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공부를 혼자서 했다.
...라고 말하면 99.9%쯤은 거짓말이지만. 아무튼 혼자서도 공부를 하긴 했다.

요새는 학원, 과외, 인터넷 강의 등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잘 갖춰져 있어서 스스로 공부하지 않아도 돈만 내면 교사가 눈앞에서 다 가르쳐주는 세상이 되었다. 물론 이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것은 문제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워낙 편하게 공부를 하다보니, "요점정리"라든가 "필수 기출문제"라든가 하는 공부하기 쉽게 가공된 정보만 머릿속에 들어오고 따라서 직접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스스로 따지는 것이라든가, 안풀리는 문제를 며칠씩 붙잡고 머리싸매면서 풀어보는 것이 멍청한 짓이 되어버린 세상이 된 것이다. 하지만 공부는 그런게 아니다. 답이 있든 없든, 내가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것 자체에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정확히 말해서, 내가 학교나 학원에서 배워야 하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 지식을 만들어내는 방법이다. 아주 유명한 격언이지만, 물고기를 잡아주기보다는 물고기 잡는법을 가르쳐 줘야 한다는 말이 있다. 요새는 모두 물고기를 잡아준다. 생각해보니, 모든 사람들이 물고기를 잡을줄 알게 된다면 물고기 팔아서 먹고 사는 낚시꾼들은 다들 굶어 죽겠군.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사람은 결국 타인에게 의존하는 수동적인 사람일수밖에 없다. 세상에는 사람이 모르는 것이 아주 많이 있는데, 그중에서 다른 사람에게 배울 수 있는 것은 아주 조금이다. 나머지는 스스로 알아서 배워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공부를 할 수 없다면 결국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 배워야 그나마 알게 된다는 얘기가 될텐데, 이건 곧바로 지출로 이어진다. 지식을 거래하는 사회에서는 지식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자신의 자산이 줄어들어야만 할 것이다. 따라서 혼자서 공부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은,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나 성적을 잘 받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성공의 요소가 된다.
이런 이유로, 이 글에서는 혼자서 공부하는 방법에 관하여 논의해 볼 생각이다.

우선, 모든 수동적 공부방법을 끊어라. 과외, 학원, 인터넷 강의 등은 별 도움이 안된다. 물론 모든 것을 다 끊으라는 것은 아니고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서 필요한 과외, 필요한 학원, 필요한 인터넷 강의는 들어야겠지만 거기에 의존하는 태도를 버리기 위해서는 일단 모든 것을 끊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이 시기는 빠를수록, 어릴수록 좋다.

두번째로,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야 한다. 당신이 이 세상의 모든 지식을 전부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당신 스스로가 잘 알다시피 당신은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을 것이다. 아직 배우지도 않았으므로 모르는 건 당연한 일이고 따라서 그걸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전부 이상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모르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두렵고 자시고 할게 없다.

세번째로 가져야 하는 것은 모르는 것을 알고자 하며 그 알아가는 과정을 즐기려는 마음이다. 누군가로부터 손쉽게 얻어낸 지식은 모래위에 모래성을 쌓는 것과 같아서 파도가 휩쓸고 가면 전부 무너진다. 더군다나 현대 지식 사회는 지식이 폭풍처럼 만들어져서 온세상에 휘몰아치는 세계이다. 그 폭풍속에서 버텨낼 수 있는 견고한 지식을 쌓아두지 않으면 배우나마나한 지식이 되어버린다.

넷째로, 너무 어렵거나 모르는 것은 물어보면 된다. 하지만 대답해 주는 사람에게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답을 찾는 것을 연습해라. 대답해 주는 사람이 내가 질문하는 것의 모든 것을 대답해줄 수는 없다. 그 역시 사람이니까. 스스로 답을 찾아내는 것을 연습하지 않으면, 아무도 대답해줄 수 없는 자신의 문제에 답을 알 수 없게 된다. 그 문제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면 모르겠으나, 아무도 정답을 모르는 문제는 대부분 대단히 중요한 경우가 많다.

다섯번째로는 지겨움에 대한 내성이다. 모르는걸 끝도없이 붙잡고 있으면 당연히 지겹다.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은걸 끝도없이 붙잡는건 시간낭비겠지만, 아무리 중요한 내용이라도 모르는걸 계속 고민하다보면 지겨워서 관두고 싶어진다. 이 지겨움을 알아냈을 때의 기쁨을 기대하면서 즐거움으로 승화시켜라. 이정도 할 수 있으면 절에 들어가서 스님이 되어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아무래도 모르겠다면 물어봐라.

여섯번째로, 평소에 책을 읽어라. 책을 많이 읽어두는 것은 잡다한 지식을 많이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좋다. 그리고 독해력이 향상되어 중요한 공부를 해야 할 때 빠르게 공부를 할 수 있게 된다. 책을 그냥 읽으면 안되고 그 안의 내용을 자기 것으로 소화시키는 것 또한 중요하다. 책을 전부 암기하라는 얘기가 아니라 나중에 어떤 필요한 내용이 있을 때 "아, 그 책에서 봤던 내용이다!"라고 외칠 수 있을 정도의 어떤 느낌을 기억하라는 뜻이다. 책 제목을 다시 보면 "이건 이런 내용에 관한 책이었지"라는 느낌이 들 정도면 충분하다.

일곱번째는 네번째와 관련이 있다. 친구를 많이 사귀는 것도 공부에 도움이 된다. 친구는 인생의 여러가지 면에서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데, 그중에서 내가 모르는 것을 친구가 알고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 이것은 친구가 많아질수록 내가 얻을 수 있는 지식의 범위도 확장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나 역시 친구가 내게 무언가를 물어봤을 때 성실하게 대답해줄 의무를 가진다는 점은 잊지 말자.

당신이 타고난 천재가 될 수는 없겠지만, 노력하면 천재 비슷한 정도는 될지도 모른다.

물론, 난 이 글이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 전혀 보증을 못하는 바이다.
by snowall 2006. 11. 1. 13:48
  • goldenbug 2006.12.19 15:50 신고 ADDR EDIT/DEL REPLY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천재란 님께서 쓰신 내용을 어려서부터 스스로 깨우치고 섭렵한 사람을 일컷는 것이겠죠. ^^

  • ideabolt 2007.03.08 14:20 신고 ADDR EDIT/DEL REPLY

    제가 공부하는 법을 보고 쓰신 글이군요?!
    농담입니다 ;; ㅋ 참 공감가는 글이네요.

  •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05.18 12:01 ADDR EDIT/DEL REPLY

    구구절절 옳은 말씀입니다.
    요즘 초등학생 과외를 하고 있는데(전문이라든가 그런건 아니고, 그냥 아는 분 자녀), 말씀하신 부분들을 중점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스스로 생각할 것. 고민할 것. 자신감을 갖을 것." 등.. ^^

  •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12.18 21:43 ADDR EDIT/DEL REPLY

    아주 적절한 글입니다.. 아는분이 " 이런글은 공유해야 한다고.." 해서 들어와서 봣는데..참 좋습니다..
    종종 찾아 뵙겠습니다..

  • 익명 2009.05.13 03:16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snowall 2009.05.13 09:01 신고 EDIT/DEL

      대학교 와서 깨달은 사실은 고등학교때는 수학을 배운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