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공부하는 사람을 8번째로 만났다. 요새는 여자들이 2명씩 짝을 지어서 다닌다.
오늘은 내공이 좀 있었는지, 나를 좀 더 압박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정도에 내가 당하지 않지요...

오늘의 레파토리는 "깨달음"에 관한 것이었다. 어쨌거나 조상님들의 업은 이제 다 풀렸고 마지막 한 단계가 남았는데, 그게 바로 내가 정성을 드리는 것이라고 한다. 1시간정도 이야기하자고 했는데, 1시간정도 이야기를 했으면 좀 더 운이 좋은 일이 생겼을 것이라는 걸 뒤늦게 알았지만, 어쨌든 어쩔 수 없고, 그냥 중간에 자르고 도망쳤다. (이 부분은 이후에 진심으로 후회했다. 물론 그분들에게서 도망친걸 후회하는게 아니라, 서울에서 조금 더 시간을 보냈어야만 했다는 점에서의 후회이다. 인연? 그분들과 인연이 없는게 아니라 내가 다른 친구와 인연이 떨어지는 것이지.)

중요한건, 내가 깨닫지 못해서 그것이 좋은 것을 모른다는 것이다. 나는 그것이 어찌하여 좋은지 알 수 있느냐고 물었고, 그분은 그것이 자신이 깨달았기 때문에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난 어떻게 깨달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느냐고 물었는데, 자꾸 "질문을 위한 질문은 하지 말고 꼬투리 잡지 말라"라고 이야기를 한다. 흠, 난 나름 진지했는데.

어떠한 근거도 없이, 그저 깨달았다는 것만으로 나를 설득시키려고 한다면 나 역시 그것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것이고, 따라서 당연히 거부할 수 있다. 해보기 전에는 모르는 것이라는 말로 나를 유혹하려고 해도, 그런것들에 대해서 이미 해보더라도 별다른 것이 없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그럼 나의 깨달음과 그분의 깨달음의 차이는 무엇인가? 나 역시 내가 깨달았다는 사실을 아는데, 자꾸 그분은 나는 깨달았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고 그분은 자신이 깨달았음을 자각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그분이 스스로 깨달았다고 착각하고 있을 가능성은 없는 것인가?
나의 질문은 바로 이 부분에 대한 가장 원론적인 질문이었는데, 그걸 말꼬투리 잡는걸로 아시다니...
by snowall 2008. 3. 30. 03:23