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교수님에게 눈치가 없다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

눈치라는 것이 대체 무엇일까?

그걸 내가 알면 그런 말이 좀 덜 들었겠지. 어쨌든 뭔지 알아야 만들 것 아닌가. 그래서 고민해보았다. 눈치라는 것은 다른 사람의 기분을 빠르게 파악하고 그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을 뜻한다. 요점은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지만, 상대의 기분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적절히 대응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에 두가지 모두 성공해야 한다. 문제는, 나는 둘 다 잘 못한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내가 가진 철학적 패러다임은 "상대방의 기분을 알아내는 것은 상대방이 직접 말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라는 것이다. 사실 이걸 좀 고쳐야 할 필요가 있는건데, 이 패러다임은 "상대방의 기분을 알아낼 수 있는 수단은 여러가지가 있다"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즉, 상대방의 기분은 표정, 말투, 행동 등에서 알아낼 수 있다고 가정하고 그로부터 모든 정보를 뽑아낼 수 있도록 항상 마음을 열고 경청해야 한다. 그런데 나는 말에만 집중했다. 이것은 내가 판단하는데 말 이외의 다른 요소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상대의 상태를 정확히 알아낼 수 없었다고 본다. 따라서 상대방을 주의깊게 관찰하고 말을 주의깊게 경청하는 것이 눈치 만들기의 첫째 관문이 될 것이다.

둘째로, 나는 항상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이것은 틀렸다. 거짓말을 얘기하는 것은 자제해야겠으나, 진실을 말하는 것에는 때가 있어야 한다. 때를 맞추지 못하면 그 어떠한 진실도 나에게 해를 불러올 수 있다. 따라서 언제가 적절한 때가 되는지를 파악하여야 하는데, 그것을 판단하기 위해서 필요한 정보는 앞서 말한 상대방의 감정 상태, 전체적인 상황적 조건을 잘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것들을 판단하는 문제는 나에게 있어 양자역학 문제보다는 어려운 수준이었다. 공부하는데 그다지 필요 없는 것들이었으니까. 대학원 진학해서도 마찬가지였으니까 내가 저런 충고들을 많이 들었던 것이겠지. 따라서 앞으로는 눈치가 빨라지는 연습을 해야 할 것 같다. 먼저 말하고 수습하기보다, 말을 아끼고 때를 기다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 상대방의 감정을 최선을 다해 추측하고 나의 감정에 대입하여 상대방이 어떤 얘기를 듣고 싶어하는지 알아내야 한다. 이 두가지 기술이 완성단계에 접어들면 아마 나의 인간관계는 두터워져 있을 것이다.
by snowall 2008. 1. 26. 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