점은 생각하자. 조회수가 정확히 0이더라도, 최소한 글을 쓴 본인은 읽을 거 아닌가.

어차피 이 글이 광고 수익만을 목적으로 한 낚시글을 전문으로 쓰는 사람들은 안 읽을거라는 거 잘 알지만, 뭐 공허한 외침이라도 마음속에 담아두는 것 보다는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속이 썩으니까.
  1. 더도 덜도 말고 딱 그만큼 [본문으로]
  2. 하지만 하루에 수백개의 광고용 낚시글을 읽는다면, 좋은 글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기분이 좋아질 것 같지는 않다. [본문으로]
by snowall 2007. 7. 11. 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