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질문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답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선문답이 아니다!)
방명록에 이런 질문이 올라왔다.
상대성이론에서 상대적으로 관찰자보다 속도가 빠른 대상자가
관찰자가 관찰했을 때 시간이 느리게 가고 입면적이 줄어든다고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입면적이 줄어들게되면 중량 역시 관찰자에 비해서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럼, 우선 이 질문을 이해해보자.

생각하고자 하는 구성은 상대성 이론을 가정하고 있다. 상대성 이론은 상대성을 어디까지 허용하느냐에 따라 일반 상대성 이론과 특수 상대성 이론으로 나눠지는데[각주:1] 여기서는 특수 상대성 이론을 가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관찰자에 대해 여러가지 표현들이 나오는데, 다른 가정이 제시되지 않았으므로 관찰자는 모두 관성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상대적으로 관찰자보다 속도가 빠른 대상자가 관찰자가 관찰했을 때"라는 표현은 "관찰자 A는 정지상태이고 B가 A에 대하여 움직이고 있을 때"라고 두어도 된다. 문제는 그 다음 문장이다. "시간이 느리게 가고 입면적이 줄어든다"라는 표현을 읽어보면, 주어가 없다.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없도록 만드는 가장 곤란한 문제는 주어가 없다는 점이다. 다만, 앞뒤 문맥을 보고 상대성 이론에 관한 기초 지식을 본다면 위의 주어는 B가 된다.

그리고 질문의 핵심 부분은 "B의 입면적이 줄어들면 B의 중량이 관찰자(A)에 비해서 줄어들 것이다"이다.

우선 "중량"은 지구 중력장에 대해서 얼마나 큰 힘을 작용하는지에 대한 용어이고, 무게와 같은 뜻이다. 그런데 지구 중력장 안에서는 특수 상대성 이론을 적용할 수 없고, 따라서 틀린 용법이다. 정확히는 "질량"이라고 해야 한다. 또한, A와 비교하여 줄어든다고 했는데 A의 원래 질량이 B와 비교하여 어땠는지 모르므로[각주:2] 이 부분의 표현 역시 틀렸다. 정확히는 A에 대해 정지상태에서 측정한 B의 질량에 대하요 A에 대해 움직이는 상태에서 측정한 B의 질량이 줄어드는 것으로 관찰된다고 표현하여야 상대성 이론의 구조 속에서 올바른 표현이 된다.

이 질문을 상대론적으로 정확하게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상대성 이론을 가정하자.
A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움직이는 B가 있다. A가 B를 관찰하면
1. B의 시간이 느리게 가고,
2. B의 입면적이 줄어든다.
3. B의 입면적이 줄어들게 되면 B의 질량 역시 A에 대해 정지상태에서 측정한 B의 질량보다 줄어들 것이다.
이제 문제를 명확히 이해한 듯 싶으니, 위의 추측이 올바른지 알아보자. 최종적인 결론은 질량이 줄어든다는 것인데, 이를 위해 2단계를 거쳤다.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은 2, 3에서의 결론과는 논리적으로 무관하므로 이 논의에서는 제외하여 보자. 그럼
상대성 이론을 가정하자.
A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움직이는 B가 있다. A가 B를 관찰하면
1. B의 입면적이 줄어든다.
2. B의 입면적이 줄어들게 되면 B의 질량 역시 A에 대해 정지상태에서 측정한 B의 질량보다 줄어들 것이다.
그렇다면 이 결론이 올바르기 위해서는 1이 2를 지지하는 타당한 논리적 근거이어야 하며 1이 올바른 주장이어야 한다.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다.

1은 올바른 주장인가?
우선 입면적이라는 용어에 대해 명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3차원에서 부피를 차지하는 물체를 바라볼 때, "입면"은 "옆에서 본 평면"이라는 뜻이 있다. 따라서 "입면적"이라는 용어는 옆에서 본 평면에서의 물체의 면적이라는 뜻이 있을 것이다. 특수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움직이는 물체는 관찰자에 대하여 움직이는 방향으로의 길이가 줄어들게 된다. 가령 x방향으로 움직인다면 x방향의 길이가 줄어든다. 따라서 y방향과 z방향의 길이는 줄어들지 않는다. 어쨌든 입면적은 옆이라는 뜻이고, 물체를 x축 방향에서 본 것을 "앞"이라고 정한다면 "옆"은 y축과 z축이 이루는 평면 위에서 어느 방향에서 x축을 바라보든 관계없이 모두 옆에 해당한다. 따라서 x축이 짧아지므로 입면적 역시 작아진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1은 2를 지지하는 타당한 논리적 근거가 되는가?
이 부분에서 질문자는 상세한 설명 없이 B의 입면적이 줄어들면 B의 질량 역시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나는 이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다른 근거가 제시된다면 믿겠지만, 가령 옆에서 볼 때 넓은 종이를 구겼다고 해서 질량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을 보면 이것은 믿기 힘든 주장이다.

사실 움직이고 있는 물체는 질량이 커진다. 에너지는 질량과 같고, 운동에너지도 에너지이므로 움직이는 물체가 갖고 있는  운동에너지는 질량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것을 증명하기 위한 과정은 약간 복잡한데,
1. 상대론적인 운동량을 표현하고
2. 운동량을 미분하여 상대론적인 힘을 표현하고
3. 힘을 시간에 대해 적분하여 운동에너지를 알아낼 수 있다.
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자세한 계산은 Marion & Thornton 의 Classical Mechanics of particles and systems 4판의 14장에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질문 자체에 대한 답변은 어물쩡 건너뛰었으나, 어쨌든 이 글의 목적은 질문 자체가 이해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밝히고 명확한 질문을 위한 디딤돌이다. 어째서 에너지가 질량과 같은지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다룰 기회가 있을 것이다.
  1. 좀 더 엄밀하게는, 일반 상대성 이론은 "중력 이론(Theory of Gravitation)"이고 특수 상대성 이론은 "운동론(Kinematics)"이다. [본문으로]
  2. A와 비교하여 B를 이야기하는 것은 B와 비교하여 A를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본문으로]
by snowall 2008. 2. 15. 2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