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의 평범한 차원에 관한 글에서 차원을 길이를 2배로 늘리면 크기가 2의 d제곱수로 늘어날 때, d를 차원이라고 정했었다.

하지만 이런건 어떨까?

칸토르 집합(Cantor set)
시에르핀스키 카펫트(Sierpinski carpet)
멩어 스폰지(Menger sponge)

칸토르 집합은 집합의 일부분을 가져다가 길이를 3배하면 전체가 2배가 된다. 즉, 3의 d제곱수가 2가 되는 숫자의 d차원이다.
시에르 핀스키 카펫은 삼각형의 일부를 가져다가 각 변의 길이를 2배로 하면 전체가 3배가 된다. 즉, 2의 d제곱수가 3이 되는 숫자의 d차원이다.
멩어 스폰지는 정육면체처럼 생긴 스폰지의 일부를 가져다가 변의 길이를 3배를 하면 전체는 8배가 된다. 이번엔 2의 d제곱수가 8이 되는 숫자의 d차원이다.
각 문제의 정답은 무리수로 주어지며, 각각 0과 1차원 사이, 1과 2차원 사이, 2와 3차원 사이이다.

이러한 프랙탈 도형은 자연계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고사리 줄기인데, 고사리 줄기의 어느 일부분을 떼어내서 확대하면 새로운 줄기처럼 보인다. 나뭇잎의 잎맥의 생김새라든가, 브로콜리의 생김새 등이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프랙탈 구조가 자연에서 흔히 나오는 이유는 가장 영양분 전달이 효율적인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를 이용한 통신망을 구성한다면 통신 효율이 좋아지지 않을까 잠시 생각해 본다.

이런 곳에서는 대체 얼마만큼의 자유도가 있을까? 가령, 칸토르 집합 같은 경우는 0차원보다 크고 1차원보다는 작은 차원을 갖고 있는데, 0차원인 점에서는 결정할 수 있는 자유도가 전혀 없었고 1차원인 직선에서는 우리에게 단 하나의 자유도만이 주어졌다. 그럼 대체 그 사이에 해당하는 자유도라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이것을 쉽게 이해하는 방법은 우리가 칸토르 집합 안에 들어가서 산다고 상상해 보는 것이다. 만약에 점이었다면 어디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없겠지만 칸토르 집합은 그보다는 자유도가 높기 때문에 움직일 수있는 자유도가 생긴다. 하지만 어딘가 옆으로 가려고 살짝 움직이면 갑자기 갈 수 없는, 끊어진 길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 길을 건너 뛰어서 갈 수는 있지만 그냥은 못간다. 그래서 그 길을 확대해서 잘 보면 끊어진 길 사이사이에 이어진 길이 또 있고. 이어진 길에 끊어진 길이 있는 것이다.

다시, 시에르핀스키 카펫트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일단 1차원보다는 크기 때문에 우리는 이 위에서 적당한 직선을 그을 수는 있다. 하지만 2차원보다는 작기 때문에 이 직선을 맘대로 움직일 수가 없다. 어느 한쪽으로 움직이는 순간 구멍난 곳에 걸리는 것이다. 멩어 스폰지 역시 비슷한 것을 상상할 수 있다.

우리는 이제 차원을 정수가 아닌 것도 상상할 수 있는 것이다.


by snowall 2006. 10. 13. 1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